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올림픽 육상 이야기①] 괴력의 멀리뛰기, 밥 비먼의 ‘비머네스크’

밥 비먼

[아시아엔=김현원 연세대 의대 교수] 멕시코올림픽에서 딕 포스베리는 높이뛰기에서 배면뛰기라는 혁명적인 방식을 개발하여 우승한 영웅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스포츠 전문가들이 멕시코올림픽뿐 아니라 모든 올림픽을 통틀어 가장 위대한 기록은 멕시코올림픽의 멀리뛰기에서 나온 밥 비먼의 기록이라고 본다.

멕시코올림픽에서 밥 비먼은 멀리뛰기 결선의 첫 번째 시도에서 무려 8.9미터를 뛰었다. 이 기록은 기존 세계기록을 55cm 갱신하는 믿을 수 없는 기록이었고 심판들은 계측기를 넘어선 이 기록을 측정하기 위해서 줄자를 도입했고 측정에 무려 20분이나 넘게 걸려서 세계신기록이 결정되었다. 이것으로 경기는 싱겁게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2위 기록은 8.19미터로 비먼의 기록에 71cm나 뒤졌다. 그동안 멀리뛰기에서 8년간 세계기록이 18cm가 경신된 치열한 경쟁의 상황이었고 비먼은 유력한 금메달 후보도 아니었다.

밥 미몬은 예선을 간신히 통과하고 그 전날 스트레스로 벗어나기 위해 술을 한 잔 하기까지 했다. 결선의 점프를 앞두고 아직도 초조해 하고 있는 비먼에게 유력한 금메달 후보였던 동료 랄프 보스턴이 비먼에게 이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망설이지 말고 공중으로 최대한 빨리 올라라. 너의 다리는 강하고 너의 몸은 깃털처럼 가볍고 너의 마음에는 날개가 달려있다.”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랄프 보스턴은 비먼의 잠재력을 깨우는 마법같은 주문이었다. 랄프 보스턴은 동메달을 차지한다.

비먼의 이 점프는 스포츠 역사상 가장 놀랍고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후 ‘비머네스크’라는 새로운 표현까지 생겨났다. 비머네스크는 선수가 이전과 엄청난 차이가 나는 압도적인 성과를 냈을 때를 뜻하는 말이다. 밥 비먼의 세계기록은 1991년 도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미국의 칼 루이스와 마이크 포웰에 의해 갱신되었지만 올림픽 신기록은 53년째 유지되고 있다.

마이크 포웰 외에 칼 루이스의 컨디션도 최상이었다. 꾸준히 8.80미터 대의 놀라운 점프를 이어가던 칼 루이스는 4차 시기에서 8.91미터라는 놀라운 점프를 해서 비먼의 기록을 넘어섰다. 하지만 그 기적은 잠깐이었다. 마이크 포웰이 비머네스크를 발휘했다. 계속 파울을 범하고 간신히 8.6미터 대의 점프를 기록했던 마이크 포웰이 5차시기에서 갑자기 8.95미터의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칼 루이스는 마지막 6차시기의 점프에서도 8.80미터 대의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우승과 세계기록은 모두 포웰의 것이었다.

비먼도 멕시코올림픽 이후 한번도 8.5미터을 넘어서지 못했다. 그리고 포웰도 마찬가지이다. 다시는 자신의 기록 근처는커녕 8.5미터 대에도 가까이 가지 못했다. 반면에 칼 루이스는 세상에서 가장 많이 8.8미터 대의 점프를 많이 했다. 그리고 무려 4번의 올림픽의 멀리뛰기(LA, 서울, 바르셀로나, 애틀란타)에서 모두 우승했다. 비먼의 시대를 초월하는 놀라운 기록, 그리고 포웰의 세계신기록도 대단하지만 꾸준히 4번의 올림픽에서 기록을 유지한 칼 루이스가 더 위대한 선수일 수 있다.

칼 루이스가 비머네스크를 발휘했으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하지만 칼 루이스는 비머네스크가 필요하지 않은 선수였다.

육상을 크게 나누면 달리기, 뛰기, 던지기 이렇게 나눌 수 있다. 달리기와 뛰기(도약)는 완전히 다른 영역으로 보이지만 도약에서도 달리는 스피드를 이용해서 도약하기 때문에 단거리 선수 중 달리기와 멀리뛰기를 함께 시도하는 선수들이 있다.

칼 루이스는 멀리뛰기 외에도 100미터 200미터, 4×100미터 릴레이 모두에서 우승한 바 있다. LA올림픽에서는 모두 4개의 금메달을 차지했다. 칼 루이스는 4개의 올림픽에서 모두 9개의 금메달을 획득한 바 있다. 칼 루이스 외에 한 대회에서 100미터 200미터, 4×100미터 릴레이 그리고 멀리뛰기에서 모두 우승한 선수는 1936년 베를린올림픽 대회의 제시 오웬스를 들 수 있다. 제시 오웬스가 흑인으로서 히틀러의 인종차별을 극복하고 우승한 위대한 선수였지만 칼 루이스만큼 꾸준하게 오랫동안 실력을 유지하지는 못했다.

한국은 리우올림픽 멀리뛰기에서 김덕현이 출전했지만 이번 도쿄올림픽 멀리뛰기에서는 기준 기록을 통과한 선수가 없어서 참가하지 못한다. 김종일은 1984년 LA올림픽 멀리뛰기에서 8위를 차지한 바 있다. 아시아인으로서 대단한 기록이다. 육상은 모든 스포츠의 기초종목이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멀리뛰기에서 우승기록이 얼마나 될까? 비먼과 포웰같이 갑자기 비머네스크로 불리는 인간의 무한한 잠재력을 발휘하는 선수가 있을지 궁금하다. 비머네스크는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에 열광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는 8.5미터를 넘는 선수가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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