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올림픽 육상 이야기②] 높이뛰기 혁명 이룬 ‘딕 포스베리’
[아시아엔=김현원 연세대의대 교수] 3년전 이맘때 <아시아엔>에 모스크바 월드컵 축구칼럼을 연재하면서 도쿄올림픽 육상에 관해서도 칼럼을 쓰기로 약속했었다. 지구를 초토화시킨 코로나19에 의해서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된 끝에 드디어 개막했다.
미국과 유럽에 있을 때는 육상경기를 자주 중계해주어서 경기 흐름을 놓치지 않았는데 한국에서는 올림픽이 아니면 육상경기를 볼 기회가 없어서 세계 육상의 흐름을 따라가기도 힘들다.
도쿄올림픽 육상칼럼은 올림픽의 육상 영웅들을 소개하면서 과거 올림픽에서 거슬러 올라와 도쿄올림픽까지 살필 계획이다.
1964년 57년 전의 도쿄올림픽은 필자가 너무 어려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 1968년 멕시코올림픽 역시 TV중계는 없어서 직접 보지는 못했으나 (그 당시 위성중계 중계가 아예 없었다) 라디오를 통해서 한국이 메달을 딴 복싱경기를 들었던 기억이 있다. 나중에 육상에 관심을 같게 되면서 멕시코올림픽이 육상경기 거의 모든 종목에서 신기록이 나왔던 매우 중요한 대회였음을 알게 되었다.
올림픽이 열린 멕시코시티는 고도 2290m의 고지에 위치한다. 기압이 낮은 탓에 육상 단거리, 높이뛰기, 멀리뛰기, 던지기 등 대부분의 종목에서는 기압이 낮은 탓에 세계신기록이 나왔지만 장거리에서는 산소부족으로 기록이 저조했다.
아프리카의 고지에서 생활하던 케냐와 에티오피아를 비롯한 아프리카 선수들이 멕시코올림픽 이후로 장거리 종목을 지배하게 된다.
많은 전문가들이 멕시코올림픽의 최고의 영웅을 멀리뛰기에서 기존 기록을 55cm나 경신하는 엄청난 신기록을 세운 밥 비몬으로 꼽는다. 밥 비몬의 이 기록은 스포츠 역사상 가장 위대대한 기록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하지만 놀라운 일회적인 신기록을 세운 밥 비몬 외에 높이뛰기에서 최초로 배면뛰기라는 혁명적인 시도를 하여 높이뛰기의 개념을 바꾸고, 올림픽 신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칼럼은 멕시코올림픽 높이뛰기에서 최초로 배면뛰기라는 혁명적인 시도를 하여 높이뛰기의 개념을 바꾸고, 올림픽 신기록으로 우승한 딕 포스베리로부터 시작한다.
그 이전까지 높이뛰기는 앞을 보고 도약해 몸을 옆으로 돌리며 바를 넘는 기술(Straddle flop)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193cm의 키 때문에 포스베리는 높이뛰기에서 고등학교 높이뛰기 지역팀에도 선발되지도 못했다.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1963년부터 새로운 기술을 연구하기 시작한다. 포스베리는 높이뛰기의 개념을 바꾸어 버린 뒤로 점프해서 등을 굽히며 바를 뛰어 넘는 배면뛰기를 시도했다.
1968년 올림픽 높이뛰기가 시작되었을 때만 해도 포스베리는 메달권과는 거리가 먼 선수였다. 하지만 포스베리는 남과는 다른 배면뛰기로 모든 점프를 1차시기에 성공하면서 2.2m까지 이른다. 그때 남은 선수는 3명이었다. 바의 높이가 2.27m에 이르렀을 때 포스베리만 3차시기에서 성공하여 올림픽 신기록과 올림픽 금메달이 확정되었다.
배면뛰기는 이후 포스베리의 이름을 따서 포스베리 플롭(Fosbury flop)으로 불린다.
1972년 뮌헨올림픽에서 40명의 선수 중 28명이 포스베리 플롭을 시도하였고, 서울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앞으로 뛰어넘는 스트래들 기술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포스베리 플롭이 높이뛰기를 지배하게 된 이유는 몸의 무게중심과 바의 간격이 가장 가까워 점프가 정점에 이를 때 바를 효과적으로 넘게 해주기 때문이다.
가장 과학적인 방법을 딕 포스베리 본인이 개발하고 시도하여 올림픽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땄을 뿐 아니라 그 후 모든 높이뛰기 선수들이 포스베리 플롭을 시도하고 있다. 스포츠 역사상 포스베리 만큼 큰 영향을 미친 선수는 다시 없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한국의 김희선이 포스베리 플롭으로 192cm를 넘어 한국신기록을 세우고 여자육상 최초로 8명이 겨루는 결선에 진출한 적이 있고, 이진택은 애틀란타 올림픽에서 229cm를 뛰어넘어 8강에 진출한 바 있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우상혁이 231cm의 기록으로 전체 32명에게 주어지는 올림픽 본선에 진출했다.
체력적으로 서양선수들에게 떨어지지만 한국은 높이뛰기에서 올림픽 8강에 2번이나 진출한 바 있다. 올림픽 육상의 8강은 우리가 금메달을 독점하는 종목의 금메달 못지않게 위대한 결과다. 선수들의 노력을 치하하고 이번 도쿄올림픽의 육상에서도 한국 선수가 메달을 못 따더라도 관심 갖고 응원해주기 바란다.
그 외에도 아시아인으로 최초로 세계선수권 높이뛰기에서 우승한 카타르의 바심에 대해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심은 카타르 도하에서 태어난 순수 아시아인이다. 그는 이미 런던올림픽 동메달, 리우올림픽에서도 은메달을 차지하고 2017년 런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드디어 우승하였고, 2019년 도하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챔피언의 자리를 지켜낸 세계 최고의 선수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도 아시아 선수로서 불리한 체격과 체력을 극복한 바심의 우승과 우상혁의 선전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