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년 새해엔 ‘천상운집’의 축복이···원숭이에 얽힌 에피소드와 사자성어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회 명예회장] 천상운집(千祥雲集)이란 말이 있다. 1천 가지의 상서로움이 구름처럼 모여든다는 뜻이다. 출전(出典)은 중국의 서민 사이에 널리 애용된 도가 류(道家類)의 경서(經書) <문창제군음즐문>(文昌帝君陰?文)의 ‘단계적’(丹桂籍)에 나와 있다.

“험하고 험한 수백리길을 고치고/ 천만 사람이 다니는 다리를 만들고/ 비인격자에게 교훈하고/ 재물을 기증하여 사람의 미덕을 이루며/ 천리(天理)를 따라 모든 일을 하고/ 말과 마음이 순한 사람이 되고/ 옛 선현을 경모(敬慕)하며/ 혼자 있을 때도 도리에 어긋남이 없고/ 모든 악행을 짓지 않으며/ 많은 선을 봉행하고/ 영원토록 악함을 몸에 지니지 않으며/(중략)/ 모든 상서로운 구름처럼 모여드느니라.”(千祥雲集)

<아시아엔> 독자 모두 병신년(丙申年)에는 천 가지의 좋은 일들이 구름처럼 머물면 좋겠다. 그리고 몸도 건강하고, 하는 일도 번창하여, 가정도 사업도 평안하며 함께 기쁨을 나누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병신년은 잔나비의 해다. 그리고 붉은 원숭이의 해라고 한다. 60갑자의 33번째로 돌아오는 해다. 병(丙)은 붉은색을 의미한다. 병(丙)은 남녘이라는 뜻도 있지만 밝다는 뜻과 불이라는 뜻도 함께 가지고 있다. 왜냐면 병(丙)이 음양오행 중에서 화(火)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색으로는 붉은색을 갖는다. 병신년의 뜻풀이에서 붉은색이 들어가는 이유다.

그리고 신(申)은 원숭이를 의미한다. 원숭이는 십이지 중에서 아홉번째 지지(地支)다. 지지란 방향 등을 가르는 기준이 되는 상징이다. 방향으로는 서남서쪽을 가리키며 원래 한자의 뜻은 ‘펼치다’의 뜻도 있지만 원숭이란 뜻도 있다. 그래서 병(丙)과 신(申)이 만나 생긴 병신년은 붉은 원숭이가 된다.

음양오행에서 붉은색은 큰 성공이나 생명 등 기운이 번창하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에서는 악을 막아주는 색이라고도 믿는다. 그리고 원숭이는 꾀와 재능이 많다. 그러므로 병신년의 의미는 재주로 크게 흥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병신년의 뜻이 좋게 풀이되는 이유는 자신의 재능을 살려서 그 성공을 볼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원숭이를 사기를 치거나 부산스러운 동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과거의 원숭이를 보면 좀 다르다. 우리나라의 옛 그림에서 보면 원숭이는 모성애가 강한 동물로 강조되고 있으며 불교에서 보면 불자(佛子)를 보좌하는 동물로 나온다.

유명한 <서유기>(西遊記)에서 손오공이 원숭이인 이유도 그렇다. 또한 도교에서 보면 원숭이는 천도복숭아를 들고 있는 장수의 상징으로 나온다. 요즘보다는 긍정적인 면으로 평가되는 동물이다.

역술적(易術的)으로 원숭이띠를 가진 사람에 대한 장점과 단점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장점으로는 창의력과 임기응변이 뛰어나고 활발하며 융통성이 있어 대인관계가 원만하고 업무에 자신감이 넘치며 조직의 리더로서의 자질도 있다는 것이다. 단점으로는 산만하고 끈기가 부족하며 지나치게 솔직해서 남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자신을 너무 믿거나 허영심으로 손해를 보거나 장난기가 너무 심해서 대인관계를 그르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편으론 원숭이가 머리가 나쁘다는 말도 있다. 왜냐하면 주둥이가 작고 무거운 항아리 안에 과일을 많이 넣어두면 그 안에 손을 넣은 원숭이가 잔뜩 과일을 움켜쥐고 끝내 손이 안 빠져 몸부림치다가 사람에게 산 채로 잡히고 만다고 한다. 욕심 탓이다.

그런가 하면 원숭이의 모성애는 사람 이상이다. 원숭이 가족을 뜨거운 철판 위에 올려놓으면 아빠 원숭이는 저 혼자 그 자리서 폴짝폴짝 뛴다. 그러나 어미 원숭이는 새끼를 어깨에 태운 채 뛴다. 모성애가 대단하다.

원숭이를 ‘잔나비’라고도 부른다. 빠른 것을 ‘재다’고 한다. 재다의 ‘잰’과 원숭이 납이 합하여 ‘잰 납’ 즉 ‘잔나비’가 되었다. 잔나비는 사람 얼굴과 비슷하고, 사람 흉내를 낸다 해서 다소 ‘혐오스러운’ 인물을 상징하기도 한다.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태어난 해(1536년)와 태어난 월·일·시 모두 병신(丙申)이라는 기록이 있다. 그래서 그를 ‘사루(猿)’라 불렀고, 생전에 원숭이 왕(猿王)이란 별명으로도 불렀다.

그런가 하면 ‘조삼모사(朝三暮四)’는 원숭이에게 변덕쟁이란 불명예를 안겨준 말로 쓰인다. <열자>(列子) ‘황제편’(黃帝編)에 나온다. “송(宋)나라에 저공(狙公)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원숭이를 사랑하여 여러 마리를 길렀다. 얼마 후 먹이가 떨어져 먹이를 줄이려고 ‘너희에게 도토리를 주되 아침에 세 개를 주고 저녁에 네 개를 주겠다. 만족하겠느냐?’ 이에 원숭이들이 다 일어나서 화를 냈다. 저공은 바로 말을 바꾸었다. ‘너희에게 도토리를 주되 아침에 네 개를 주고 저녁에 세 개를 주겠다. 만족하겠느냐?’ 원숭이들이 엎드려 절하고 기뻐하였다.”

병신년을 맞이해 원숭이의 좋은 점은 받아들이고 불명예스러운 점은 물리치며 산 같은 공덕을 쌓아 ‘천상운집’의 한 해가 되기를 축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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