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집권당 사라왁주·재보선 잇단 승리···’부패스캔들 의혹’ 나지브 총리 행보 가벼워져
[아시아엔=지닌 압데셀람 <말레이시아월드> 기자, 번역·정리 윤석희 인턴기자] 나지브 라작 총리가 이끄는 바리산 나쇼날(BN, Barisan Nasional) 우파 연대가 6월18일 실시된 재보궐선거 2곳과 앞서 5월7일 열린 사라왁(Sarawak)주 선거에서 모두 압승을 거두었다.
이같은 결과는 지난 1년간 나지브 총리가 부패 스캔들로 부정적인 여론에 휩싸인 이후 첫번째 실시된 선거 결과여서 국민들 관심이 클 뿐 아니라 말레이시아 우파의 장기집권이 한동안 계속될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BN은 중도우파 14개 정당이 연대해 1974년 이후 장기집권을 하고 있다. 2008년 민주화 요구와 여권 내 분열로 국회 장악력이 3분의 2 이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후 2013년 총선에서도 유권자의 과반수 지지를 받는데 실패했지만 야권 분열로 국회의 60%를 장악했다. 도시 유권자들과 젊은층이 여당에 등을 돌리는 시점에서 나지브총리의 스캔들은 야권이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으나 선거결과 수포로 돌아갔다.
재보궐 선거 승리 이후 나지브 총리는 “국민들이 BN을 다시 믿고 압도적인 지지를 해줘 겸허한 마음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는 “사라왁주에서 BN이 82석 중 72석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국민이 그만큼 BN을 신뢰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이는 동시에 마하티르 전 총리가 이끄는 야권연대가 국민에게 선택받지 못했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했다.
앞서 나지브 총리는 지난해 7월 말레이시아개발공사(1MDB)로부터 26억 말레이링깃(약 6억8천만 달러)를 개인계좌로 받은 정황이 <월스트리트저널> 등 언론에 폭로됐다. 나지브는 이와 관련해 공금횡령 사실을 부인하는 한편 마하티르 전 총리와 좌파 연대의 정치적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모하메드 아판디 알리(Mohamed Apandi Ali) 검찰총장은 나지브 총리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지난 1월26일 무혐의 처분했다. 모하메드 검찰총장은 “조사 결과 나지브 총리가 받은 돈은 사우디 왕가가 제공한 기부금이었으며 대부분 돌려주었다”며 “대가성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총리가 돈을 받은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사우디 왕가와 총리 사이의 개인적인 거래였다”고 밝혔다.
이같은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도 불구하고 나지브 총리는 지난 1년간 1MDB로부터 받은 6억8천만 달러의 행방을 놓고 정치적 스캔들에 휘말렸다. 하지만 이번 BN의 승리로 말레이계 중심의 UMNO가 이끄는 우파 연대와나지브 총리의 정치적 입지가 여전히 굳건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관련 국립 우타라 말레이시아대학교(Universiti Utara Malaysia) 국제교육센터 아흐마드 마르타다 모하메드 학장은 “이번 선거의 승리가 UMNO의 지도자로서 나지브 총리의 입지를 확고히 하였다”고 분석했다.
나지브 총리가 이끄는 여당 우파연대 BN은 말레이계(UMNO)가 주류를 이루며, 화교계(MCA)와 인도계(MIC) 및 다수의 군소정당이 여기에 연대하고 있다. 반면 야권은 노동자 진보정당과 보수적인 이슬람계열 정당들이존재한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희망연대(PH)를 조직하여 탈인종 정치와 진보개혁의 정치를 부르짖었으나 BN의 조직력과 야권 분열로 매우 중요한 정치적 기회를 놓친 모양새이다. 다인종 국가인 말레이시아에서 인종간갈등과 정치경제적 기회 불균형은 오랜 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말레이계 이슬람 정당인 PAS는 불륜 여성에게 돌을 던지고 소매치기의 손을 자르는 등 이슬람 율법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으며, 심지어 일부 PAS 관계자들은 ISIS 등 이슬람 극단주의 이데올로기가 PAS 내부에 침투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하였다.
말레이 계열과 농촌지역 유권자들이 BN의 손을 들어준 것은 유권자들이 나지브 총리의 부정부패 스캔들에 큰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함께 야권의 경우 인종과 종교를 초월하여 의미있는 통합과 연대를 하지 않고는 정권 교체의 길은 아직 멀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