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서른, 잔치는 끝났다’ 최영미

서른, 잔치는 끝났다

물론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운동보다도 운동가를
술보다도 술 마시는 분위기를 더 좋아했다는 걸
그리고 외로울 땐 동지여!로 시작하는 투쟁가가 아니라
낮은 목소리로 사랑노래를 즐겼다는 걸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잔치는 끝났다
술 떨어지고, 사람들은 하나 둘 지갑을 챙기고
마침내 그도 갔지만
마지막 셈을 마치고 제각기 신발을 찾아 신고 떠났지만
어렴풋이 나는 알고 있다

여기 홀로 누군가 마지막까지 남아
주인 대신 상을 치우고
그 모든걸 기억해내며
뜨거운 눈물 흘리리란 걸
그가 부르다만 노래를 마저 고쳐 부르리란 걸

어쩌면 나는 알고 있다
누군가 그 대신 상을 차리고,
새벽이 오기 전에 다시 사람들을 불러 모으리란 걸
환하게 불 밝히고 무대를 다시 꾸미리라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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