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우의 행복한 도전 71] “인사가 만사···안녕하세요!”

2019년 11월 인천재능대 사회복지과 학생들이 장애인 청년들과 어울렸다. 인천대 학생들 얼굴에서 좀처럼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학교방문객들은 “안녕하세요!” 하고 난생 처음 본 학생들 인사를 받는다. 인사는 습관이고, 사랑과 존경의 마음에서 우러나온다.   

[아시아엔=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전 회장, 이해찬 국무총리 비서실장 역임] 명품 인재는 ‘글로벌 능력과 인성을 갖춘 직업인’을 말한다. 졸업생들의 사회적 위상과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직무 수행 능력은 물론 직업인으로서의 품성과 도덕적 자질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나는 인성교육을 강조해 왔다. 우리 학교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한결같이 놀라는 게 바로 학생들의 인사이다.

“대학교를 방문해서 모르는 학생에게 인사를 받아 본 것은 처음입니다.”
“학생들이 어쩌면 그렇게 인사를 잘해요?”

실제로 기업인들은 인성이 좋은 인재를 우선적으로 채용하겠다고 밝히기도 한다. 인성은 그만큼 중요하다. 나는 2019년 2월 11일 『국민일보』 인터뷰를 하면서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부분은 ‘인성’이다. ‘금연하기’, ‘인사 잘하기’ 등의 기초 질서 지키기 캠페인을 전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2009년부터 매년 진행해 온 ‘금연 장학금 수여식 및 평생 금연 선언식’을 통해 우리 대학은 쾌적한 면학 분위기 조성과 함께 학생들이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대학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인사 잘하기’ 역시 인성교육 차원에서 강조하는 부분이다. 타 대학 및 기관에서 우리 대학을 방문해 가장 놀라워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학생들과 교직원들의 인사하는 문화다. 대학 구성원 간의 인사뿐만 아니라 모르는 사람에게도 인사하는 분위기가 잘 조성돼 총장으로서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부분이기도 하다.

교직원들에게는 매 순간, 모든 사람에게 최선을 다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어느 구름에서 비가 내릴지 모른다”는 말이 있다. 때로는 금방이라도 비를 적셔 줄 것 같은 먹구름에서 비가 내리지 않고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던 하얀 구름에서 비가 내리는 것처럼 일의 결과는 미리 짐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뜻한다. 사람 일도 마찬가지다. 어느 사람과 어느 시간, 어느 장소에서 인연이 될지 모르기에 매 순간 정성을 다해야 한다. 교직원 한 명 한 명이 스스로 대학을 대표하는 일원임을 잊지 말고 매 순간 모든 일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를 당부하고 있다.

2019년 4월 ‘제39회 장애인의 날 기념 행복문화페스티벌’에 참가한 인천대 사회복지과 학생들 <사진 인천재능대 제공>

나는 인성교육의 연장선상에서 2019년 4월 『한국경제신문』에 「안녕하세요!」라는 제목으로 달라진 대학의 입학식 광경과 함께 인사의 중요성을 밝혔다.

새내기들의 입학을 환영하는 입학식을 한 지도 한 달이 지났다. 추위가 한풀 꺾인 캠퍼스에는 연둣빛 젊음이 흠씬 묻어난다. 매년 반복되는 일이지만 봄을 맞는 교정을 볼 때마다 늘 처음처럼 새롭고, 설레며, 긴장된다.

“지금까지 이런 신입생은 없었다.”
“어서 와. 간호학과는 처음이지?”

교정에 걸린 선배들의 격려 플래카드가 정겹다. 필자는 입학식 축사에서 “맨발로 걷기만 해도 멋진 청춘이니, 실패하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도전하는 청춘이 돼라.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면 행복한 인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새내기들이 경쟁과 성공이란 말보다 행복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대학들은 해마다 어떤 인상으로 신입생과 만날까를 고민한다. 솔로몬 아시의 ‘초두 효과’ 때문이다. 4초 만에 결정된다는 첫인상을 염두에 두고 올해는 토크쇼 형식의 오리엔테이션과 찾아가는 희망 간담회를 개최해 보았다. “개그콘서트에 온 것 같아요.”, “마! 이게 바로 인천재능대 클라스 아이가.”가 실시간으로 트윗되었다. 반응이 뜨거웠다. 요즈음 세대를 Z세대라고 한다. 태생적으로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세대지만, 온라인보다 직접적인 경험을 더 선호한다는 견해도 있다. 그 어떤 정체성을 지닌 세대라도 시대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있게 마련이다. 문제는 진정성이고 소통 방식이다.

교수들도 해마다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만족스러운 대학 생활을 할 수 있을지를 모색한다. 입시 위주의 이기기 위한 경쟁 교육에 더 익숙한 학생들이다. 이들을 남을 먼저 배려하고 원활하게 소통하는 사람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고민한다. 실제 입학 혹은 졸업 이후 학생들이 ‘사람이 되었더라’는 평가를 받을 때가 제일 기분이 좋다. 인성과 태도가 잘 빚어졌다는, 기본이 탄탄하다는 칭찬이기 때문이다.

평범하지만 상당한 위력을 발휘하는 소통 방식이 있다. ‘먼저 인사하기’다. 인사의 의미는 타인에게 좋은 기운을 줘 최상의 상태가 되도록 해 주는 데 있다. 먼저 호감을 표시함으로써 공감할 수 있는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다. 호감은 더 큰 호감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인사는 공경의 뜻을 표출하는 것이지만, 자신을 높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인사는 화수분이다. 인사를 잘하는 것만으로도 두둑한 현금 카드를 지니고 있는 것과 같다. 인사는 결국 나를 위한 것이다. 익숙하든 낯설든 그 누구를 보더라도 반갑게 인사부터 하자. ‘된 사람’의 시작을 만드는 일이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이자 만사형통(萬事亨通)의 핵심이다. 인사는 진정성을 실어 나르는 급행열차다. 새내기들로 즐거운 소란이 한창인 캠퍼스, 웃으며 따뜻한 봄을 맞으련다.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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