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정치 시동거나···박근혜 경제민주화 ‘공감’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본격적인 정치행보에 나서는가?
정 전 총리는 9일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동반성장과 경제민주화의 이해와 오해’ 주제 특별강연에서 “경제민주화는 동반성장을 이루는 수단”이라며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화두가 된 경제민주화는 경제적 측면의 동반성장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공존과 공정한 분배를 달성하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 전후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특별히 강조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총리 시절 세종시 문제로 불편한 관계였던 박 대통령과의 사이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날 지 주목된다.
특히 정 전 총리는 앞서 지난 6일 JTBC 시대기획 동행에서 ‘정운찬-김무성 만나다’ 편에 출연해 4·11 보궐선거에서 당선한 친박계 좌장격인 김무성 새누리당 국회의원 당선자(부산 영도)와 한국 정치경제 현안, 박근혜정부의 과제 및 전망, 동반성장 등을 주제로 대담을 나눠 이런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방송은 오는 12일 아침 방영된다.
정 전 총리는 특히 이날 특강에서 보수세력과 급진세력의 입장을 똑같은 톤으로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동반성장은 20세기와 구분되는 21세기 우리 사회의 시대정신”이라며 “동반성장과 경제민주화의 가치 속에 든 올바른 알맹이가 다양한 논객의 색깔론과 목소리에 가려 국민만 혼란스러워해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대기업 등 보수세력은 기존의 불공정 분배틀에 기초한 기득권이 일부 조정되는 것에 대해 급진이라고 불편해 하고, 노동운동가 등 급진세력은 그런 부분적 조정은 보수적 접근에 기초한 눈속임이라며 매도한다”며 “보수와 급진 할 것 없이 ‘문제’에는 초점을 맞추지 않은 채 ‘지적’만을 가리키며 분란을 키우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그가 ‘보수’ 대 ‘급진’으로 표현한 것은 우리사회에서 통용돼온 보수 대 진보의 양분법을 벗어나 ‘탈이념, 실용노선’을 주창하며 중간계층을 향해 보폭을 넓히려는 시도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는 특히 이날 연설 말미에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대기업의 선도적 변화 및 중소기업이 스스로 돕는 삼위일체를 강조하며 “모든 진리는 첫째 단계에서 조롱당하고, 둘째 단계에서는 심한 반대에 부딪치며, 셋째 단계에서야 비로소 자명한 것으로 인정받는다”는 쇼펜하우어의 말을 인용해 눈길을 끌었다.
최근 국회의원 당선으로 본격적인 정치행보에 나선 안철수씨는 지난 해 11월20일 한국기자협회 초청토론회에서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로 끝맺는 조동화 시인의 싯구를 인용한 바 있어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지난해 총선을 전후해 “연말 대통령 선거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다. 특히 선거 막바지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보도됐으나 “동반성장에 가장 관심을 보이는 후보와 함께 하겠다고 한 발언이 와전돼 보도됐다”고 12일 방영되는 프로그램에서 밝혔다.
이날 제1회 포럼을 연 동반성장연구소는 매월 둘째 목요일 아침 경제문제를 비롯해 교육 사회 문화 정치 등 각 분야별 불균형에 대한 진단 및 동반성장 대안 마련에 나설 예정이라고 정 전 총리는 밝혔다. 경제민주화와 함께 정치를 포함한 분야별 현안들에 대한 자신의 목소리를 분명히 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초대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2010.12~2012.3)을 지내고 지난해 6월 동반성장연구소를 설립해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날 첫 포럼에는 이영선 전 한림대 총장, 이호인 전 서울대 부총장, 최염 경주최부자집 후손,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 김재영 서울대 교수, 최세규 재능기부협회 이사장, 중소기업인 등 12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