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환자도 사람이다①] “중독자에게 무료 마약을”···’뱅쿠버의 실험’ 결과는 과연?
“마약중독 환자도 사람이다. 살려야 한다”
[아시아엔=김중겸 전 경찰청 수사국장, 인터폴 부총재 역임] 마약 중독자를 보는 시각은 하나였다.“인생 패배자, 그리고 금지약물에 손댄 범죄자. 따라서 갱생보호가 필요하고 수용소에 격리시켜 치료해야 한다.”
과연 최상의 정책인가? 끊었다는 판정 받고 사회로 복귀한다. 그런데 왜 다시 마약에 접근하는가. 성공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실패작 아닌가.
그렇다고 방치한다? 약값 벌려고 구걸한다. 마약 갱에게 목숨 뺏긴다. 노숙하다 죽어간다.
결과가 그렇다면 아예 중독자에게 마약을 주자. 이렇게 해서 생긴 시설이 바로 깨끗한 곳에서 깨끗한 주사를 사용하는 주사실(injection room)이다.
1986년 스위스에서 처음 생겼다. 이후 독일, 스페인, 노르웨이, 오스트레일리아에서도 민간봉사단체가 시작했다.
캐나다 뱅쿠버 Shooting Up Legally
시 중심지 번화가 한쪽 끝 뒷골목 빈민가. 중산층이 교외로 이사 간 다음 폐허가 된 극빈 거리다. 이곳에 매춘부, 포주, 기둥서방, 마약 중독자, 마약 소매상 등 5천명이 거주한다.
Shooting Up Legally가 그 입구에 있다. 적법하게 마약주사 맞는 주사실이라는 뜻이다. 비영리단체 생명구하기(Save Lives)가 운영한다.
오전 10시 문 연다. 사용자는 접수대에 가서 본명이 아닌 가명 기재한다. 이어 주사부스로 간다. 헤로인, 코카인, 암페타민 중에서 고른다. 비치된 주사기와 기구 이용해 마약 사용한다. 모두 1회용. 다음 날 새벽 4시에 문 닫는다. 매일 18시간 운영.
하루 8백명이 자유롭게 이용한다. 이름? 묻지 않는다. 신원? 철저히 보호한다. 하루에 한번이다. 그날 또 오면 돌려보낸다. 1일 적정량만 이용케 한다. 사망에 이를 정도의 과다사용은 금지한다.
중독자도 사람이다, 살려야 한다!
뱅쿠버에서 왜 시작했나? 사연 있다. 뱅쿠버는 잘 사는 나라의 잘 사는 도시다. 그런데 웬일인가. 부자도시 중에서 에이즈 감염자가 제일 많았다.
원인은? 뒷골목 쓰레기통 옆에 쭈그려 앉아 쓰레기통에서 주운 주사기로 마약 맞는 중독자였다. 몹쓸 병 전염됐다. 쓰레기통 옆에서 죽어 갔다.
살릴 방법은? 깨끗한 주사기(clean needle). 그럼 어떻게? 시민들이 정치인 움직였다. 2002년 밴쿠버 시장선거에서 한 후보자가 ‘깨끗한 주사기 정책’을 들고 나왔다. 시장선거 이슈가 됐다. 그 후보 당선됐다.
주 수상과 주 보건장관은 반대했다. 연간 3백만 캐나다 달러를 왜 세금에서 지출하느냐. 지방법원 소송에서도 주사파(注射派)가 패배했다. 하지만 2011년 9월 대법원은 마침내 이렇게 판결했다. “미약 중독자도 일반시민과 동등하게 의료서비스 받을 권리가 있다.” 죽게 놔두면 안 된다는 사람들이 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