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봉의 포토보이스 35] “새해 놀이터같은 일터 어때요?”
[아시아엔=김희봉 <아시아엔> 칼럼니스트, 현대자동차 인재개발원, 교육공학박사] 한참 시끄러워야 할 놀이터에 아이들은 보이지 않고 놀이기구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머지않은 시간 안에 놀이터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기를 바라며 예전의 북적대던 상황을 떠올려봤다.
놀이터는 처음부터 여럿이 모여서 오는 경우도 있고 혼자 와서 놀다보니 여럿이 모이게 되는 경우도 있다. 어떻든 간에 놀이터는 혼자만의 공간이라기보다는 여럿이 함께 모인 공간이다.
이와 같은 공간에 함께 있는 아이들은 서로 잘 모르거나 처음 만났을지라도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망설임 없이 한데 어울려 그야말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신나게 논다. 한마디로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은 행복하다.
서로 자연스럽게 소개도 하고 자신이 하고 있는 놀이를 알려주기도 한다. 가지고 온 장난감을 나눠 쓰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 자리에 모인 아이들끼리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놀이터에서 아이들 사이에 벌어지는 일이지만 유심히 살펴보면 그저 스쳐 넘길 일만은 아니다.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팀 빌딩(team building)이 이루어지고 서로 간에 학습(learning)이 발생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서로에게 코칭(coaching)을 하거나 아이디어를 교환(exchange)하는 것이 발견되기도 한다. 게다가 가지고 있는 것을 공유(sharing)하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친구관계가 형성되기도 한다.
더군다나 이 모든 것이 한나절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이루어진다. 어떻게 놀이터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을까?
그 시작은 하고 있는 일을 스스로 즐기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제임스 매튜 배리(James Matthew Barrie, <피터팬> 저자)는 행복의 비밀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는 일을 좋아하는데 있다고 했다. 이 말은 놀이터에 온 아이들을 보면 금방 이해가 된다.
다음으로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놀이터에 온 아이들은 대부분 재미있게 놀겠다는 목적이 있다. 그리고 그 목적에 충실하게 행동한다. 목적이 같은 아이들이 모였으니 무엇을 하든지 열심이다. 조금 더 재미있게 놀기 위해 의견도 자연스럽게 오가고 새로운 시도도 거리낌 없이 해보게 된다. 이를 조직의 언어로 말하면 애자일(agile)하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아이들 사이의 관계가 단순하다는 것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놀이터에 온 아이들은 서로가 복잡한 관계를 만들지 않는다. 그리고 목적이 분명하면 사실상 굳이 복잡한 관계를 만들 필요도 없다. 관계가 단순해지면 소통은 명확해지고 의사결정은 빨라진다.
아이들에게 놀이터는 다시 가고 싶은 장소다. 허락만 된다면 조금 더 오랜 시간 머물고 싶은 장소이기도 하다. 놀이터에 좋은 놀이기구가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이제 시선을 놀이터에서 일터로 옮겨보자. 일터도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어느 정도는 놀이터와 같은 장소가 될 수 있다. 놀이터가 될 수 있는 조건들을 상당 부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당신의 일터에서는 이와 같은 놀이터에서의 모습들이 보여 지는가? 잘 보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강구해보자. 이는 놀이터 벤치에 앉아 한 시간 정도만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어도 쉽게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