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추어리] 42년 우정 남기고 떠난 친구 안토니오, “너와 함께 해 정말 행복했어···”

신도아톰 오권수 대표(왼쪽)와 여흥빌딩 대표이사 민동식(가운데)

이 글은 <매거진N> 평생독자이자, 신도아톰 오권수 대표가 고교동창으로 42년간 우정을 나눠온 민동식(59·여흥빌딩 대표이사)씨에게 바치는 추모글이다. 민씨는 25일 오전 10시 영면에 들었으며 빈소는 강남성모병원이다. 발인 28일 오전 8시40분.

안토니오! 동식아, 이게 왠 청천벽력이냐? 지난 목요일 같이 점심 하자던 그 목소리는 어디가고 구천의 길을 허망하게 떠나는가 이 사람, 동식아!

내가 글을 배워 글쓰기로 수삼세월을 자만스럽게 살아왔지만 차마 쓰지 못할 글을 이렇게 옮기며 울음을 삼킨다.

동식아!

눈물을 훔치다가 술잔을 들었다가 다른 친구들에게 화도 냈다가 다시 돌아와 너에 대한 생각으로 그리 가면 안될 것 같아 몇자 적어 “우리를 잊지말라”고 서두른다.

동식이 너와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 각기 다른 인생 길을 걸으며 어쩌다 한번 마주치는 그런 사이였지.

그런 네가, 내가 실직하고 다시 일어설 즈음 그림같이 뛰어들어 왔잖니?

예의 너털웃음과 잔주름이 하회탈같이 번지는 선한 모습으로 말이야.

그 이후 우린 내 사무실과 너희 집이 가까이 있어서 더욱 그랬지만, 자주 만나 옛 얘기도, 세상사도 나누곤 했지.

별내 구리에 산다는 이유로 아님, 하루하루 힘들게 사는 친구들끼리 술 한잔 기울이고, 또는 힘든 세상사 잊고 유쾌히 하루를 마치기 위해서도 자주 만났지.

누가 그러더라, “동식이 네가 많이 변했다”고?

그래서 호기심 많고 직선적인 내가 너한테 참 짓궂게 많이 물어보았지.

그때마다 넌 “참 열심히 살다보니 그랬노라”고, “그런 것이 이제 와서 보니 부질없었다”고 고백하듯이 이야기했지.

네가 고등학교 졸업 후 공사장 가설 계단 위에서 질통에 벽돌을 지고 한발 한발 오르면서 악착같이 살아온 이야기를 했을 땐 난 속으로 많이 울었다. 내가 그렇게 처절하게 살아왔는가를 반문하며 말이다···.

동식아 이렇게 급하게 갈 이유라도 있었니? 암만 생각해도 없다, 정말 없구나.

아내를 끔직이 사랑하고 아들 비건이, 딸 혜숙이를 너무도 자랑스러워했던 네가 그렇게 성급히 총총 이승을 떠날 수는 없잖니? 안토니오, 내 친구 동식아!

천주교에 귀의하여 독실하게 ‘절제와 금욕, 그리고 단독’을 뜻하는 세례명 안토니오는 너의 진면목이나 다름 없었는데….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처럼 넌 천주교 내 장애우들에게 끝없는 애정과 봉사를 아끼지 않았지.

천주님 품으로 돌아간 엊그제도 장애우들과 함께 산을 오른 게 이승에서의 마지막 길이었다니···

불꽃 같이 살다간 내 친구 안토니오 동식아.

삶의 후반부 나와 동행하며 많은 것을 깨우쳐준 내 친구 안토니오 동식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을 너와의 우정 잊지 않으마, 안토니오 동식아!

니가 소원한 친구들과 우애 있고 반목 없이 화합하는 나머지 삶을 살아가련다.

천국에서 먼저 자리잡고 있으려무나. 천성 부지런함으로 천사님들과 잘 어울려 우리가 갈 때가지 잘 있으렴.

눈물이 앞을 가려 더 쓸 수가 없구나.

안토니오 동식아. 잘 가라 내 친구.

안토니오 동식아, 동식아, 동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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