[김희봉의 포토보이스 34] 코로나시대 조직문화···정서적 동질성 높이려면
[아시아엔=김희봉 <아시아엔> 편집위원, 교육공학박사, 현대자동차 인재개발원] 횡단보도에 켜져 있는 빨간색 신호등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길을 건너가고 있다. 다행히 도로 위를 오가는 차량은 보이지 않는다.
다들 아무렇지 않게 건너는 상황에서 우두커니 신호등을 바라보고 있는 몇몇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들 역시 신호등을 무시하고 길을 건너는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길을 건넌다.
이같은 모습을 비단 보행자에게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운전을 하는 경우에도 비슷하다. 인적이 없는 곳을 지날 때 신호등의 신호를 지키지 않고 가는 앞 차량을 보면 정지 신호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슬그머니 뒤따라 주행하기도 한다.
이런 행동을 한 이유 중 하나는 비록 찰나의 순간이기는 하지만 주변 사람들과 정서적 동질성(emotional homogeneity)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정서적 동질성이란 어떤 집단 내에 있는 구성원들의 생각이나 행동, 취향, 습관 등이 비슷해지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이는 서로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발생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많은 시간을 함께 있는 사람들 간에 나타난다. 그래서 주로 친구나 직장 동료 간에 정서적 동질성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비만과 관련해서 1971년부터 2003년까지 32년간 1만2000여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형제자매나 배우자보다 친구에게 영향을 받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았는데 이는 친구와의 정서적 동질성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정서적 동질성이 형성된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어휘나 표현은 물론, 행동 패턴도 비슷해진다. 더 나아가 생각하는 과정이나 방법 그리고 판단 기준 등이 유사해지기도 한다.
일례로 SNS상에서 친구 사이의 감정이 어떻게 전파되는지에 대해 수년 전 실시됐던 연구를 살펴보면 긍정적인 언어를 사용한 경우, 3일 이내에 평균 7% 정도의 긍정 언어가 증가했다는 결과도 있다.
반면 부정적 측면에서의 정서적 동질성도 있다. 만약 매번 정해진 시간보다 조금씩 늦게 회의가 시작된다면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시간준수에 대한 부담을 갖고 있지 않은 구성원들 간 정서적 동질성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같은 몇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정서적 동질성이 지니고 있는 힘은 생각보다 크다. 특히 여러 선택의 갈림길에 놓여 있거나 변화를 추구한다면 구성원들의 정서적 동질성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구성원들과의 정서적 동질성을 형성하는 것 이상으로 바람직한 측면에서의 정서적 동질성을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서적 동질성을 형성하는 방법 중 하나는 가치관을 공유하는 것이다. 공유된 가치관이 있다면 보다 쉽고 빠르게 정서적 동질성을 형성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자신이 기대하는 말이나 행동 등에 대해 스스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방법이다. 말이나 글 정도로는 부족하다. 이른바 솔선수범이 필요하다. 물론 한번으로는 되지 않으니 지속성도 있어야 한다.
아울러 때로는 엄격해질 필요도 있다. 만일 상황에 따라 기준과 평가를 달리하게 된다면 이 역시 구성원들의 정서적 동질성 측면에서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 간에 그리고 조직 내에 어떤 정서적 동질성이 형성되어 있느냐에 따라 현재와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정서적 동질성은 알아서 만들어지도록 방치할 것이 아니라 계획을 가지고 만들어가야 한다. 이를 조금 확대해서 접근하면 바람직한 조직문화 조성이라고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