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구태 못벗는 힐러리, 과연 미국대통령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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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윤석희 <아시아엔> 뉴욕 특파원]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가 25일 필라델피아에서 나흘간의 일정으로 시작됐다. 데비 와서만 슐츠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의장은 이메일 유출 논란으로 사임하고 샌더스 지지자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이며 힐러리 클린턴 지지 철회 의사를 밝히면서 축제 분위기에 찬물이 끼얹어진 형국이다.

그래도 어쨌거나 힐러리는 여왕으로 등극하고 경선 라이벌 버니 샌더스와 오바마 대통령은 충실하게 박수를 칠 예정이다. 부통령 후보로 간택된 상원의원 팀 케인 역시 15년 민주당원으로서 충성스럽게 박수쳤던 사람이다. 힐러리의 꿈은 공화당 경선은 거대한 실패로 끝나고 민주당 경선은 화려한 성공으로 트럼프를 압도적으로 이기는 것이었다. 압승과 양원 장악을 기대하면서···.

그러나 정치통계학자 네이트 실버(Nate Silver)의 모델에 의하면 지난 2주간 힐러리 당선확률은 77.4%에서 57.7%로 떨어졌다. 네이트 실버는 민주당 지지자로서 공신력이 있는 기관의 자료만 취합해 낸 결론이다. 1년 전 도널드 트럼프는 멕시코 이민자들을 “마약쟁이들, 범죄자들, 성폭행범”이라고 부르면서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트럼프의 경선 통과를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였다.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로 확정이 된 후에도 힐러리의 당선확률은 고공행진을 하고 있었다. 지난 2주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첫째, 버니 샌더스의 경선 패배 인정과 함께 힐러리 지지 선언이 있었다. 이후 골수 버니 지지자들이 대거 부동층으로 이탈 또는 트럼프 지지로 선회했다. 민주당 지지자들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다. 지난 2주간 트럼프의 ‘본질’은 전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힐러리를 지지하는 대학생 코너 맥모르간(Connor McMorgann)은 “버니 샌더스 지지에서 트럼프 지지로 선회하는 인간들은 애초에 정치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라며 “힐러리를 싫어하는 것은 여성혐오의 비중이 크고 트럼프를 뽑는 것 자체가 인종차별”이라고 힐난했다.

언론인이자 시민운동가인 소날리 콜하카르(Sonali Kolhatkar)은 트럼프 선거전략은 두 가지 전술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한다. 첫째 전략은 ‘철저히 계산된, 뼈가 담긴’ 발언들로 인종갈등에 지친 백인들을 결집하는 것이다. 트럼프의 선거운동 문구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e America Great Again)”는 이 전략의 가장 좋은 예다. 미국사회에서 과거에 대한 향수와 회귀는 인종차별과 분리될 수 없다. 미국의 과거는 백인들에게만 위대했기 때문이다. “이미 충분히 평등하다”라거나 “우리 보고 얼마나 더 변하라는 것이냐”라는 마음을 품고 있는 백인이라면 트럼프가 풍기는 향수에 마음을 빼앗길 수 있다. “다른 부류의 사람들이 기여한 것은 무엇이 있나요? (백인들을) 제외하고 다른 소집단 중 어디서 문명에 기여했나요?”라고 TV에서 울부짖은 아이오와 하원의원 스티브 킹(Steve King) 같은 유권자들은 여전히 많다.

두번째 전략은 신자유주의의 물결에 쓸려나간 유권자들의 분노를 결집하는 것이다. 버니 샌더스가 고무시킨 젊은 유권자들은 거대자본과 정치권의 결탁에 분노하고 1%에게만 집중되는 부의 격차에 절망하고 있다. 기존 정치권을 믿지 않는 이들이 샌더스에게 열광한 이유는 대학생 때부터 개혁과 정의를 위해서 싸우고 26년간 국회에서 이라크전쟁을 반대하고 사회주의 개혁을 외쳤을 뿐 아니라 20년 넘게 무소속으로 출마한 그를 기존의 정치인들과 다르다고 믿어 주었기 때문이다.

소날리 콜하카르가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주목한 것은 트럼프가 두 전략을 동시에 사용하는 모습이었다. 트럼프는 불법체류자가 저지른 음주운전 사고의 희생자 사라 루트(Sarah Root)를 소개하며 “현 정부에게 사라는 지킬 필요 없는 목숨이었다. 열린 국경의 제단에 희생된 또 하나의 아이였을 뿐이다. 경제는 어떡하냐?”고 연설했다. 사례의 선택이나 “열린 국경의 제단(the altar of open borders)”이라는 표현 모두 이민자들에 대한 공포와 혐오를 부르는 내용이다. 그는 바로 다음 “흑인 아동 열명 중 넷은 빈곤하고 흑인 청년 58%는 실업상태다. 오바마 취임 이후 빈곤한 라틴계는 2백만명 증가했다”며 경제를 걱정하는 유권자들에게 신호를 던졌다.

소날리는 “이러한 양면작전이 연설 내내 계획되었다”고 했다. 최근 심화하는 경찰과 흑인 민권운동가들의 마찰 역시 트럼프는 부당하게 살해된 흑인시민들의 이야기는 하지 않고 시위 진압중 저격수에게 살해당한 경찰들 이야기만 함으로서 백인 인종차별주의 유권자들에게 눈치를 보냈다. 그러나 바로 “현 정권은 미국의 도시들을 실패시켰다. 도시 내부의 (유색인종들을) 교육시키는데 실패했다. 그들에게 일자리를 주는데 실패했다”며 경제를 이야기했다. 또한 트럼프는 “나의 계획은 집에서의 안전 즉 안전한 동네와 튼튼한 국경과 테러로부터의 보호에서 시작한다. 법과 질서 없이 번영은 있을 수 없다”고 열변을 토한다. 그는 “경제에서는 수백만개의 일자리를 늘리고 미국을 재건할 수십억 달러의 부를 가져오겠다”라고 마무리했다.

공화당 경선이 완벽한 성공은 아니었다. 적지 않은 인사들이 전당대회에 불참했고 영부인 후보는 연설문 표절의혹에 시달렸다. 무게 있는 트럼프 지지인사들은 부족했고 진실성도 바랬다. 공화당 전당대회의 유의미한 연설은 트럼프 본인의 후보수락 연설이었다. 트럼프는 “열심히 일하지만 더 이상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여러분에게 내가 여러분의 목소리가 되겠다”고 하였다. 트럼프의 전당대회에서 부각되어야 하는 목소리는 단 한 명의 것이었다.

그러나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힐러리의 목소리가 과연 유권자들에게 충분히 전해질지는 불투명하다. 힐러리의 오랜 워싱턴 경험은 정치혐오층에게는 오히려 악이 되는 조건이고 국무장관으로서 미국의 국익과 자본의 확장을 위해 최전선에서 뛴 경력은 버니 샌더스의 지지자들에게는 전혀 매력적이지 못한 부분이다. 트럼프는 “버니 샌더스 지지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무역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경제적 메시지에서 힐러리와 차별을 두었다.

트럼프는 “사회구조가 시민들에게 불합리하고 불공평한 구조”라며 “버니 샌더스 역시 애초에 불합리하고 불공평한 구조 때문에 이길 수 없었다”고 평가했다. 최근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민주당 선거관리 위원들의 이메일 2만건을 보면 실제로 당 중앙에서는 버니 샌더스의 선거운동을 폄하하고 저지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스캔들로 민주당 중앙위원장 데비 슐츠는 전당대회에서 발언권을 포기했다. 버니 샌더스 지지층의 대거 이탈이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소날리는 “트럼프의 전략을 공포와 혐오의 전략으로 폄하하는 것은 승리의 전략이 아니”라고 평했다. 트럼프가 인종갈등과 여성혐오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반면 힐러리는 트럼프에 대한 공포와 혐오를 부추기는 것이 주전략이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두 후보 모두 본인이 뽑혀야 하는 이유보다 다른 후보가 뽑히면 안 되는 이유를 말하고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오바마와 샌더스의 지지가 유권자들에게 강하게 전달되고 힐러리의 후보 수락이 성공적이라면 그는 여전히 당선희망을 가져도 될 것이다. 하지만 힐러리의 전략이 현재에 머물고 상대방의 실수 같은 반사이익을 챙기는데 머문다면 승리는 물 건너 갈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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