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권의 훈훈한 세상] 영국 노인이 기죽지 않는 이유···’샌더스 정신’?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긍정(肯定)은 “어떤 생각이나 사실 따위를 그러하거나 옳다고 인정하는 것”을 이른다. 좌우명(座右銘)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내 좌우명은 “모든 일에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며 정열적으로 뛴다”이다.
미국에 초등학교도 못 나온 대통령이 있었다. 17대 대통령 앤드류 존슨(1808~1875)은 긍정의 힘을 발휘했던 대표적인 사람이다. 그는 세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몹시 가난하여 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못했다. 열 살에 양복점에 들어가 성실하게 일했고, 돈을 벌고 결혼한 후에야 읽고 쓰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이후 정치에 뛰어들어 주지사, 상원의원이 된 후에 16대 링컨을 보좌하는 부통령이 됐다. 링컨 대통령이 암살된 후 17대 대통령 후보에 출마했다. 하지만 상대편으로부터 맹렬한 비판을 당한다.
“한나라를 이끌어 가는 대통령이 초등학교도 나오지 못하다니 말이 됩니까?” 그러자 존슨은 언제나 침착하게 답했다. 이 한마디가 상황을 역전시켜 버렸다. “여러분! 저는 지금까지 예수그리스도가 초등학교를 다녔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예수님은 초등학교도 못 나오셨지만 전 세계를 구원의 길로 지금도 이끌고 계십니다. 이 나라를 이끄는 힘은 학력이 아니라 긍정적 의지요, 미국 국민의 적극적 지지입니다.” 그는 대통령 취임 후 알라스카를 러시아에서 사들였다.
영국 노인들의 활발한 모습을 보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카페에 홀로 앉아 독서를 하거나, 마켓에서 노인들이 차와 샌드위치를 즐긴다든가 또는 학술 모임에 활발하게 그것도 부부동반으로 참석해 젊은이들과 어울리고 있는 것이 여간 행복해 보이는 것이 아니다. 요즘 미국 대선 레이스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샌더스를 연상시킨다.
영국 노인들의 긍정적인 삶은 나이에 구애받지 않는다. 그런 편린(片鱗)들을 정리해보면 이렇다.
첫째, 영국의 노인들은 ‘양보’를 절대 기다리지 않는다. 길을 갈 때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자신이 먼저 양보한다. 문이 열리자마자 달려들어 엉덩이부터 들이밀거나 도움을 바라며 주위를 두리번거리지 않는다.
둘째, 남들과 마주칠 때 먼저 인사한다. “젊은 놈이 왜 인사 안 해” 하는 식의 인상을 받는 일이 없다. 오히려 친절한 미소와 함께 덕담(德談)을 건넨다. 사람들이 뭔가를 물으면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셋째, 영국의 노인은 당당하다. 식당, 카페, 관광지, 극장과 서점에서 문화를 즐기고 인생은 끝까지 달리는 마라톤임을 입증하듯 지식욕이 넘친다.
넷째, 경제적으로 자립해 있다. 자식을 위해 올인한 뒤 기대지 않는다. 영국식 연금 탓인지, 젊어서 저축을 많이 해서인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다섯째, 자부심이 강하다. 1, 2차세계대전을 통해 히틀러, 무솔리니, 스탈린 등과 겨뤄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지켜냈기에 어떤 논쟁이 생겨도 자신을 보인다.
영국의 대중교통도 미국이나 우리나라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다. 그런데 젊은이들은 버스에 타면 대부분 2층으로 올라간다. 1층은 나이든 분이나 임산부, 뭔가 배려해야할 이들의 자리라는 인식이 뿌리박혀 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보기 드문 현상 가운데 하나가 어린이를 식당에서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펍’ 같은 곳은 아예 오후 6시 이후에는 출입을 금지시킨다. 그것은 술을 파는 곳이라 당연하겠지만 일반식당도 엄격하다.
우리는 어떤가? 어린아이들이 식당 내부에서 온통 소리 지르고 야단법석을 쳐도 서로 못본 체 한다. 간혹 종업원들이 제지를 하면 난리가 난다. “왜 우리 귀한 아이 기를 죽이느냐”하면서.
그 결과 공중도덕이 붕괴되고 말았다. 나중엔 사회적으론 질서 해체, 국가적으론 원로(元老)의 부재에 따른 가치의 혼돈으로 나타난다. 일본, 미국, 영국이 어찌 아이 수가 줄어들고 핵가족화라는 단계를 거치지 않았겠는가? 그들도 이런 혼란상을 겪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가치를 재정립하는 노력을 했다. 거기서 우리와의 차이가 생기지 않았을까? 적어도 영국의 노인들은 우리 노인들보다 행복해보인다. 그것은 아마도 노인들이 긍정의 힘을 알고 부단히 실천에 옮긴 결과일 것이다.
모든 사업의 성공과 파괴의 원인은 바로 우리들의 존심(存心)과 방심(放心)에 달려 있다. 존심은 시종(始終)이 한결 같이 꾸준한 정성과 주의(注意) 심을 놓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성공의 원천이다. 우리도 영국의 노인들처럼 자부심을 갖고 살아가려면 긍정의 힘을 믿고 존심을 키워나가는 것이 최선의 길일 것이다.
긍정의 힘은 곧 생각의 힘이다. 생각의 힘을 그냥 내버려 두면 부정적으로 흘러간다.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믿음이 생기면 인생은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