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경 탄생①] 미모의 담배가게 점원 의문의 죽음
[아시아엔=김중겸 치안발전포럼 이사장, 전 경찰청 수사국장] 내 딸을 담뱃가게 점원으로? 담배판매점 사장 존 엔더슨 친구들은 그에게 “매혹적인 젊은 처녀가 있다. 그녀를 고용하라”고 했다. “왜?” “손님 많이 끌어들일 거다!”
하도 권해서 그럼 한번 보러나 가겠다고 집 나섰다. 하숙집 딸이었다. 아버지는 몇 년 전 작고,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다.
과연 예뻤다. 당사자인 딸은 좋다고 고개 끄덕였다. 모친은 고개 갸우뚱거린다. “담배를 파신다고요?”
아무나 하는 업종이 아니었다. 자본 있다고 할 수 있는 장사가 아니었다. 관청의 허가가 필요했다. 지역의 실세 정치가가 밀어주어야 허가증 손에 쥐었다.
허가취소 당하지 않으려면 든든한 그 배경을 계속 유지해야 했다. 수시로 가는 정(palm oil) 전해야 했다. 다름 아닌 뇌물(bribe)이다.
물론 그 몇 십배 이익이 났다. 돈 좀 있는 자는 누구나 군침 흘렸다. 그런 점에서는 임금 떼일 염려는 없었다. 취직해도 될 듯했다.
그러나 사장이 미남이다. 돈도 많다. 어째 좀 찜찜했다. 딸이 졸라댔다. 모친은 마침내 허락했다.
손님이 몰려왔다. 스무 살 한창 피어난 미녀가 담배 팔았다. 쟁쟁한 명사들 미모에 끌려 드나들었다. 소설 쓰고 시 짓는 문인 많이 왔다.
워싱턴 어빙(Washington Irving)도 있었다. 그가 누군가. 미국 낭만주의 선구자다. 50대 후반인데도 한번 오면 갈 줄 몰랐다.
시를 지어 바치는 시인도 있었다. 오! 그 미소! 천국에 온듯하오. 눈동자는 또 어떤가. 아! 별이다. 별! 읊조렸다.
보통사람이라고 질소냐. 이왕이면 다홍치마. 거기 cigar girl한테서 사자. 뭇 사내들이 다 몰려들었다. 연일 장사진. 물건 대지 못할 정도였다.
사장은 입 다물어지지 않았다. 복덩이 덕에 돈은 쌓이기만 했다. 너무 좋았다.
어느 날 사라졌다
그렇게 열 달이 지난 어느 날. 가게에 나오지 않았다. 어디 아픈가?
사장은 그녀 집에 가봤다. 없었다. 모친은 딸의 가출에 광란상태.
실종신고 했다. 이를 알게 된 기자는 cigar girl이 어디론가 가버렸다는 선정적 보도를 했다. 엿새가 지났다. 홀연 귀가했다.
사람이 변해서 나타났다. 얼굴에 미소가 사라졌다. 눈동자의 영롱함도 없어졌다. 어디 갔다 왔냐고 묻는 말에 묵묵부답. 슬픈 표정 종종 나타났다.
며칠 후 루머 나돌았다. 키 크고 핸섬한 해군장교와 함께 돌아다니더라는 내용이었다.
어머니가 다그쳤다. 대답 없었다. 담뱃가게 나가지 않겠다고 했다. 그렇게 그만 뒀다. 여인숙 골방에 처박혀 지내기 시작했다.
강물에 떠다니는 시체
한 달이 지났다. 돌연 약혼했다고 했다. 상대는? 하숙하고 있는 다니엘 페인. 주위의 반대는 없었다. 다들 축하했다.
스물한 살 생일을 사흘 앞둔 날 아침 열시. 약혼자 방문 두드렸다.
“다니엘! 나, 베커 스트리트에 사는 이모에게 좀 다녀올게.” “그렇게 해. 그럼 저녁 때 봐.”
거센 빗줄기 속을 뛰어가는 약혼녀 뒷모습 보면서 ‘잘 다녀오라’고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밤새 천둥쳤다. 걱정이 태산. 약혼녀 어머니, 장모될 여인숙 주인장과 함께 밤 지새웠다. 뜬눈으로.
이튿날 이모 집에 가지 않은 사실이 밝혀졌다. 실종신고에 이은 수색. 흔적 없었다.
사흘 후 대서양으로 흘러가는 허드슨 강. 어부들이 강 한복판에서 물체를 발견했다. 손발 절단된 젊은 여성, cigar girl이었다.
검시관은 목에 난 손자국 봤다. 목 졸려 죽었다 했다. 옷 일부와 장갑은 강가 덤불 속에서 찾아냈다.
수사는 난항
the beautiful cigar girl. 1820년에 뉴욕에서 태어났다. 1841년 7월 28일 뉴욕시 앞을 흐르는 허드슨 강에서 시체로 발견됐다.
본명은 Mary Cecilia Rogers. 그녀 인생 21년 역사의 마지막 부분이다.
제1 용의자. 메리 로저스가 일한 상점의 사장이 지목됐다. 임신시키고 불륜사실 발각될까 두려워 죽인 걸로 봤다. 알리바이 확실해 풀려났다.
제2 용의자군. 동네 건달들. 그들은 저명인사들이 좋아하는 여자라 거들떠보지 않았다 한다.
제3 용의자. 불법 낙태시술자. 정밀부검 결과 임신사실 없음으로 판명됐다.
제4 용의자. 약혼자. 10월 7일 자살했다. 죽은 장소는 약혼녀 시체 발견된 곳 근처. 유서엔 “저의 잘못 보낸 인생을 신이여 용서하십시오”라고 적혀있었다.
이 두 가지를 근거로 그가 범인이라고 보는 이가 많았다. 그러나 폭풍우 치는 밤 약혼녀 어머니와 함께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오리무중인 살인사건 되고 말았다. 뉴욕시민들 특히 cigar girl의 단골이 분노했다. 영향력 있는 저명인사들이었다.
뉴욕 시 정부를 질타했다. 언제까지 night watch(야경)만 돌 거냐. 시대에 맞는 police system(경찰제도)는 언제 만들 거냐. 비난여론 비등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