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촛불이 다시 켜진다면···’대충대충’ ‘건성건성’ 외교부
[아시아엔=박호경 기자] 회사원 문용식(58·대구시 달서구)씨는 지난 8월27일 외교부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2015년 4월 1일 캐나다 연방검찰에 의해 ‘성매매 단체 조직’ 등의 혐의로 체포돼 30월째 수감 중인 전대근(49) 목사 사건과 관련해서다.
문씨는 ‘캐나다 몬트리올 연방구치소에 구속되어 있는 전대근목사 관련 진정서’를 통해 외교부에 다음과 같이 세가지 요망사항을 전했다.
첫째, 전목사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면 캐나다 정부의 처사는 부당한 것이며, 주요 혐의가 지난 예비재판을 통해 제외되었다면 전목사가 구속되어 있을 이유가 없는 것이며 즉각 석방되어야 합니다. 주권국가로서 우리 외교부가 외교 경로를 통해 계속해서 부당함을 따지고 외교적 보호 권 행사도 적극 행사해 주길 소망합니다.
둘째, 전목사에 관한 일반적인 영사조력 외 외교부가 전목사 구명을 위해 그동안 캐나다정부를 상대로 어떤 노력이 있었는지 있다면 상세히 알려주세요.
셋째, 현재 국내에 거주하는 학교 설립자 김병화 원장은 이 사건 직접 피해자로 사건내역을 누구보다 소상히 알고 있는 당사자입니다. 당국에 연락처 등 정보가 있다면 외교부가 그동안 사건 피해자에게 일체 문의가 없다는 것을 이해 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도 답변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지난 4일 이메일을 통해 답변을 보내왔다.
“외교부 재외국민안전과입니다. 귀하께서 문의하신 내용에 대해 아래와 같이 답변드립니다. 외교부는 해외에서 우리국민이 범죄에 연루되어 체포·구금된 경우, 관련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현지 사법제도 및 변호사 선임절차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영사조력을 실시하며, 주재국 사법당국에 체포·구금된 우리국민이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귀하께서 제기하신 캐나다에 장기 구금되어 있는 전대근 목사와 관련하여, 외교부 본부와 재외공관은 캐나다 외교부 및 사법당국 관계자 면담 등을 통해 전대근 목사의 무죄 주장 내용을 설명하고, 재판이 신속하고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지속 요청해오고 있습니다.
또한, 담당영사는 전대근 목사를 지속 접촉하여 건강상태, 애로사항 등을 확인하는 한편, 현지 로펌 변호사 선임 과정을 지원하고, 재판 참석을 통해 진행상황을 파악하는 등 필요한 영사 조력을 적극 제공하고 있습니다.
외교부는 앞으로도 관할 재외공관과 함께 캐나다 사법당국 및 외교경로를 통해 전대근 목사의 구속이 장기화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신속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지속 요청할 예정입니다. 더불어, 수시로 영사면회를 통해 구금 중 애로사항, 건강상태 및 인권침해 여부 등을 지속 파악하여 필요한 영사조력을 제공할 예정임을 알려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아시아엔>은 외교부가 민원인에 대한 답변처럼 실제로 영사조력 등 필요한 조치를 하고 있는지 추가로 취재했다. 그 결과 외교부의 답변과 달리 영사조력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변호인 도움 역시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전대근 목사를 담당해온 정동익 영사는 인사이동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목사의 가장 최근 재판은 지난 5월 15일 열렸다. 정 영사가 전목사를 면회한 것은 지난해 8월초가 마지막이다. 그나마 영사가 자발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구치소에 필요한 영치금을 전달해달라는 전목사 지인의 요청을 받고서다. 전목사 구속 후 최근까지 영사 스스로 문제해결에 나선 적은 단 한번도 없으며 전목사나 지인이 여러 차례 요청한 후에야 응할 정도였다고 지인들은 전목사의 말을 빌려 전했다.
이와 함께 몬트리올총영사관의 소개로 선임한 전목사의 변호사(캐나다인)의 조력이 부실해도 공관측은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전목사측은 말했다. 변호사 수임료는 전목사측이 부담하고 있다.
실제로 가장 최근인 지난 5월15일 열린 3차 예비재판과 관련해 변호사 및 몬트리올총영사관은 당시 법정에 출두하지 않은 전목사에게 4차 예비재판(15일, 현지시각)을 이틀 앞둔 13일 현재 아무런 정보도 전목사에게 전달하지 않고 있다.
특히 15일 재판을 앞두고 변호사와 공관 영사가 일체 소식이 없어 전목사는 상당히 불안해 하며 변호사가 어떤 전략으로 임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실정이다. 전목사는 지난해 8월 정 영사에게 “변호사가 연락도 없고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다. 변호사와 통화할 수 있도록 연락을 취해달라”고 부탁했지만 영사는 연락을 취하겠다고 답하고선 연락두절 상태였다가 문용식씨가 외교부 본부에 전화한 뒤인 14일 오후(현지시각)에 전목사를 찾아왔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에 진정서를 제출했던 문용식씨는 “새 정부는 소통과 인권을 중요시하는 정부라고 생각해 왔는데 외교부 회신이 너무 형식적이고 허위사실 뿐이어서 매우 실망스럽다”며 “현지공관이 이런 상태인데도 외교부 본부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진정 제대로 된 나라로 가고 있는 것인지 우매한 국민으로서 걱정이 참 많다”며 “다시 촛불이 켜진다면 외교부의 무성의하고 무책임한 태도부터 태워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