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권의 훈훈한 세상] 난폭한 할아버지, 온순하게 만든 어느 꼬마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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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회 명예회장] 요즘처럼 배려가 필요한 때는 없는 것 같다. 남의 입장은 눈곱만치도 생각지 않고 저마다 자기 입장만 내세우기 때문이다. 정치도 사회도 가정도 모두 윤리와 도덕이 무너지는 것 같다. 정치는 철새들이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꼼수를 부려서라도 자당의 법안을 통과시키려 한다. 가정은 자식은 부모를, 부모는 자식을 학대하는 끔찍한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모두 배려가 부족한 탓이다.

배려는 다른 사람이나 사물을 관심을 갖고 도와주거나 마음을 써서 보살펴 주는 것을 말한다. 배려는 겉으로 보기에 손해 보는 장사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 현실 속에서는 양보나 자발적 희생, 배려 같은 이타적 행동이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배려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배려를 요구하는 상황이나 받아들이는 사람들 태도가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배려는 존경심이나 포용, 관용, 애정, 사랑 등과 같은 방식으로 다르게 표현될 수도 있다.

배려하는 기술은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마음을 더욱 세련되고 고상하게 다듬어준다. 배려는 마치 신앙심을 쌓아가는 것과 같이, 한순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작고 사소한 것에 대한 세심한 배려를 습관화하고, 이를 차곡차곡 마음의 창고에 쌓아둘 때 완숙해지는 것이다.

어느 할아버지가 암 선고를 받은 뒤부터 평소와 달리 난폭해지기 시작했다. 식구들에게 불평을 늘어놓는 것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 욕을 하고 싸움을 걸기도 한다. 심지어 의사와 간호사에게 난폭한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전문 상담가도 할아버지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어느 날 할아버지와 가끔 동네 공원에서 만나던 꼬마가 병문안을 왔다. 내심 식구들은 걱정했지만 30분이 지난 후 아이는 웃는 모습으로 병실을 나왔다. 꼬마는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찾아와 할아버지와 시간을 함께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할아버지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할아버지는 사람들과 자연스레 어울렸으며 대화도 부드럽게 나누었다. 할아버지 변화에 놀란 식구들이 꼬마에게 물었다. “할아버지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한 거니?”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았는데요.” “아니, 매일 30분씩이나 할아버지와 함께 있으면서 아무 말도 안했다는 거니?” 꼬마가 해맑은 얼굴로 대답한다. “전 그냥 할아버지가 우시기에 같이 울었을 뿐이에요”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고, 지나치기 쉬운 노인들의 독고(獨苦)를 꼬마의 어른스런 관심과 배려로 노인에게 변화를 몰고온 것이 아닐까? ‘배려!’ 이 말을 들으면 마음까지 따뜻해진다. 누군가 내 마음을 읽어주고 알아준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람의 처지를 이해하고 가까이 다가가 마음을 같이 해주면 사람 마음을 충분히 움직일 수 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함께 울어주는 꼬마를 통해 할아버지는 마음의 위로를 받고 마음을 연 것이다.

배려란 나와 다른 사람 그리고 환경에 대하여 사랑과 관심을 갖고 잘 관찰하여 살펴주는 것이다. 내 생각대로 다른 사람을 잘 대해 주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 필요와 요구에 따라 잘 보살펴 주는 것이 바로 진정한 배려다. 그러므로 배려를 잘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과 관심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태도가 선행되어야 한다.

첫째, 경청(傾聽)하는 태도다. 경청이라는 뜻은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을 주의 깊게 잘 들어서 그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경청의 바른 자세는 하던 일을 멈추고 상대방에게 집중하는 것이다. 또한 상대방 말에 반응하며 상대의 말을 요약하면 듣는 것을 올바른 경청의 자세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야기한 것을 잘 기억할 수 있도록 기록하면서 듣는 것이다. 또한 모르는 것이 있으면 질문을 하는 것이다. 경청한다는 것은 말하고 있는 상대를 존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표현이다. 다른 사람에게 배려를 잘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경청하는 태도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둘째, 상대방의 기분을 이해하고 상냥하게 대해 준다. 다른 사람을 배려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려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므로 상대방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긍정적인 태도로 공손하고 상냥한 태도로 표현해 주어야 한다.

셋째, 불평하지 않고 즐거운 마음을 유지하는 태도다. 다른 사람을 돕는다는 것은 기쁜 것이라는 가치관을 마음속에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조금 손해를 보고, 무조건 베풀며, 맨발로 뛰는 기쁨의 태도에서부터 배려는 시작된다.

넷째, 기쁘게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저 사람을 위하여 이렇게 해주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만 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면 소용없다. 진정한 배려는 생각한 것을 실천하는 것이다.

배려하는 사람만이 자신의 주변을 행복하게 만드는 진정한 지도자가 되어 성공적인 삶을 누리게 된다. 정신 육신 물질로 많이 베푸는 사람이 장차 복을 많이 받는 사람이 된다. 세상과 이웃을 위하여 맑고 밝고 훈훈하게 배려가 꽃피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도 훌륭한 공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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