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이혼 10년새 2.3배 증가···남편 신청도 40%로 급증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회 명예회장] 일본에서 유행한 황혼이혼(黃昏離婚)이 우리사회에도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황혼이혼은 1990년대 초반에 생긴 신조어다. 일본경제가 불황에 접어들자 봉급생활자들 가운데 퇴직금을 탄 후에 부인으로부터 이혼소송을 제기당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에서 비롯됐다.

황혼이혼은 좁은 의미에서는 60~70대 이후 노인의 이혼을 말한다. 그러나 넓은 의미에서 본다면 자녀들이 출가하였거나 대학생이 되어 독립할 수 있게 된 후의 이혼을 포함한다. 그러니까 대체로 결혼생활을 20년 넘게 해왔던 50대 이상의 부부가 혼인관계를 해소하는 것을 말한다.

2006년 12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전체 이혼 가운데 20년 이상의 부부가 이혼한 황혼이혼의 비율은 갈수록 높아져, 1995년 8.1%에서 2000년 14.3%, 2003년 17.8%, 2004년 18.3%로 늘어났다. 또 황혼이혼 연령층도 자녀들이 출가한 60대 이후에서, 자녀들의 대학 입학 이후인 50대로 내려가고 있다.

황혼이혼의 특징을 보면 첫째, 연령대가 주로 50대에서 60대 이상, 둘째로 자녀가 대부분 성인이 되어 독립한 후라는 점, 셋째, 황혼이혼의 원인은 만성적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황혼이혼을 하면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

우선은 당연히 재산분할소송에 들어가서 가지고 있는 재산을 분할해 하고 본인이 받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각종연금을 나누어 주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이혼하고 나서 내 연금 가지고 새로운 사람 만나서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혼 후 새로운 누군가와 만나 재혼을 하거나 하려고 하면 가장 먼저 따지는 것이 경제적 능력을 본다는 점이다. 물론 진실성이 담보되어야 하는데 서로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이 다르다 보니 상대방을 전배우자처럼 이해하기가 어렵다. 거기에 서로가 자식이 있으면 더 어려운 문제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황혼이혼은 서로에게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 나이 들어 황혼이혼을 생각하기보다는 노년을 어떻게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생각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퇴임 이후에는 건강, 여가, 돈, 인간관계의 관리가 더욱 중요해진다. 그중 관계만 놓고 이야기할 때 부부 사이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한창 현역으로 일할 때에는 부부가 아침과 밤에 잠깐씩 마주치는 것이 전부지만, 은퇴 이후에는 하루 종일 마주보며 지내야 하는 것이 부부다. 결국 노년에 의지할 사람은 반려자뿐이다. 그런데 문제는 나이가 들면서 집안에서 남편과 아내의 위상이 바뀌기 시작하는 것이다. 남편의 권력은 그동안 소통을 통해 신임을 쌓아온 아내에게 이양되기 시작한다. 아내뿐 아니라 자식 중에도 내 편은 별로 없다.

심한 배신감을 느낀 남편들은 반란을 도모하기도 한다. 최근의 황혼이혼 사례를 보면 남자들이 먼저 요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혼인 기간 30년 이상인 부부의 이혼이 2004년 4600여건, 2009년 7200여건, 2014년 1만300여 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는 가운데 남편이 먼저 청구하는 건수가 40%에 이른다.

그런데 남자의 황혼이혼은 여자와 다른 점이 많다는 분석이 있다. 여자는 가족에게 희생한 자기 삶을 찾기 위해 이혼하지만, 남자는 비참하게 버림받기 전에 선수 치는 것이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라는 생각에 이혼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실제 남편이 먼저 황혼이혼을 청구하는 경우를 보면 벌써 아내가 수도 없이 이혼을 요구했거나 본인이 하지 않아도 조만간 이혼청구를 당할 상황이 상당수다.

불행을 막을 방법은 결국 하나다. 아내의 방식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노력을 해야 막을 수 있다. 아내는 남편을 잃고도 15년을 더 산다. 그러나 남편은 건강과 경제적 여건을 갖췄다 하더라도 아내가 있어야 만족감을 느끼고 오래 살 수 있다. 하지만 여자는 남편이 없어도 별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내는 남편을 잃고도 독립생활을 할 수 있지만 남자는 거의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남자는 직장생활 말고는 거의 모든 것을 아내에게 의지하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이상적인 부부관계는 은퇴 이후가 아니라 평소에 아끼고 신뢰하는 관계를 지켜나가야 한다. 일도 중요하지만 가정에 소홀해선 안 된다. 특히 평소에 아내를 존중하고 아내만의 영역을 인정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통계에 의하면 혼자 사는 남자보다 아내와 함께 사는 남자가 평균수명이 더 길다. 이유가 뭘까? 생선회를 파는 사람은 고기가 오래 살아 있기를 바란다. 생선이 죽으면 값이 확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수족관에 작은 상어 한 마리를 풀어 놓으면 된다. 물고기들은 상어한테 먹히지 않으려고 열심히 피해 다닌다. 긴장상태의 물고기는 죽지 않고 오래 살아남는다. 물고기가 수족관에서 일찍 죽는 것은 태만하고 긴장이 풀어져 있고 제 맘대로 놀다 보니 운동량도 떨어져 일찍 죽는 것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남편은 아내가 있으면 항상 움직여야 하고 긴장을 하게 된다. 이 세상에 어떤 남편이라도 아내 때문에 긴장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내를 가진 남자는 평생 긴장하며 항상 움직일 태세가 되어 있다. 나태해질 여유가 없다. 그 결과 남편들의 수명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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