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인’ 인생 차민수 35] 갬블러들의 독특한 취향

[아시아엔=차민수 드라마 ‘올인’ 실제 주인공, 강원관광대 명예교수, <블랙잭 이길 수 있다> 저자] 미국 테네시 출신으로 라스베가스에서 게임을 하던 하이롤러 중에 트로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이 친구는 독특한 취향이 졌을 때 나오는데, 게임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카지노를 돌아다니며 아름다운 아가씨를 고른다. 그리고는 시간당 계약을 하여 돈을 주고 게임하는 자리 옆에 앉혀 놓는 것이다.

어디서 찾았는지 얼마를 주는지는 모르지만 참으로 최고의 미인만 찾아온다. 우리에게 미인계를 쓰려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아가씨가 포커를 못 하면 몇 시간을 멍하니 알지도 못하는 사람 옆에 앉아 있어야 하는 것이다. 여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렇게 본전을 만회해 리듬을 되찾을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어떤 이는 행운의 상징으로 여자의 팬티를 입기도 한다. 자기 나름대로의 미신을 정해 지킨다. 나도 한 가지가 있었는데 게임을 질 때 까지는 바지를 갈아입지 않았다.

승부세계에는 ‘표정관리’라는 말이 있다. 인간은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희노애락이 바로 표정으로 표출된다. 아마추어의 경우 표정관리가 전혀 되지 않아 좋은 패를 들었을 때 모든 사람이 다 알아채고 죽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표정관리가 안 되기 때문이다.

프로의 경우에도 표정관리가 매우 어려운 부분 중에 하나다. 표정을 너무 필요 이상으로 관리하여 액션을 하는 것을 헐리우드 액션이라고도 부른다. 헐리우드 액션은 남에게 불쾌감을 주므로 매너가 좋지 않다는 평을 듣게 된다. 심하면 게임 중에 언쟁이나 몸싸움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나는 표정관리라는 것이 없다. 그냥 항상 웃는다.

사람에게는 마지막 장에 필요한 것을 못 그렸을 경우에 실망의 그림자가 0.1초도 안 되는 순간이지만 눈으로 스쳐지나간다. 재능 있고 훈련되어 있는 사람은 그 순간을 읽어낼 수가 있다.

나는 조지 부시 대통령의 텔레비전 연설을 보고 중동전이 일어날 것을 알아맞힌 적이 있다. 연설할 때 얼굴의 일그러지는 모습을 보고 백인 지식층의 극도의 분노를 자재하고 있는 모습을 읽을 수가 있었다.

이렇게 평상시 상대의 표정이나 습관을 주의해서 관찰하면 상대의 심리상태까지 파악할 수 있다.

사람의 습관이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세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지 않은가?

습관이란 버리기가 쉽지 않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연히 나오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평소습관을 주의 깊게 관찰하여 상대가 가진 패를 정확하게 예상해 계산해 내는 방법을 실전에서 사용한다.

자그만 습관도 남에게 보이지 않는 것은 포커페이스의 기본인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실전이 지나고 나면 금방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이 실전이야기를 해달라고 하면 딱히 별로 기억나는 것이 없다. 어떻게 그러냐고 하지만 사실이 그렇다. 중요하지 않은 것은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야 내가 산다.

내가 겪은 모든 것을 다 기억한다면 중압감에 나는 벌써 미쳐 버렸을지 모른다. 나에게 망각이란 신이 주신 선물이다. 그러나 나와 승부를 하는 사이라면 경우가 달라진다. 10년이 지나서 만나도 상대방의 실력이나 습관을 반드시 다시 기억해 낸다. 이 방면은 내가 남과 다른 특이한 장점이기도 하다. 나도 어째서 그런지는 모르겠다. 필요하면 생각하여 기억해 내는 능력이 내게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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