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봉의 포토보이스 #52] “초보운전 시절을 기억하십니까?”
[아시아엔=김희봉 <아시아엔> 편집위원, 교육공학박사, 현대자동차인재개발원] “답답하시죠. 저는 환장합니다”, “저도 잘하고 싶어요”, “앞만 보고 있습니다”, “화내지 마세요”,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운전 중 도로 위에서 가끔씩 눈에 보이는 스티커에 쓰여진 글이다. 대개는 초보운전자 즉, 운전을 처음 하거나 아직 운전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운전자의 차량 뒷유리창에 붙어 있다.
혹자는 이런 문구가 운전을 하는데 별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뒤따라오는 운전자의 배려도 기대하기 어렵고 운전 중 조금이라도 실수하거나 서툴면 경적을 울려 긴장이 더해지는 경우도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운전자는 초보운전을 스스로 알리는 스티커를 보면 보다 더 주의를 기울인다. 차선을 변경하는 경우에는 방향 지시등을 켜기도 하고 앞차량과의 안전거리도 충분히 유지하면서 운전한다. 초보운전자를 위한 일종의 배려다.
그런데 초보운전자는 비단 도로 위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조직에 들어가거나 새로운 역할을 맡았을 때도 비슷하다. 직무가 바뀌는 것도 빠지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들도 위에서 언급한 초보운전을 알리는 스티커를 붙이지 않았을 뿐이지 그 마음은 다르지 않다.
특히 환경이나 조직, 직무 그리고 사람 등 무엇인가를 새롭게 접하게 되는 경우라면 한 걸음 한 걸음이 조심스럽다. 그리고 가급적이면 못하는 티를 내지 않고 잘해보고 싶은 생각이 머릿속을 채운다.
그렇다면 이같은 경우에 처한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
적어도 재촉하거나 다그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바로 익숙해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긴장을 완화시켜주고 스스로 해 볼 수 있는 여지와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이렇게 하려면 그 자리에 먼저 와있거나 상황을 경험해 본 이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들은 때때로 선배라고 불리기도 하고 사수라고도 표현된다. 조금 더 넓게 확장해보면 리더라고 일컬어질 수도 있다. 물론 반드시 공식적인 직함이 있어야 리더라고 명명되는 것은 아니다. 따르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이 곧 리더다.
리더의 역할 중 하나는 팔로워들의 적응을 돕고 지원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리더는 한마디로 새로운 환경과 상황 그리고 직무 등에 직면한 이들의 연착륙(soft landing)에 신경을 써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어디에 장애물이 있는지 무엇을 조심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안내해주어야 한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문제나 어려움을 “너도 한 번 겪어봐라”는 식으로 굳이 경험하게 할 필요는 없다. 어쩌면 그것은 먼저 접했던 이들이 해결하거나 알려줘야 할 내용이다.
다만 팔로워들이 새로운 문제나 어려움에 직면했을 경우, 이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해나가도록 하는 것은 필요하다. 또다른 성장과 발전의 기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억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누구나 초보를 경험한다. 초보(初步)는 글자 그대로 처음으로 내딛는 걸음이다.
만일 당신이 이들과 함께 있다면 무엇이 되었든지 간에 당신이 초보였을 때를 회상해 볼 필요가 있다.
아마도 자신에게 어떤 선배, 어떤 사수, 어떤 리더가 필요했는지가 떠오를 것이다. 그리고 기억이 난다면 스스로 그 역할을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와 함께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