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통령 선거] 트럼프와 공화당이 노리는 한방
[아시아엔=윤석희 <아시아엔> 뉴욕특파원] 미국 대선을 이해하는데 두 가지 큰 ‘오산’이 있다. 트럼프의 지지자들이 모두 인종차별주의자, 교육받지 못한 백인들이라는 생각과 힐러리가 이미 이긴 게임이라는 것이다.
물론 당장은 힐러리 후보가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그러나 유권자의 25% 가량이 녹색당의 질 스타인(Jill Stein) 혹은 자유주의당 개리 존슨(Gary Johnson) 후보를 지지하는 판국은 미국 선거역사를 봤을 때 유동층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널드 트럼프와 ‘트럼프의 지네들’은 테러사태나 시민사회의 소요, 힐러리의 부패 추문으로 인해 유권자들의 “역겹다”라는 감정이 극대화되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심리학자이자 베스트셀러 <바른 마음: 나의 옳음과 그들의 옳음은 왜 다른가?>의 저자 조너선 하이트는 “인간의 도덕적 가치관은 대체로 본능적·무의식적으로 결정되고 사후 논리적으로 설명된다”고 주장한다. 일례로 동성애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자들이 표면적으로는 논리적 이유를 들지 몰라도 사실은 그들이 느끼는 무의식적인 역겨움에서 나오는 반대라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역겹다”(disgusting)는 표현을 즐겨 쓰는데 이는 많은 유권자가 가진 변화하는 세계, 미국이 세계 최강이고 백인이 세계 최고가 아닌 세계, 기독교가 당연한 진실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세계에 느끼는 역겨움에 호소하고 있다.
하이트는 세계화와 다양성에 대한 반감·공포에 논리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심리적으로 어렵다고 진단한다. 뿐만 아니라 본인의 도덕적 기준을 존엄하고 보호해야 한다고 느끼는 백인 유권자들을 무지하고 편협한 인종차별주의자로 매도하는 것은 그들의 공포를 자극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이 느끼는 공포와 역겨움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없다면 유권자들을 넌더리칠 테러사건 하나가 트럼프에게 11월 승리를 선물할 수도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