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가지 않은 길’ 얻어 떠난 득로 최명현 벗이여, 하늘도 슬피 우네 그려

최명현 님

[아시아엔=이흥규 시인, 시집 <달빛 낚기> <임바라기> 등] 여보게 득로, 최명현 친구여! 이승과 저승은 먼 길이 아닐세 그려. 끄억! 끄억! 끄억! 고개 세번 끄덕이다가 숨을 멈추면 그만인 것을. 사람들은 이승과 저승이 아주 멀다고 느낄 테지만 방문 열고 마루로 나가듯 이승의 문을 열고 문턱을 넘어 한 발만 떼어놓으면 그 문밖이 바로 저승이네 그려.

인생을 얘기하고 선시(禪詩)를 논하고 “깨달을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깨달음”이라고 열기 넘치게 선문답(禪問答)을 나누던 자네가 어느 날 갑자기 이승을 떠났다는 소식에 인생의 허무가 가슴을 치네.

참선으로 다진 그대의 깊은 불심이야 어느 누가 따를 수 있으리오. 외모에 나타나 누구나 느낄 수 있듯 일평생을 닦아 길을 얻은 득로(得路)답게 가슴에 간직한 깊은 불심(佛心)으로 누구에게나 다정다감(多情多感)하게 선(善)으로 대하며 마음으로 베풀던 자네의 음덕을 이승에서 만났던 사람들은 모두 가슴속에 담아두고 있을 게야.

주름살 늘어난 고희에도 어린 아이처럼 천진스런 자네의 심성과 달마의 모습으로 그리던 선시의 세계는 그대의 얼굴에 항상 현실을 초월한 염화시중(拈華示衆)의 미소가 피어있었지.

나와 만나 인생을 논할 때마다 먼저 간 아내를 그리워하던 득로여! 십년 가까운 세월을 보내고서도 사랑하는 아내를 그리워하는 마음이야 이승의 참사랑이 아니겠는가. 가슴 속에 참사랑을 담아두고 있는 자네야말로 티끌 하나도 범할 수 없는 순수한 사랑을 가진 복 받은 사람이라고 나는 말했었지.

말이야 쉽지만 그리움이 무시로 생각의 창을 두드릴 때마다 심장에 감추어 둔 눈물이 가슴을 적셨을 테지. 이제 극락에 먼저 가 기다리고 있는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 그동안의 회포를 마음껏 푸시게나.

자네의 부음을 듣고 자네의 선시(禪詩)방을 들여다보다 주고받은 댓글이 올린 본 글보다 길고 많아 지난날의 회상에 묻혀 있다가 2015년 1월 1일 내가 올린 일출이라는 시에 자네가 달아 논 댓글을 읽으며 인생도 우주의 윤회에 따라 흐르고 흘러 결국에는 저승의 문을 연다는 사실이 새삼 가슴을 적시네. 자네가 올린 글을 읽어볼 테니 저승길에 잠시 쉬었다 가시게.

날이밝아 첫날인가 어둠바꿔 새날인가

글쓴이의 표현따라 하늘궁창 피멍드네

태양계가 형성된건 사십육억 전이었고

태양중력 붙잡혀서 자전공전 지구돌지

아침에는 해를향해 엎어져서 돌아가고

저녁에는 해를보고 자빠지듯 돌고있네

원래부터 저태양은 제자리에 떠있는데

인간세상 땅덩이가 엎고안고 돌아가네

멀리돌땐 겨울이고 가까울땐 여름이며

봄가을은 적당하여 살기좋은 나날이라

해를보며 자빠지면 해안보여 어둠되고

해를안고 넘어지면 밝음이라 말한다네

돌고도는 태양계는 인간세상 꼭같아서

태어난자 필멸이며 낙엽같은 인생이라

우연히도 지구에서 한시절에 태어나니

지당득로 남은생을 슬기롭게 지내보세

 

이 댓글에 대한 나의 답 글은 이렇다네.

새해첫날 아침부터 천체운행 공부로세

불심으로 굽어보면 태양계야 한귀퉁이

팽이치고 앉아보듯 자전공전 보고서는

뜨고지고 사시사철 도는이치 설명이네

우주윤회 생각하면 우리네야 초로인생

생노병사 한세상이 순식간에 지나가니

오늘가면 내일온다 흥청망청 쓰지말고

체험쌓은 남은인생 큰발자국 남겨보세

지구상에 살고있는 칠십억명 인구중에

옷깃한번 스쳐가도 전세인연 이라는데

한시대에 같은땅에 정도주고 마음받은

우리네의 인연이야 하늘이준 숙명일세

의리깊은 득로님이 살아생전 우정으로

슬기롭게 살자는데 마다할리 있겠는가

날저물면 어둔대로 해가뜨면 밝은대로

남은인생 순리대로 우정깊게 살아보세

 

나의 이 답 글에 또 자네의 글이 이어지니

바닷가에 홀로앉아 떠오르는 해를보며

깊은상념 토해내는 지당님의 마음보네

내가언제 윗형님께 이런글을 드렸더니

네말대로 세상이치 맞는얘기 했다만은

모든사람 생각하듯 느낀대로 보라하데

삐딱하게 본다하며 나무람도 들었다네

시계없고 달력없음 가는세월 모를텐데

과거현재 미래라고 이름까지 생겼으니

이어지는 선상에서 과건뭐고 미랜뭔가

풀잎끝에 이슬처럼 잠시왔다 가는인생

타인생도 인정하고 동정으로 바라보면

벌거벗고 태어나서 횡제했단 생각드네

날저물면 어둔대로 해가뜨면 밝은대로

이런생각 하고살면 세상살맛 나잖겠나

이제 이승으로는 되돌아올 수 없는 극락을 향해 떠났지만 자네가 남긴 추억의 이야기들은 지워지지 않을 것이야. 살아가는 동안 때때로 자네의 영혼이 찾아와 추억 속에 묻혀있는 기억들을 들추어내겠지. 억겁의 윤회에 이승과 저승은 순간의 매듭일 테니 언젠가는 우리도 뒤따를 게야. 먼저 가서 자리 잡고 기다리시게. 이승에서 불심으로 우리를 인도하였으니 저승에 앞서가서도 인도하시게.

존경하는 친구 득로여! 부디 부디 극락왕생 하시게.

정유년 을해일 자시 지당 이흥규 곡서(丁酉年 乙亥日 子時 芝堂 李興揆 哭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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