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올림픽 육상 이야기⑦] 영국의 중거리 영웅들···배니스터·코·오베트·크램

세바스찬 코 세계육상연맹 총재. 그는 중거리 육상의 영웅이었다.

[아시아엔=김현원 연세대 의대 교수] 영국은 세계 육상의 강국이다. 필자가 영국 유학 당시인 80년대에는 영국은 남자 100미터와 남자 110미터 허들, 세단뛰기 그리고 창던지기 등 다양한 종목에서 세계선수권과 올림픽을 석권하고 있었다. 특별히 1970년대 말부터 80년대 초에 영국의 중거리는 세계를 석권하고 있었다. 세계육상연맹총재인 세바스찬 코와 스티브 오베트의 얘기다. 

육상에서 중거리는 800미터와 1500미터를 얘기한다. 100미터로 환산한 세계기록은 100미터나 200미터나 10초 정도로 거의 동일하다. 반면에 400미터의 경우 100미터로 환산한 기록은 11초 정도로 늦다. 800미터와 1500미터의 중거리 경주의 경우 그 기록은 12.5초와 13.7로 늦어진다. 5000미터와 10000미터의 장거리 경주 경우 그 기록은 약 15초와 16초대로 더 늦어지고 마라톤의 경우 17.3초이다.

세바스찬 코와 스티브 오베트의 라이벌 이야기 전에 먼저 로저 배니스터卿의 얘기를 하겠다. 800미터와 1500미터 외에도 유럽에서는 1마일(1609미터) 경기가 따로 있다. 당시 1마일에서 인간은 4분벽을 깰 수 없다고 믿어졌었다. 하지만 영국 옥스퍼드 의대생이던 로저 배니스터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는 코치도 없이 혼자 의학지식을 달리기에 적용하며 독학으로 육상을 공부하며 훈련했던 특별한 선수였다.

로저 배니스터 경은 내가 옥스퍼드 대학에서 유학할 당시 현직 의대교수였다. 反도핑 테스트를 위한 스테로이드 검사 방법을 개발하기도 했다. 그는 파킨슨씨병으로 2018년 별세했다.

순수 아마추어 선수로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였던 배니스터는 런던 세인트메리 병원의 수련의로 있던 1954년, 3분59초4의 기록으로 처음 1마일 경기에서 4분벽을 깼다. 놀랍게도 6주 후 인간은 절대로 4분벽을 깰 수 없다고 공언했던 호주의 존 랜디도 3분58초의 신기록을 세웠고, 그 해가 지나기 전에 10명이 4분벽에 진입했다. 1년 후에는 27명이 4분벽을 깼다.

배네스터

배니스터는 육체적인 장벽이 아니라 심리적 장벽을 깬 것이다. 현재 1마일 경기의 세계신기록은 3분43초이다.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영국의 루퍼트 셀드레이크는 형태공명장(morphogenetic field) 이론으로 설명한다. 일본의 섬에서 원숭이 한 마리가 감자를 바닷물에 씻어먹기 시작했다. 더구나 씻어먹는 감자는 간이 배어서 더 맛 있었다. 그걸 본 다른 원숭이들도 따라하기 시작했다. 놀라운 것은 100마리 정도의 원숭이가 감자를 씻어먹기 시작하자 섬의 다른 쪽의 원숭이들도 갑자기 감자를 씻어먹기 시작했고 일본 전역에서 원숭이들이 감자를 바닷물에 씻어먹는 것이 관찰된 것이다.

실험실에서 성공하기 힘든 실험이 한번 성공한 후 그 다음부터는 쉽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셀드레이크는 이러한 현상들을 형태공명장으로 설명한다. 한번 이루어진 형태공명장이 다음 일이 쉽게 진행되기 위한 바탕이 된다. 형태공명장은 진화와 발전의 원동력이다. 형태공명장 이론은 아직은 소수의 의견이지만 바로 ‘팬다임 과학’이라고 할 수 있다.

세바스찬 코

영국의 세바스찬 코는 1979년 800미터와 1500미터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1981년 코가 세운 800미터 기록은 1997년까지 유지되었다. 1500미터에서는 올림픽을 2연패하기도 했다. 트랙을 떠난 후 코는 하원의원에 당선되었고, 2012년 런던올림픽 조직위원장, IOC 위원, 세계육상연맹총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스티브 오베트는 코와 동시대의 라이벌이었다. 코는 1956년생, 오베트는 55년생이다. 오베트 역시 코와 번갈아가면서 세계기록을 갈아치우는 것이 세계육상계의 화제가 되었다. 그들의 경쟁은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에서 800미터와 1500미터에서 금메달을 나누어 가짐으로써 절정에 이르렀다.

1984년 LA올림픽에서도 코는 1500미터 시상식에서 정상에 섰다. 하지만 모스크바올림픽과는 달리 오베트가 아니라 또 다른 영국 선수 스티브 크램이 은메달의 자리에 있었다. 오베트는 준결승에서 가슴통증으로 쓰러졌다. 1960년생인 스티브 크램은 코와 오베트를 이어서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우승과 1500미터에서 세계신기록을 작성하였다.

코와 오베트 그리고 크램까지 이어지던 영국의 중거리 제패는 덴마크의 흑인선수 킵케터에 이어 이제는 장거리에다 중거리까지 점령하려는 아프리카 선수들에게 바톤을 넘겨준다. 현재 800미터의 기록은 케냐의 루디샤의 1분41.09초이고 1500미터의 기록은 모로코 히참 게루이의 3분26.00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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