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권의 훈훈한 세상] 품위있는 주름살을 갖고 싶은 그대에게

123hands-981400_1920_960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회 명예회장] 며칠 전 점심을 먹다가 아내 사랑초 정타원(正陀圓)이 느닷없이 “내생에도 당신 아내로 다시 오겠다”고 했다. 내가 “갑자기 왜 그러지? 겁나는데!” 했더니 “당신 얼굴에 주름살 하나 없이 품위 있게 늙어가기 때문”이라고 한다.

품위 있게 늙으려면 내면적인 아름다움을 개발해야 한다. 늙어도 우아하고 품위 있게 늙어야 한다. 품위가 깃든 주름살 앞에는 고개가 숙여진다. <탈무드>에 이런 말이 있다. “늙는 것을 재촉하는 네 가지가 있다. 두려움, 노여움, 아이, 그리고 악처.”

좀 더 품위 있게 살려면 이런 부정적인 것들을 마음속에서 몰아내야 한다. 그런데 나이 들수록 순수를 잃어버리고 고정관념에 휩싸여 남을 무시하려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자신도 모르게 왠지 뻔뻔스러워지고, 우연한 행운이나 바라고 누군가에게 기대려 한다. 도움을 받으려는 생각, 남을 섬기기보다는 부리려고만 한다.

나이 들수록 그만큼 경륜이 쌓였기 때문에 남보다 더 많이 이해하고 배려하며 베풀고 살아야 한다. 또 너그러워져야 하는데, 오히려 아집(我執)만 늘어나고 속이 좁아지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우아하게 늙는 사람은 자기 삶에서 성취감을 느끼며 감사하며 살아간다. 그런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넓고 큰마음을 갖는다.

빅토르 위고는 “주름살과 함께 품위가 갖추어지면 존경과 사랑을 받는다”고 했다. 나이가 든 만큼, 살아온 날들이 더 많은 사람일수록 남들보다 더 오랜 경륜을 쌓아왔다.

품위 있게 늙으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조지 베일런트(George E. Vaillant)의 ‘품위 있게 나이 드는 법’에서 찾아보자.

첫째, 자리이타(自利利他)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나도 이롭고 너도 이로운 것! 다른 사람을 소중하게 보살피고, 무조건 베풀며, 새로운 사고(思考)에 개방적이며, 신체건강의 한계 속에서도 사회에 보탬이 되고자 노력한다.

둘째, 품위 있게 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노년의 초라함을 기쁘게 감내할 줄 알고,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그 사실을 품위 있게 받아들인다.

셋째, 주체적으로 사는 것이다. 희망을 잃지 않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늘 자율적으로 해결한다. 그리고 매사 주체적인 삶을 살아간다.

넷째, 인생을 즐기는 것이다. 유머감각을 지니고, 인터넷을 통해 삶을 즐길 줄도 알아야 한다. 또한 삶의 근본적인 즐거움을 위해 겉으로 드러나는 행복을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

다섯째, 끊임없이 배우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과거를 되돌아볼 줄 알고, 과거에 이루었던 성과들을 소중한 재산으로 삼는다. 그리고 다음 세대로부터 새로운 지식을 끊임없이 배우려고 노력한다.

여섯째, 사랑의 씨앗을 계속 뿌려야 한다.?오래된 친구나 카페 회원들과 계속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사랑의 씨앗을 거듭해 뿌리면 세세생생에 상생의 선연을 만나게 된다.

이대로만 하면 과연 우리가 품위 있는 노인이 될까? 이것은 외면 적인 것에 불과하다. 내면적인 수행을 아우르지 않으면 주름살의 품위는 갖출 수 없다. 그럼 그 수행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첫째, 정신수양이다. 정신이라 함은 마음이 뚜렷하고 고요하며 분별성(分別性)과 주착심(住着心)을 없이 한다.

둘째, 사리연구(事理硏究)다. 사(事)라 함은 인간의 시비이해(是非利害)를 이fms다. 이(理)는 천조(天造)의 대소유무(大小有無)를 이른다. 이 대(大)는 우주만유의 본체, 소(小)는 만상(萬象)이 형형색색 구별되어 있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유무(有無)라 함은 천지의 춘하추동 사시순환(四時循環)과 풍운우로상설(風雲雨露霜雪) 또한 만물의 생로병사와 흥망성쇠의 변태(變態)를 아는 것이다. 물론 연구라 함은 사리를 연마(硏磨)하고 궁구(窮究)함을 이른다.

셋째, 작업취사(作業取捨)다. 작업이라 함은 무슨 일에나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 육근(六根)을 작용(作用)하는 것을 말한다. 취사는 정의(正義)는 취하고 불의(不義)는 버리는 것이다.

정신수양?사리연구?작업취사 세 가지를 삼학(三學)이라 부르고, 이 삼학을 닦은 힘을 삼대력(三大力)이라 한다. 그러니까 이 세 가지를 닦아가는 것이 바로 수행이다. 이 길은 스스로 닦아야 한다. 열심히 수행해 감으로써 얻어지게 되는 주름살의 품위는 그 누구도 흔들 수 없는 자신만의 재산이다.

주름살의 품위를 갖춘 사람은 겸손하고 남을 받들며 용서하고 정신 육신 물질로 베푼다. 그리고 이 땅에 더불어 살아가는 모든 생령(生靈)을 사랑한다. 외면적인 여섯 가지 ‘품위 있게 늙는 법’에 이 내면적인 ‘삼학’을 더하는 것이 아마도 우리가 노년에 주름살의 품위를 으스대는 길이 아닐까 한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