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총기사고 미국사회, 아시아계 청년 주도 ‘흑인생명 존중’ 캠페인 동참

미국의 흑인 인권운동 ‘블랙 라이브스 매터'(Black Lives Matter)를 이끄는 디레이 매케손이 10일(현지시간) 루이지애나주 배턴 루지의 구치소에서 풀려나 걸어가고 있다. 매케손은 전날 경찰의 흑인 총격 살해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다가 체포됐다.

[아시아엔=윤석희 <아시아엔> 뉴욕통신원] 미국에서 최근 발생한 일련의 ‘경찰의 민간인 사살 사건’은 미국이 오늘날 직면한 많은 사회 문제를 전면으로 끌어왔다. 이 사건들은 뿌리 깊은 인종갈등과 불평등 그리고 유색인종들이 미국사회의 법치와 공정성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불신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대선을 맞이한 미국의 정치권은 대법원 판사를 지명하는데 실패한 오바마 행정부가 증명하듯이 무능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민주당 대통령후보에서 탈락했지만 버니 샌더스가 민주당 경선에서 보여준 정치적 돌풍이야말로 젊은 유권자들이 아직 민주주의에 희망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검은 피부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미국의 인종차별은 길고 고통스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노예무역에서 시작하여 남북전쟁과 인종분리정책과 민권운동을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흑인들은 ‘보통시민’으로 대우받기 위해 끊임없이 싸워야 했다.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캠페인은 2012년 흑인 청소년 트레이본 마틴(Trayvon Martin)을 사살한 조지 짐머만(George Zimmerman)이 무혐의로 풀려난 이후 소셜미디어에서 조직됐다. 이 운동은 흑인의 삶이 경찰과 사법조직에 의해 학대받고 차별받고 있다고 말한다.

<가디언>은 “미국 전체인구의 2%를 차지하고 있는 15~34세 사이의 흑인남성 가운데 경찰력에 의한 사망이 15%에 이르고 있다”고 지난해 보도한 바 있다. 이 신문은 또 “이는 같은 연령대의 백인남성에 비해 5배 이상에 이르는 수치”라고 했다.

최근 젊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인터넷을 통해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캠페인을 지지하는 편지를 작성하고 또 이를 퍼나르고 있다. 이 가운데 하나를 보자. “사랑하는 어머니, 아버지, 삼촌, 그리고 이모님! 흑인들의 생명은 아시아계인 저희에게도 매우 소중합니다”라고 시작하는 이 편지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2016년 미국에서 경찰에 의해 사살된 사람은 500명이 넘으며 이 중 1/4이 흑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들을 사살한 경찰 대부분은 법정에 서지 않을 것입니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편지는 이 캠페인의 발생배경을 설명하고 특히 이 캠페인을 지지하지 않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가질 법한 의문들에 대한 답을 상세히 소개한다.

아시아계 미국인들 역시 주류사회에서 많은 차별을 경험한다. 그러나 편지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스스로 선택해서 이민을 온 점에서 흑인들보다 축복받은 상황”이라며 “아시아계는 흑인남성들처럼 ‘위험한 범죄자’라는 선입견과 편견에 시달리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이들 젊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또 “오늘날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누리는 많은 자유와 권리 역시 흑인 민권운동가들의 투쟁으로 얻어진 것”이라며 “기성세대들이 검은 피부를 가진 미국인이 겪는 불평등과 억압을 이해하고 공감해 흑인의 평등한 권리를 보장하고 연대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성공은 오늘날 백인 유권자 역시 그들의 경제적 위치, 문화적 영향력, 그리고 정치권력에 대해 불안과 불만이 있다는 사실을 반영한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미국 내 인종차별은 앞으로도 오랜 기간 각종 선거에서 주요쟁점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말한다.

최근 미국 인구조사에 따르면 백인 출산율은 2012년 기준 1.76으로 히스패닉의 2.19에 크게 못 미친다. 평균연령 또한 매우 높아 2015년 현재 전체 인구대비 62%인 백인이 사망자의 78%를 차지한다. 이에 따라 향후 30년 이내에 백인은 미국 전체인구의 절반 이하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젊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인종차별 철폐운동에 귀 기울이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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