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시절’ 뚝섬···배 터지도록 수박 먹던 개구장이들 어디에?

60년전 뚝섬 모습

[아시아엔=김중겸 수필가] 소면. 한국에서는 술 먹은 다음 날 속 푼다며 먹는다. 귀한 음식이 해장 면으로 정착했다.

국제표준 굵기는 0.1mm 이하다. 우동과의 본질적 차이는 여기에 있지 않다.

얇게 펴서 늘려나가는 과정에서 우동과 소면의 다른 점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소면의 가운데에 아주 가느다란 구멍 空洞 공동이 생긴다.

즉 우동은 棒봉, 밀가루 막대다. 소면은 管관 밀가루 대롱 피리다.

물론 이런 차이는 국수기계로는 나타나지 않는다. 손만이 만들어낸다.

나의 소면, 나의 수박

기양씨는 기차가 지방 역에서 잠깐 멈출 때 얼른 나가서 후루룩. 우동 빨리 먹고 올라탔었다.

70년대 중반 을지로 철물가게에서 점원으로 있을 때다. 원래 짜장면을 좋아했다. 입안을 자꾸 씹혀 결 우동으로 바꿨다.

한국에서는 밀가루 음식의 대명사는 국수. 요즘은 별별 메뉴 다 등장했다.

삼양라면. 초창기 농촌에서는 가장 고급음식(?) 취급을 받았다.

현금이 귀한 농촌. 곡식 팔아 현찰 손에 쥐어야 라면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학교 앞 분식집 한집 건너 한집이었던 때. 그 유행이 추억으로 어른거린다.

종각 근처에 전문라면집. 5천원이면 공기밥까지 얹어주었던 게 인상 깊다.

지금은 캐나다 사는 승규씨

내 고향 뚝섬. 어렸을 적에 채소의 산지였다. 토마토, 가지, 호박···.

강 건너편 잠실은 새내강(新川江), 탄천으로 둘러싸인 땅이 좋은 삼각주(delta 三角洲)였다.

비옥한 모래밭에 참외와 수박 재배했다. 한여름이면 달구지에 실어 서울 문안 사람들에게 공급했다.

장마가 들면 늘 홍수가 난다. 참외 수박이 덩굴채로 둥둥 뚝섬으로 떠내려 온다. 개구쟁이들 옷 다 벗고 개구리처럼 헤엄쳐 특히 수박을 건져냈다.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생각해보면 잠실 농부들은 피눈물나는 일이었다. 뚝섬 개구쟁이들은 그걸 좋아라고 먹었다.

참외, 종류도 많았다. 배꼽참외, 청참외, 개구리참외는 이제 다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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