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우의 행복한 도전 73] 문대통령 유한대 졸업식 참석

유한대 졸업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젊은이들에 꿈을 심어주는 것은 국가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책무 가운데 하나다.

[아시아엔=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전 회장, 이해찬 국무총리 비서실장 역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인 나는 우리 대학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의 행사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2월 21일 유한대학교 졸업식에 참석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대통령은 독립운동가이자 기업가였던 유일한 박사가 설립한 대학에 찾아가 졸업생들에게 축사를 통해 격려해 주었다. 대통령이 전문대 졸업식에 참석한 것은 큰 뉴스가 되었다.

대통령의 전문대 졸업식 참석은 나에게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다. 대통령께서 전문대학교를 그만큼 관심 갖고 평가하고 있으니 전문대가 현재의 위기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하면서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인천재능대 2011년 입학식에 참석하여 학생들에게 “인천재능대학교에서 여러분이 꿈꾸는 것, 여러분이 이루고자 하는 것, 그리고 여러분이 가고자 하는 인생의 길을 잘 개척하시기를 바라며 여러분의 학창 생활이 보람차고 행복하기를 기원하겠습니다”라고 격려한 적이 있다. 그때에도 ‘장관의 전문대학 입학식 참석’은 큰 화제가 되었다. 학생들도 장관의 참석에 대해 자긍심을 가졌던 기억이 새롭다. 대통령이나 장관이 전문대학에 찾아와 전문대의 의견을 듣고 소중히 여기는 풍토가 조성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나는 2019년 3월 『한국경제신문』에 「대통령의 전문대 졸업식 참석」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전문대 졸업식에 참석했다. 역대 대통령으로는 두 번째다. 2001년 2월 21일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충청대 졸업식에 참석한 이후 18년 만이다.

전문대는 학령 인구 급감과 10년 넘게 이어진 등록금 동결·인하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문 대통령이 강조한 4차 산업혁명을 능동적으로 맞이할 ‘새롭게 융합하는 창의적 사고’를 가진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과제가 만만치 않다. 이 와중에 전문대는 차별과 소외의 냉혹한 한대(寒帶)에 갇혀 있다.

2017년 전문대 취업률은 69.8%로 4년제 일반대(62.6%)보다 7.2%포인트 높다. 일반대를 졸업하면 취업을 더 잘할 것이라는 기존 인식을 뒤엎는 결과다. 전문대와 일반대의 취업률 격차는 2013년 3.1%포인트에서 2016년 6.3%포인트로 해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일반대를 졸업하고 다시 전문대에 입학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일반대를 졸업한 전문대 지원자는 2017년 7,412명에서 지난해 9,202명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 입시에서는 1만 명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한다. 전문대는 성적으로 대학을 가는 기존 사회적 인식과 교육 체제에 도전해 분명히 다른 질서를 형성해 나가고 있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전문대 교육현장은 오히려 피폐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방문이 갖는 의미는 크다.

문 대통령의 축사도 화제다. 윈스턴 처칠은 옥스퍼드대 졸업식 축사에서 “포기하지 마라, 포기하지 마라, 포기하지 마라!(Never give up!)”고 강조했다. 스티브 잡스는 스탠퍼드대 졸업식 축사에서 “늘 갈망하고, 우직하게 나아가라!(Stay hungry, Stay foolish!)”라고 했다. 문 대통령 축사는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과 선택의 기로에서 갈팡질팡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용기를 줬다.

“도전하고 실패하며 다시 일어서는 것에 두려움을 가져서는 안 됩니다.”
“변화에 대한 능동적 대처만이 변화를 이겨 내는 길입니다.”
“삶의 만족은 다른 사람의 시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를 바랍니다.”

문 대통령이 특히 강조한 것은 ‘기존 틀에 갇히지 않는 도전 정신’과 ‘평등한 기회 속의 공정한 경쟁과 노력’이다. 우리 사회는 학벌중심사회에서 능력중심사회로 전환되고 있다. 이런 시점에 전문대 졸업식에서 공평한 기회 속 정당한 경쟁과 끝없는 도전을 주문한 대통령의 메시지는 다층적인 의미를 지닌다. 청년 세대들이 일반대·서울·국공립 중심의 기존 서열화된 대학 질서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들이 마음껏 도전하며 자신의 꿈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게 하겠다는 의지의 천명이라고 해석해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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