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우의 행복한 도전 70] “4차산업혁명 시대, 생각 키우는 교육을”

4차산업혁명시대의 획기적 기술발전은 생각을 키우는 교육이 뒷받침돼 이뤄지고 있다. 

[아시아엔=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전 회장, 이해찬 국무총리 비서실장 역임] 대학은 어떤 인재를 키워야 할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응할 수 있는 인재, 즉 생각을 키우는 교육을 해야 한다.

『매일경제』는 2017년 10월 31일 「4차 산업혁명 시대, 생각 키우는 교육해야」라는 제목으로 4년제 졸업생의 전문대 유턴 현상과 학벌이 아니라 능력 중심의 인재 육성에 대해 소개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경기도교육청과 함께 다음 달(2017.11) 2일부터 4일까지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진로직업체험박람회를 연다. 2010년에 이어 지난해부터 다시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를 이끄는 이기우 회장(인천재능대학교 총장·전 교육부 차관)은 “학력중심사회에서 능력중심사회로 변하고 있는 이 시대에 올바른 직업교육을 통해서 학생들에게 꿈과 끼를 찾아 주는 기회를 마련해 주고 싶다”며 행사 취지를 강조했다.

평생교육의 시대가 실제로 눈앞에 펼쳐진 지금 그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필요하면 더 배우면 된다’는 메시지를 전파하고 다닌다.

“4차 산업혁명은 곧 일자리 혁명입니다. 이는 사회 전반의 급격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죠. 결국 새 일자리에 대비한 교육의 설계가 중요합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발점이 교육 혁신이라면 그 종착점은 바로 일자리라고 볼 수 있죠. 새로운 교육은 정답을 찾는 교육의 틀을 깨고 생각을 키우면서 능동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는 데 목표를 두어야 합니다. 동시에 고등교육기관은 이론과 연구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현장을 기반으로 하는 탄력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합니다.”

이 회장은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위해 다시 전문대학으로 ‘유턴 입학’을 하는 현상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점을 안타까워했다. 올해 국정감사 자료에서도 나왔듯이, 최근 3년 새 유턴 입학 지원자는 49%, 실제 등록생은 13% 늘어난 상황이다. 그는 이에 대해 전문대학이 전문 직업인을 양성해 높은 취업률을 보장한다는 점에서는 고무적이지만, 가계 경제와 사회가 불필요한 비용을 많이 지불한다는 측면에서는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요즘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일반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전문대학에 들어오는 유턴족이 늘어나고 있다. 학교 교육과 현장 교육의 괴리를 나타내는 단적인 현상이다. 나는 이에 대해 『한국경제신문』에 「전문대 유턴족에게 직진 도로를」이란 글을 통해 안타까운 마음과 해법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일반대를 졸업하고 다시 전문대에 입학 원서를 낸 인원이 지난해 9,200여명에 달했다. 이 중 전문대에 입학한 경우는 1,537명에 이르렀다. 이 수치가 해마다 크게 증가하는 것을 보면 단순히 개인 차원을 넘어선 사회 현상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그들에게 유턴한 이유를 물었다. 대답은 단순하지만 명확했다. 잠재된 소질과 적성으로 전문적인 일자리를 갖기 위해서였다. 결론은 ‘취업’이다. 어려운 고용 환경에서 전문대 졸업생 취업률은 70%를 넘는다. 일반대와의 취업률 격차가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이제는 굳이 통계 수치를 빌리지 않아도 ‘전문대’ 하면 ‘취업’을 당연하게 떠올리게 되는 등식으로 자리 잡았다.

실리를 추구하는 청년 세대는 능력과 실력으로 기성세대가 쌓은 학력주의 옹벽을 넘어서기 위한 도전을 당차게 시도한다. 그 도전 중 하나가 전문대로의 유턴이다. 유턴족은 학벌을 좇아 취득한 일반대 졸업장을 버리고 전문대에서 길을 다시 찾는 것을 ‘다운그레이드’라 여기지 않는다.

자신의 꿈과 미래를 위해 ‘업그레이드’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유턴 현상을 긍정적인 신호로만 봐야 할까? 2015년 국회자료(유기홍 의원)에 따르면 전문대로 유턴한 입학생들의 졸업 비용은 3,857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일반대 4년, 전문대 2~4년 동안 학비와 생활비로 가계에서 부담한 금액만이다. 엄청난 비용이다. 뒤늦게 진로를 변경하기 위해 짊어져야 할 고통치고는 너무 가혹하다. 이런 비용 낭비와 고통은 학벌·학력주의를 쌓아 올린 기성세대와 직업교육을 도외시한 국가의 책임이다. 이제라도 중등학교에서는 직업교육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진로 지도를 강화하고, 국가는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직업교육 시스템을 일반 교육과 동등한 수준으로 격상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흐름 속에서 국가 경쟁력의 활로를 직업교육의 혁신과 확대에서 찾고 있는 경쟁국들의 움직임을 눈여겨봐야 한다. 우리 사회도 직업교육에 대한 편견을 거두고 미래 지향적인 시각으로 다시 바라봐야 한다. 학력으로 차별하지 않고 능력으로 입사와 임금, 승진 등을 결정하는 고용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유턴으로 우회하기에는 실업으로 신음하는 청춘들이 너무 안타깝다. 꿈과 소질을 찾아 진로와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넓고 곧은 길을 내줘야 한다. 젊은 세대들이 갈팡질팡하지 않고 직업교육으로 직진할 수 있는 고속도로를 건설해 주는 것이 기성세대의 역할이다. 더 늦기 전에 우리 스스로 업보를 덜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유턴족은 우리에게 외친다.

“문제는 취업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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