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원숭이띠해 점괘를 보니 “신용 잘 지키면 만사 오케이!”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회 명예회장] 병신년(丙申年) 올해는 황금원숭이띠라고 한다. 황금원숭이 띠의 점괘(占卦)를 찾아보았다. 그랬더니 “세상을 사는데 신용이 재산이다. 2?4?6?10월생은 현재만 생각하고 상대를 속인다면 신용뿐만 아니라 사람도 잃게 된다. 미래지향적인 자세가 어느 때보다 필요함. ㄱ?ㅊ?ㅎ 성씨 기혼자는 애정문제로 갈등 겪을 수. 화목을 원하면 자존심은 버려라.”라고 쓰여 있다.

‘신용’과 ‘빚’은 동전의 양면이다. ‘신용’이란 돈이나 상품을 서로 빌려주고 빌리면서 일정기간 후에 수수료나 이자를 덧붙여 갚기로 약속하는 상황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신용은 장래의 어느 시점에 그 대가를 치를 것을 약속하고 현재의 가치를 얻을 수 있는 능력이다.

그렇다면 ‘신용’과 ‘빚’은 같은 것일까 아니면 다른 것일까? 답은 ‘같다’이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신용(credit)’은 돈이나 상품을 제공하는 측에서 사용하는 말이고, 그것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신용을 통해 제공받은 ‘빚’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계나 기업이 신용을 잘 관리하지 않으면 어느 날 빚더미에 올라앉게 되는 것이다.

현대는 신용사회다. 신용사회란 현금이 없어도 신용으로 물건과 서비스를 사고 돈을 빌릴 수 있는 사회, 즉 신용으로 상거래가 이루어지는 사회다. 지금 당장 목돈이 필요한데 돈이 없을 때, 신용이 있는 사람은 은행 등 금융권에서 돈을 빌려서 마치 내 재산인 것처럼 쓸 수 있다. 그래서 신용이 재산이라고도 하는 것이다.

지금은 보이지 않는 것도 하나의 재산이 될 수 있다. ‘신용’도 그렇다. 신용은 보이지 않지만, 하나의 재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신용관리를 해야만 나중에 자신이 위급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친구나 아는 사람에게 적게는 1만~2만원, 많게는 몇천만 원에 이르는 돈을 빌려주는 일이 생기곤 한다. 대부분 ‘친하기 때문에’, ‘잘 알고 있는 사이이기 때문에’라는 생각으로 빌려주는데 그 생각 속에는 돈을 빌려가는 사람의 갚을 수 있는 가능성을 따져보는 심리가 어느 정도 잠재되어 있다.

1만~2만원의 적은 금액이라도 빌려놓고 고의적으로 갚지 않건 무의식적으로 갚는 것을 잃어버리건 간에 최종적으로 돈을 받지 못하는 일이 잦아지면 돈을 빌려준 입장에서 왠지 찝찝하고 앞으로는 그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기를 꺼려하기 마련이다. 잘 알고 지내는 사람과의 금전거래도 이와 같을 텐데 하물며 전혀 관계가 없는 금융회사와의 거래는 어떠할까?

개인이나 상거래나 돈 거래는 그 사람의 과거 거래 상태를 파악하고 돈을 빌려줄지 여부를 결정한다. 돈을 빌려주는 데도 나중에 갚을 수 있을 확률이 어느 정도가 되느냐에 따라 금액의 한도 및 대가인 이자 등을 적용한다. 그러니까 신용관리야말로 성공을 하느냐 마느냐의 생사의 갈림길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신용 상에 문제가 생겼을 때만 신용을 관리하는 사후적인 관리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좋은 신용을 유지하기 위한 사전적인 신용관리가 필요하고 중요하다.

상업고교를 졸업하고 전자회사 영업 사원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김우준씨는 십년 동안 성실히 일하여 모은 돈과 주변사람들의 돈을 빌려 조그만 가전제품 대리점 사장이 되었다. 그런데 사업이 안정되고 빌린 돈도 거의 다 갚아 갈 즈음, 그만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날릴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남은 것이라고는 아는 사람으로부터 빌린 빚뿐이었다. 어떻게 해서든 그 빚을 갚아야겠다고 결심한 그는 가전제품 외판원으로 나섰다. 날마다 방문 판매를 하면서 버는 돈 중에서 하루에 5천원씩 빚을 갚아 가기로 했다.

매일 저녁 그는 5천원을 주머니에 넣고 한강다리를 건 너 용산까지 돈을 빌려 준 사람의 집을 찾아가 돈을 갚은 뒤, 온 길을 되돌아 집으로 왔다. 하루도 빠짐없이 강바람을 맞으며 한강대교 위를 걸어 다니면서 그는 언젠가는 반드시 사업을 다시 일으키리라는 희망의 싹을 가슴속에 키워갔다.

몇 년이 지나 드디어 빚을 다 갚은 그는 재기할 계획을 차곡차곡 진행시켰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성실성을 눈여겨본 전자회사 판매이사가 그의 신용을 믿고 물건을 대줄 테니 다시 유통업을 해보라고 권했다. 자금이 부족했던 그는 돈이 좀 더 모일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했다. 그 즈음 우연히 예전에 5천원씩 돈을 갚았던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둘은 반갑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얘기 끝에 김우준씨 처지를 알게 된 그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처음에 당신이 5천원씩 빚을 갚기 시작했을 때, 나는 며칠 지나면 그만둘 거라 생각했소, 하지만 당신은 끝까지 해냈고, 그 사이 당신에 대한 내 믿음도 쌓여갔소. 나는 언젠가 당신이 꼭 재기할 것이라고 생각했다오. 새로 출발한다니, 내게도 출자할 기회를 주겠소?”

그 동안 그는 돈을 갚은 게 아니라 신용을 쌓은 것이었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이 신용이다. 나도 젊은 시절 여러 사업을 하면서 흥하고 망하기를 한두 번 한 것이 아니다. 그래도 오늘날 이만큼이라도 빚 없이 사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세상에 빚처럼 무서운 것이 없다. 신용은 쌓기도 어렵지만 무너뜨리기는 순식간이다.

할 수만 있으면 빚 안지고 살아야 두 다리 쭉 뻗고 잘 수 있다. 따라서 빚은 지지도 말고 주지도 않는 것이 최선이다. 그래서 원불교 보통급 심계문(十戒文)에 “연고 없이 심교(心交) 간 금전을 여수(與受)하지 말라”는 조항이 있다. 돈 잃고 사람 잃기 십상이라는 뜻이다.

신용이란 금전뿐만이 아니다. 남과의 시간 약속도, 마음의 빚도 다 빚이다. 내가 2년 전 혼인축의금을 내려다가 돈이 모자라 옆에 앉은 동지에게 단돈 1만원을 빌린 적이 있었다. 근데 만날 때마다 갚는다고 하면서 까맣게 까먹었다. 그 마음의 부담을 새해 초에야 갚았다. 얼마나 후련한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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