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석의 難行②] 전세계 난민 3천만명 육박, 수용소에선 종교·민족·인종 따라 ‘차별’
<아시아엔> 이신석 분쟁지역 전문기자가 12월 17일 또다시 험난한 취재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이신석 기자는 유럽에서 시작해 아시아로 넘어와 파키스탄과 인도, 미얀마, 태국, 말레이시아 그리고 인도네시아에서 1차로 마무리 될 예정입니다. 지난 10년 이상 분쟁지역을 목숨 걸고 찾아다니며 난민과 램넌트들의 고달픈 삶을 취재해온 이신석 기자는 말합니다. “분명 가서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고 믿기에 또 긴 여정을 시작합니다.” <아시아엔>은 ‘이신석의 難行’이란 타이틀을 붙여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격려 당부드립니다. <편집자>
[아시아엔=비엔나 이신석 <아시아엔> 분쟁지역 전문기자] 아프가니스탄 출신 난민 싱에 따르면 기자가 정문 앞까지 다가갔던 트라이스키르첸 수용소에는 자신의 모국인 아프간을 비롯해 파키스탄, 인도, 이란, 이라크, 시리아, 중국, 티벳 난민들이 있다고 한다. 아랍과 아프리카에서 온 이슬람 교도들이 대부분인데, 이들은 수용소 내에서도 차별을 겪고 있다고 한다. 싱은 자신이 시크교도이며, 시크교는 평화의 종교로 파괴를 일삼는 일부 과격 이슬람과는 다르다고 강변했다.
그런데, 싱은 기차 안에 설치된 자동발권기에서 티켓을 발부받지 못하는 게 아닌가? 영어로 말하며 도와주었더니 그도 영어로 고맙다고 인사한다. 영어 소통이 어느 정도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영어는 물론, 이곳 오스트리아 공용어인 독일어는 전혀 읽지 못한다고 했다.
최근 오스트리아 정부는 ‘이민자를 위한 규정’(Ten Commandments of Immigration)을 내놓았다고 한다. 난민들이 지키고 따라야 하는 행동양식인 셈이다. 난민수용소에 신청을 하는 난민들은 여기에 필수적으로 서명을 해야 한다고 독일의 <Welt지>에서 본 기억이 난다.
그 10개 규정은 △독일어를 배울 것 △오스트리아 법률을 준수할 것 △‘오스트리아의 가치관’을 받아들이고 자녀를 그것에 맞게 키울 것 △분쟁을 비폭력으로 해결할 것 △오스트리아에 감사를 표할 것 등을 포함하고 있다.
아프간 출신 싱을 보고 있으니 무엇보다 “독일어를 배울 것”이라는 항목이 떠올랐다. 대부분 문맹인 난민들에게 독일어를 배우는 일이 얼마나 어려울 일일까 걱정이 되었다.
자신이 나서 자란 삶의 살고 터전을 등지고 타국에 난민 신청을 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그곳 언어를 배우고 새 문화에 적응해야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겠다. 하지만 오스트리아에 감사하고 이 나라의 가치관에 따라 자녀교육을 하라는 항목에는 왠지 씁쓸해지는 게 어쩔 수가 없었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2018년 현재 세계적으로 분쟁, 폭력, 박해로 강제로 집을 떠나 피난길에 오른 난민을 포함한 강제 실향민은 6850만명, 고국을 떠난 난민은 2540만명에 이른다.
난민의 절반 이상은 18세 미만 어린이들이며, 전 세계 강제 실향민 가운데 85%가 개발도상국에서 살고 있다. 특히 전체 난민 가운데 57%는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남수단 등 3개국 출신이다.
또 전체 난민의 58%는 난민촌이나 농촌이 아닌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난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고 테러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세계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숙제임에 틀림없다.
유럽의 몇몇 국가가 난민을 받아들이고는 있지만 대체로 난민의 망명을 외면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정착을 하지 못하고 난민캠프에서 어렵게 생활하는 난민은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기자가 인천을 떠나 처음 도착한 곳은 오스트리아 비엔나였다. 2015년 오스트리아에 망명신청 난민이 9만명, 이 가운데 3년 뒤인 2018년 1만4천여명이 받아들여졌다. 7만명 이상은 난민 지위를 얻지 못한 채 또다른 곳으로 떠돌아다녀야 하는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