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인’ 인생 차민수 33] 기억하고 싶지 않은 승부
[아시아엔=차민수 드라마 ‘올인’ 실제주인공, <블랙잭 이길 수 있다> 저자, 강원관광대 명예교수] 예전에 LA에 있는 ‘바이시클카지노’에서 게임을 하다가 3시간만에 8만 달러를 잃은 적이 있다. 몇년에 한번 나올 만한 악운의 연속이었다.
약이 바짝 오른 나는 라스베가스로 전화를 해보니 큰 게임이 돌아가고 있었다. 마지막 비행기를 타기에도 시간이 빠듯해 집에 가서 금고열쇠를 가져갈 시간이 없어 카지노에 남아있던 3만 달러만 가지고 갔다.
3만 달러는 당시 우리가 하는 게임을 정상적으로 하기는 턱없이 부족한 돈이었다. 라스베가스 카지노 개인금고에는 돈이 있었으나 열쇠를 가져오질 못했다. 하지만 3일간 계속된 게임으로 LA에서 잃은 8만 달러와 라스베가스에서 계속해서 잃은 40만 달러를 합하여 48만달러를 잃고 있었다. 당시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6억이나 되는 돈이었다.
칩 리즈가 10만 달러, 스튜이 헝거가 50만달러를 빌려주었다. 스튜이가 게임을 끝내고 나가면서 “지미 돈 필요하지?” 하며 잔돈만 가지고 나가면서 50만 달러를 채워주고 나가는 것이다.
게임은 풀릴 기미도 없고 돈도 부족하여 게임을 그만 두려던 차에 자금은 여유가 생기게 되었다. 4일째 접어드는 날 저녁 무렵 큰 운이 돌아왔다. 매판마다 이기기 시작하니 47만 달러를 금방 찾고 1만 달러만 지고 있었다.
잠시 동안 1만 달러가 앤티로 다시 나가자 2만 달러만 지고 있는 셈이 되었다. 일단은 거의 다 찾았으니 쉬었다가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나는 4일만에 처음으로 주인을 맞는 방으로 올라가 샤워를 하고는 바로 잠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새벽이 되어서야 잠시 잠에서 깬 나는 판에다 그대로 두고 나온 65만 달러가 넘는 돈이 생각이 났다. 포커 룸에 급히 전화를 해보니 돈은 그대로 있고 도울과 로저 둘이서 게임을 하고 있었다.
급히 샤워를 하고 카지노로 내려갔다. 내가 판에 앉자 30분도 되지 않아 “후레시맨(정신 맑은 사람)이 왔으니 나는 가야지” 하며 도울이 칩을 주섬주섬 챙기며 일어난다.
9척 장신인 로저와 나는 크게 싸울 뻔한 적이 있어 서로 인사도 하지 않는 사이였다. 둘만의 게임이 시작되고 ‘레이즈’나 ‘콜’ 소리도 없이 침묵만 흘렀다. 말 없는 칩만 허공을 가르고 있었다.
로저는 칩이 바닥에 거의 가까워지면 어디론가 전화를 한다. 잠시 후 누군가 누런 봉투를 가져다주면 그 안에는 어김없이 10만 달러가 들어 있었다. 그렇게 서너 번에 걸쳐 하다 보니 아침이 밝았고 모닝 플레이어들이 판에 앉기 시작하였다. 이때 나는 잃은 돈을 다 찾고 27만 달러를 이기고 있었다.
한국음식을 좋아하는 나는 오랜만에 한식을 먹기 위하여 ‘웨스턴식당’을 찾았다. 웨스턴식당은 내가 라스베가스에 처음으로 발붙였을 때에 자주 찾던 식당으로 주인 하고 ‘호형호제’ 하는 사이가 되었다.
주방에서 요리를 하는 형님과 인정 많은 형수님 두분이서 종업원 없이 운영하던 식당이다.
베가스에서 최고로 맛은 있으나 여행객들은 잘 모르는 식당이었다. 두어 시간의 휴식을 취하고 호텔로 돌아오니 로저는 30만 달러를 넘게 지고 있었는데 본전을 거의 찾아가고 있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스터드와 P.L.O를 전공으로 하는 로저는 라스베가스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번 사람 5인 중에 한 사람이다. 포커로 번 돈으로 골프장도 사서 운영하기도 했다. 내게는 너무나 쉬운 상대였지만 다른 이에게는 무척 강했다.
포커에는 기풍에 따라 특정인에게 강하고 약한 ‘상대성’이 간혹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