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전 총리 “한국-베트남 동반성장의 초석은 ‘신뢰’”

경제성과는 목적 아닌 수단···신뢰 쌓아야 지속발전 가능

[아시아엔=정운찬 KBO총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필자는 지난해 12월 21일부터 24일까지 ‘한·베 동반성장 교류협회’가 주최한 ‘한·베 동반성장 모형 경진대회’(Vietnam-Korea Growing Together Business Challenges 2019)에서 축사를 통해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가 오래 가려면 신뢰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내용을 요약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역동적인 에너지와 긴 역사의 땅, 베트남에 오게 되어 기쁘다. 먼저 베트남의 동남아시아게임 축구 우승을 축하한다. 한국인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팀이 우승했다는 소식은 내게도 특별했다. 한국축구 발전에도 크게 기여한 박항서 감독이 계속해서 베트남 축구 발전에 큰 기여를 하기 바란다.

오늘은 한국과 베트남의 동반성장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한다. 한국과 베트남 사이의 경제 및 문화교류는 1992년 수교 이래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한·베 FTA를 통해 새로운 무역·투자의 기회를 만들어 냈고, 작년 양국 간 무역규모는 미화 680억 달러를 기록하였다. 이는 1992년 무역규모의 130배에 달한다. 한국은 베트남 내 가장 큰 투자국으로 부상했으며, 두 번째 규모의 무역 상대국이다. 또한 베트남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동남아시아 여행지로, 2018년 350만명의 한국 국민이 베트남을 방문했다.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또한 베트남 국민의 15만명 이상이 한국에서 거주하고 있다.

이렇게 양국 간의 관계가 좋을 때일수록 우리는 안일함을 경계해야 한다. 사람간의 관계든 국가간의 관계든, 모든 관계는 식물을 기르는 것과 같다. 겉으로 잘 자라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계속 관심을 갖고 보살펴 주어야 한다.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두 나라의 관계가 건실해 보이더라도, 더 가까이서 관심을 갖고 살펴보아야 지금의 좋은 관계가 더 좋아질 수 있다. 우리 모두 한국과 베트남의 발전을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모였다. 그리고 그 마음은 동반성장으로 실현할 수 있다.

동반성장은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하자’는 시대정신으로, 함께 성장하되 분배는 더 공정하게 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성장하기 때문에 분배를 포기하거나, 분배를 위해 성장을 포기하는 종전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동반성장의 시대정신으로 우리는 성장과 분배, 두 가지 과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과 베트남, 두 국가는 어떻게 동반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까? 바로 ‘신뢰’다. 경제성과는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지만, 오래 가지 못하기 일쑤다. 한국과 베트남의 교류도 마찬가지다. 경제 교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오랜 시간 지속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한국과 베트남 간의 동반성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려면, 양국 간의 관계는 경제적 가치보다 더 큰 가치에 그 뿌리를 두어야 한다. 다시 말해 경제적 성과는 양국 간의 관계 발전에 수단이 되어야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

경제적 가치보다 견고한 가치에 뿌리를 내려야, 양국 간의 관계는 더 멀리 내다볼 수 있으며, 더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다.

현재 한국 정부와 다수의 한국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베트남 정부 및 기업들에 기술을 이전하고 경제 발전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많은 베트남 국민들이 한국을 방문해 한국의 축적된 노하우와 지식을 배우고 있다. 그러나 목전의 이익만 추구하기보다 서로의 장기적 발전에 시선을 둘 때 신뢰가 쌓이게 되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한국 및 베트남 기업들은 더 큰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것이 바로 동반성장의 실현이다.

오늘 참가한 팀들은 동반성장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사업 아이디어를 준비했다. 동반성장의 가치를 실현하는 기업이야말로 견고한 초석 위에 세워진 지속가능한 기업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지속가능한 기업만이 한국과 베트남의 동반성장에 진정한 기여를 할 수 있다. 오늘 나온 많은 아이디어들이 한국과 베트남이 동반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라 믿는다. 열심히 준비해 준 모든 참석자 및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이 기회에 동반성장이란 무엇인지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동반성장은 21세기의 두 번째 10년대(2010~2019)에 한국경제의 화두로 등장했다.

동반성장(shared growth)은 ‘더불어 성장하고 함께 나누자’는 사회 운용의 기본 원리를 말한다. 공동체를 구성하는 개인과 개인, 집단과 집단, 국가 사이를 ‘동반자’ 관계로 조성하여 사회가 지속 가능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동반성장은 어느 일방에게만 이익이 돌아가는 ‘승자 독식의 경쟁’을 배제하고 참여자 모두에게 정당한 몫이 돌아가는 ‘협력적 경쟁’을 추구한다.

여기서 말하는 ‘함께 나누자’라는 것은 있는 사람의 것을 빼앗아 없는 사람에게 주자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경제 전체의 파이는 크게 하되 분배의 룰은 조금 바꾸자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GDP가 100이고 부자에게 50 그리고 빈자에게 50이 분배된다고 하자. 동반성장이 추구하는 것은 GDP를 예를 들면 110으로 키우되 종전처럼 분배했을 때의 55 대 55에서 54 대 56 또는 53 대 57로 나누자는 것이다. 그렇게 부자·빈자 모두 다 성장의 과실을 얻게 하되 빈자의 증분이 부자의 증분보다 조금 크게 하자는 것이다. 그 결과 사회 전체의 후생은 증가하고 공동체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동반성장은 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논의되었으나 빈부 간, 도농 간, 지역 간, 남녀 간, 세대 간, 남북한 간, 국가 간 등 적용범위가 넓다. (<서울대총동창신문> 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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