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인’ 인생 차민수 34] 카지노서 패가망신한 사람 이야기

[아시아엔=차민수 드라마 ‘올인’ 실제주인공, 강원관광대 명예교수, <블랙잭 이길 수 있다> 저자] 라스베가스에 한인들을 상대로 택시영업을 하는 한씨 姓을 사용하는 할아버지가 있다. 한씨가 본성인지는 알 길이 없다.

나는 우연히 그의 과거를 알게 되어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포커에서 남을 유난히 끝까지 따라가는 사람을 ‘독일병정’이라고 부르는데 원조가 바로 그였다.

96년 초 라스베가스에서 20여일을 계속하여 일하다 피곤을 느껴 갑자기 플라톤에 있는 집에 가서 잠을 좀 푹 자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밤중에 한 할아버지 택시를 부르게 되었다.

오는 길에 이야기가 시작되었는데 카지노의 세계를 예상외로 많이 아는 것이었다. 내가 아는 카지노업계의 인물도 많이 알고 있어 참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 중에는 ‘구루무 정’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그에 대해서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구루무 정은 부인이 LA 한인타운에서 화장품가게를 하여 붙여진 별명이었다. 예전에는 한국을 방문하는 교포들은 코티분과 화장품을 사갔다. 화장품 공장에 가서 유효기간이 거의 다된 화장품을 싼값에 구입한 후 물건을 싣고 있는 직원에게 뒷돈을 찔러주고 물건을 더 가져다 파는 방식으로 큰돈을 벌었다.

한인타운 인근의 카지노를 무대로 아시안 포커테이블로 한인 손님을 끌어 모아 떼돈도 번, 이재가 밝은 사람이었다.

이 사람에게는 여자를 낚는 교묘한 재주도 있었다. 룸살롱에 가서 오늘은 진짜로 마누라와 헤어질 것처럼 자기집 사람 욕을 한다. 마담이 달래보아도 막무가내로 성을 내며 이번기회에 꼭 헤어진다고 한다. 이 말을 곧이 들은 순진한 마담은 봉을 잡았다는 생각에 그와 하룻밤을 보내게 되고 다음날이 돼서야 꿈을 깨게 된다.

한인타운 술집에서는 아가씨가 들어오면 오늘 번 돈을 부하를 시켜 가방에서 꺼내 상위에 하나 가득 펼쳐놓고 아가씨에게 마음대로 가져가라고 한다.

건달들인지라 아무도 감히 돈을 건드리지 못한다. 술자리가 끝날 때가 되면 오늘 외박을 나갈 사람은 따라 나서라고 한다. 큰돈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 아가씨가 따라나서고 일이 끝나면 100달러만 준다. 아가씨가 불평을 하면 나같은 바람둥이는 너희들이 디스카운트를 해줘야 한다나?

말년은 좋지 않았지만 구루무 정의 이야기로 지루한지 모르고 두어 시간이 휙 지나갔다. 마지막으로 본인 이야기가 나오는데 동대문 ‘이정재사단’의 행동대장 출신으로 게임머신 쪽에 밝아 예전에 워커힐 파라다이스카지노 옆에 게임룸을 운영했던 사람이다.

건달 출신이라 입이 거칠어 존칭을 쓰지 않고 회장의 이름을 함부로 입에 올리는 그가 파라다이스 직원들로부터 미움을 산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자기도 카지노만큼 돈을 잘 벌고 있어 전낙원회장은 그의 안중에 없었다. 어느 날 누군가 외국 영주권을 취득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어 영주권을 취득하게 되었다. 영주권이 이 사람을 패가망신 시키기에 지름길이었던 것이다.

카지노 출입이 자유로워진 그는 카지노를 출입하기 시작하며 돈을 날리기 시작하였다. 카지노에는 ‘꽁지’라고 불리는 하루 10%의 고리를 받는 사채업자가 있다. 갖고 있는 현금이 1억밖에 안 되어도 꽁지 때문에 하루에 10억도 질 수가 있다. 수백억의 재산도 이래서 눈 깜박 하는 사이에 먼지처럼 날라 가는 것이다.

가게까지 날린 그는 세계 각처를 떠돌아다니다 라스베가스에 정착하게 되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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