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우의 행복한 도전 72] “학벌중심사회에서 능력중심사회로 바뀌어야”
[아시아엔=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전 회장, 이해찬 국무총리 비서실장 역임] 평균 수명 100세 시대가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 이제 하나의 기능을 가지고 평생 살아가는 시대는 지났다. 평생 학습을 하면서 사회의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직업 능력을 키우지 않으면 안 된다. 학벌 중심 사고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수 없다. 나는 인재 양성에 대해 『중앙일보』 2017년 4월 26일에 「직업교육에 강한 전문대학이 학벌중심사회 아닌 능력중심사회 이끌 것」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뷰를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을 만나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이 회장은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도 이제 학벌중심사회에서 능력중심사회로 바뀌어야 한다.”라면서 “그 중심에는 직업교육에 특화되어 있는 전문대학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전문대학을 ‘직업교육대학’으로 전환하자고 제안했다.
“그 제안의 핵심은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을 직렬 구조의 상하 관계로 볼 게 아니라 연구 중심의 일반대학과 직업 중심의 전문대학으로 구분하자는 것이다. 지속 가능한 직업교육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전문대학 중심으로 고등직업교육 기관의 성격을 명확히 해야 하고 거기에 맞는 교육 패러다임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전문대학을 직업교육대학으로 전환하는 것이 대한민국 교육계에 필요한 시기이다. 교육 체제에 다양성과 탄력성을 부여해야 한다.”
-전문대학에 있어 평생직업교육이란?
“전문 직업인 양성에 적합한 인적·물적 기반을 갖추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실전 기량’을 익히게 해 줄 인프라와 네트워크도 구축하고 있다. 전문대학은 단기 실용 교육 프로그램 운영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산업체와 학습자의 요구를 수렴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나는 기회 있을 때마다 학벌이 아니라 능력이 중심인 사회를 강조한다. 필자가 『한국경제신문』에 「평생직업교육, 전문대학이 답이다」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이다.
요즘 교정에서 마주치는 학생들의 구성이 예전과 다름을 느낀다. 한눈에 봐도 다소 나이가 많아 보이는 성인 학습자들이 늘고 있다. 전문대학 성인 학습자 증가 현상은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신입생 중 26세 이상 성인 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이 2016년 8.5%에서 2018년 9.5%까지 높아졌다. 전문대학에 입학하는 10명 중 1명은 성인 학습자라고 할 수 있다. 일반대학의 성인 입학자 비중이 1% 수준임을 고려할 때, 전문대학의 성인 입학자 비중이 10배 가까이 높은 셈이다.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학벌주의에도 불구하고 성인 학습자들이 전문대학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자리와 자신의 또 다른 적성 찾기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이들은 대학의 명성보다 취업 가능성과 새로운 삶의 설계를 위해 전문대학을 선택하고 있다. 세상 물정 잘 아는 성인 학습자들이 고등직업교육 기관인 전문대학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고 있는 것이다.
대학들은 내년부터 입학 정원이 고교 졸업자보다 더 많은 초유의 상황을 맞게 된다. 이론과 학문을 추구하는 일반대학이든, 직업교육을 지향하는 전문대학이든 생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구조조정과 혁신을 외치고 있다. 전문대학의 고민은 더욱 깊다. 직업교육에 대한 편견이 여전하고 오랜 기간 잘 키워 놓은 보건·뷰티 등 직업교육 분야 학과를 일반대학이 모방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대학 성장의 답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인공지능, 로봇 등 4차 산업혁명의 흐름 속에서 일자리와 산업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 기존 직업이 사라지고 새로운 직업이 생겨난다. 직업의 수명도 짧아지고 있다. 평균 기대수명도 늘어 100세 시대가 되고 있다. 이는 새로운 일자리 환경에 적응하고 인생 2·3모작을 준비해야 하는 평생 직업 능력 개발이 필요한 시대가 오고 있음을 보여 준다.
대학이 저출산·고령화, 4차 산업혁명 같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시대의 변화와 요구를 제대로 담아내야 한다. 이에 전문대학은 평생직업교육대학으로서 교육 대상과 영역을 확장해 생애 주기별 직업교육을 책임지고자 한다. 평생직업교육대학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으로 평생교육과 직업교육을 수용해 일반대학과 다른 교육 영역을 개척하는 것이다. 이는 일반대학과의 역할 분담론이며 전문대학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는 길이기도 하다.
전문대학의 이런 변화는 학습자들에게 급격한 변화에 대한 수용성과 탄력성 그리고 평생 고용을 유지하는 능력을 키워 준다. 국가적으로는 고용률 향상과 구조화된 저성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상생의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