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권의 훈훈한 세상] 선거철 앞두고 후보자가 조심해야 할 것들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요즘은 말조심, 글조심 하지 않으면 큰일 나는 세상이다. 필자가 운영하는 ‘덕화만발 4대강령’처럼 정치와 이념, 종교에서 한 쪽에 치우치는 말이나 글 그리고 행동은 하지 않으려고 애 쓰지만 아직 인격이 성숙되지 않아서인지 후회하는 때가 가끔 있다. 필자는 매일 ‘덕화만발’을 쓰느라 여간 조심스러운 것이 아니다.

말과 글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아주 중요하다. 말과 글이 아니면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상대방에게 잘 전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말과 글이 없으면 서로 간 의사를 소통할 수 없어 인간 사회가 이루어질 수도 없다.

말과 글은 참으로 유용한 이기(利器)다. 그런데 이 말과 글이 때로는 자신과 상대방을 해치는 흉기가 되기도 한다. 굳이 먼 옛날 사례를 들 것도 없다. 요즘 여야 지도자들이 말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것을 본다. 그리고 국무총리 지명자가 연이어 과거 한 말과 글로 인하여 국정이 마비될 정도로 우리 사회를 들끓게 하다가, 끝내는 청문회에 가지도 못한 채 낙마하기도 했다.

말을 하거나 글을 쓰거나 양쪽 다 어려운 세상이다. 말하기도 어렵고 글 쓰기도 어려운 세상에서 말과 글로 인한 낭패를 당하지 않으려면 말하지 않고 글 쓰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면서 그렇게 살 수는 없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말을 하고 글을 쓰고 살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신의 의견을 드러낼 수 없고, 아무런 일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삼함(三緘)’이라는 말이 있다. 입을 세 겹으로 꿰맸다는 뜻이다. 공자(孔子)가 주(周)나라에 가 사당을 참배하였을 적에 쇠로 만든 사람의 입이 세 겹으로 꿰매진 것을 보았다. 그런데 등 뒤에 “옛날에 말조심을 하던 사람이다. 경계하여 많은 말을 하지 말지어다. 말이 많으면 실패가 또한 많으니라.”(古之愼言人也 戒之哉 無多言 多言 多敗)라고 쓰여 있었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양 극단으로 갈라져 있다. 언론계도 그렇고 국민도 그렇다. 도무지 중도(中道)라는 것이 없다. 언론 특히 종편에서는 자신들이 반대하던 인물에 대해서는 언론윤리 따위는 무시한 채 그렇게도 매섭게 몰아친다.

그러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갑자기 언론윤리를 들고 나와 자신들이 좋아하는 사람을 옹호한다.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성향에 따라 반대편 인물에 대해서는 무조건 비판부터 하고, 우호적인 인물에 대해서는 전후 돌아보지 않고 무조건 옹호한다.

얼마 전 어느 언론인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그분 말이 요즈음 같은 세상에서는 보수와 진보 어느 한쪽 편으로부터만 비난을 받는 글은 잘못된 글이라고 한다. 양쪽으로부터 비난을 받는 글이 좋은 글이라는 얘기다. 참으로 공감이 가는 말이 아닌가 생각한다.

양 극단으로 갈라진 사회에서는 중도를 지키면서 말하고 글 쓰기가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중도를 지키면서 한 말과 글은 어느 쪽 사람들로부터 주목받지 못하며, 주목받을 경우에는 양쪽으로부터 비난받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말과 글은 이기(利器)이면서 동시에 흉기(凶器)라고 했다. 흉기는 남을 공격하기는 참으로 쉽고 효과도 크다. 그런 만큼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흉기로 사용할 때에는 조심해서 사용하지 않으면 가패신망(家敗身亡)할 수 있다. 말과 글로 먹고사는 정치인과 언론인뿐 아니라, 보통 사람들도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 특히 침소봉대하거나 문장의 앞뒤를 잘라 비판하고 공격하는 것은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무작정 입을 다물고만 있어서도 안 된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며 양쪽 다 옳다는 양시론(兩是論)으로 처세해도 안 된다. 말과 글을 삼가되, 의리와 인륜에 관계된 것에 대해서 말해야 할 때는 해야 하고, 예리한 필봉(筆鋒)을 휘두를 땐 휘둘러야 한다. 그래서 말을 하고 글을 쓴다는 것은 정말 어렵다는 말이다. 이 말은 의리와 인륜에 관계된 일이라면 화를 당할지라도 할 말은 해야 된다는 얘기다.

거짓말쟁이는 마음에도 없는 아부의 말, 달콤한 말로 사람을 속인다. 그리고 일단 속아 넘어간 사람에게는 미안해 하기는커녕 오히려 미워하고 중상모략을 한다. 이처럼 거짓말쟁이의 아첨에 넘어가는 것은 결국 패망케 되는 첩경이다. 아첨하는 말, 진실치 못한 글은 사람을 패망케 하는 독소가 있다.

옛말에 ‘심심창해수(深心滄海水) 구중곤륜산(口重崑崙山)’이라 했다. 마음을 쓰되 창해수 같이 깊고 깊어서 가히 헤아릴 수 없이 하고, 입을 지키되 곤륜산 같이 무겁게 하라는 뜻이다. 마찬 가지로 큰 사람이 되어갈수록 그 말과 글이 창해수 같이 깊고, 곤륜산 같이 무겁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만 중생을 두루 구원하는 대인(大人)이 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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