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우의 행복한 도전 74] “국가교육위, 교육 대전환 기회다”

2019년 2월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새로운 교육 100년과 국가교육위원회’ 국회 정책토론회 참석자들이 ‘새로운 백년을 준비하는 미래교육체계 수립을 위한 교육계 공동선언서’를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유은혜 교육부총리, 한완상 전 부총리, 박경미, 신경민, 박찬대 당시 국회의원등이 참석했다. 앞줄 맨왼쪽이 필자

[아시아엔=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전 회장, 이해찬 국무총리 비서실장 역임] “부실 대학교 100곳은 문 닫아야.”

2011년 6월 22일 『서울경제신문』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 당시 나는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정부가 거시적인 안목에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를 살려 제안을 했다. 그때 인터뷰 내용을 살펴보자.

“국내 대학 348개 가운데 교육 환경이 열악한 부실 대학 100곳은 퇴출돼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확실한 퇴출 구조가 마련돼야 합니다.”

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재능대 총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부실 대학에 대한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은 잘되지도 않을 뿐더러 부작용이 많다”면서 “사학 법인을 해산할 때 설립자에게 대학 재산의 일부분을 가져가도록 하는 등 퇴출 경로를 마련해야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대학은 일반대학 202개, 전문대학 146개 등 총 348개다. 이 회장은 이 가운데 적어도 100곳은 정리돼야 정상적인 고등교육이 가능하다고 본다. 이 회장은 “학교 법인을 해산할 때 실익이 없으면 어떤 설립자들이 손을 떼려 하겠느냐”고 하면서 “지방 공기업이 폐쇄된 대학의 땅과 시설을 재개발해 거둬들인 수익의 일부를 설립자에게 주면 정부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구조조정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취업난으로 인해 일반대에 비해 취업률이 높은 전문대에 대한 학생·학부모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전문대 역시 위기의식이 높다. 학령 인구가 계속 줄면서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전문대가 적지 않다. 부실 대학으로 평가돼 학자금 대출 제한을 받는 대학 중 전문대가 절반이다.

이 회장은 “위기는 곧 기회”라며 “일반대에 비해 덩치가 작은 전문대는 변화에 더 빨리 적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문대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고등직업교육의 기반을 더욱 튼튼하게 하고 현장 밀착형 실무 중심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지역 기반의 특화된 학과를 운영하고 현장 맞춤형 교육을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난 2020년 현재 국가의 백년대계인 교육의 중요성을 더욱 절실히 깨닫고 있다. 교육이야말로 미래의 희망을 짊어지는 분야가 아닌가. 교육은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으로 국가 전체의 관점에서 교육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이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국가교육위원회이다.

2019년 3월 나는 『한국경제신문』에 직접 대한민국의 전체 교육에 대한 입장을 「국가교육위, 교육 대전환 기회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국민 대다수가 교육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 부모들은 노후 준비를 뒤로한 채 자녀 사교육비 지출에 허리띠를 졸라맨다. 아이들은 학교, 학원으로 끌려다니며 입시 스트레스에 마음과 몸이 병들고 있다. 수시로 바뀌는 대입제도는 학생과 부모, 학교에 피로를 누적시킨다. 대학을 나와도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현실 앞에 교육이 더 이상 희망이 될 수 없음을 절감한다.

문제는 글로벌화, 디지털화, 인구절벽 등으로 현재와는 완전히 다른 불확실한 미래가 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점이다. 변화는 요동을 치는데, 우선순위는 여전히 성적과 대학 간판에 머물러 있다. 현재의 교육 체제와 현실 속에서 자기 주도성, 창의성, 문제 해결력, 협동, 공감, 갈등 관리, 책임감, 도덕적 인성 등을 고루 갖춘 아이들을 길러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런 난맥상의 원인은 대한민국 교육이 나아가야 할 큰 정책 방향, 즉 중장기 비전과 목표, 내용이 없다는 데 있다.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으며, 이를 뒷받침할 교육 시스템도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다. 이런 총체적 문제에 대한 해법이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다. 2002년부터 대선 후보 공약으로 꾸준히 제시돼 왔다. 지난 대선에서는 진보, 보수 등 모든 정당 후보들이 비슷한 내용을 공약했다. 핀란드, 프랑스, 일본 등 교육개혁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는 선진국은 국가교육위원회와 비슷한 기구를 설치해 성과를 내고 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10년 단위의 국가교육기본계획을 수립해 교육의 큰 방향을 제시하고 인적 자원 정책, 학제와 교원, 대입 정책의 장기적 방향을 수립한다. 또 교육과정의 연구 개발 및 고시와 함께 지방 교육 자치를 강화하도록 지원·조정하는 업무를 맡는다. 무엇보다도 교육 현장과 시민 사회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해 사회적 합의를 이뤄 낸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지난 2019년 2월 28일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는 다양한 의견과 쟁점을 중심으로 토론이 이어졌다. 모두 논의와 조정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국가교육위원회라는 ‘대한민국 교육 대전환’의 기회를 잡아 우리 아이들을 위한 미래 교육 설계를 서둘러야 한다.

국가교육위원회 출범 이후 수립될 2030 미래 교육 체제의 화두 중 최우선은 직업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분화된 발전 경로를 보장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교육으로 기른 능동성과 자기 주도성을 발휘해 자기 삶의 주인이 되고, 더불어 살아갈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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