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준 유엔대사의 ‘내가 지키려는 7가지 삶의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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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이상기 기자] 주유엔 오준 대사는 국내외 외교가에서 다음과 같은 외교관으로 종종 얘기된다. 첫째 매너가 좋고 둘째 영어에 능통하며 셋째 드럼을 잘 치며 넷째 연하장은 자신이 그린 그림을 인쇄해 보낸다.

필자 역시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런데 하나 보탤 것이 있다. 남에 대해 자기의 모든 것을 걸고 깊이 배려하는 마음씨다.

오준 대사가 최근 낸 <생각하는 미카를 위하여>(오픈하우스)가 위의 다섯가지 그의 특장점을 잘 설명해 준다.

<생각하는 미카를 위하여>는 표지를 제외하고 204쪽의 얇은 책자다. 이 속에는 한승주 전 외교부장관의 추천의 글을 시작으로 △프롤로그 ‘생각의 시작’ △내가 살아온 세상 △미카의 세상 △에필로그 ‘마지막 생각’ 그리고 부록으로 ‘내가 지키려고 하는 삶의 습관 7가지’로 구성돼 있다.

추천의 글에서 시작해 페이지를 넘기면서 어느 한 대목도 오준 대사의 본래 모습을 놓지지 않고 있지만 여기선 ‘내가 지키려고 하는 삶의 습관 7가지’를 요약하려 한다.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의장을 겸하고 있는 오준 대사가 지키려는 삶의 습관 첫 번째는 ‘무엇에나 의문을 갖는 것’이다.

‘왜’는 내가 가장 먼저 배운 단어 중 하나이고, 지금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에 속한다. 고교때 아버지가 영어로 된 책이나 잡지를 읽다가 좋은 표현을 보면 적어놓으시는 노트가 있었는데, 그 겉장에 “Quest is always right!”라고 써놓으셨다.(중략) 나는 지금도 유엔대표부의 동료들과 회의를 할 때 누군가 “내일은 유엔에서 핵실험 금지에 관한 회의가 있어서 참석하겠습니다”라고 하면 “그 회의는 왜 하는 겁니까?” 하고 물어본다.(중략) 그런 질문을 하는 이유는 어떤 업무를 하더라도 늘 본질적인 문제의식에 기초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준 대사의 두 번째 습관은 ‘소중한 것에 시간을 준다’는 것이다.

장수해서 100년을 산다고 해도 잠자는 시간을 빼면 60만 시간 정도가 주어진다. 우리가 가진 시간은 우리의 생명이다. 다른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자신의 생명을 일부 나누어 주는 것이다. 따라서 시간을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되고 자신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시간을 주어야 한다.

“나에게 뻗어온 손은 반드시 잡는다”는 그의 세 번째 삶의 습관이다.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게 손을 뻗어올 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그것이 사업 때문이든, 부탁할 일이 있어서든, 자기를 과시하기 위한 것이든, 아니면 교제를 위한 것이든, 원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중략) 남과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렇게 시간을 공유하는 것이 나에게 도움이 되는지 지나치게 따지고 계산하기 때문에 실행이 어려운 것뿐이다.

오준 대사의 네 번째 습관은 “필요한 것만 소유한다”이다.

나는 여름 양복과 겨울 양복이 각각 5벌씩 있는데,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다른 양복을 입는다. 그리고 매년 여름과 겨울에 가장 오래된 양복을 한 벌씩 버리고 새 양복을 구입한다. 즉, 5년 된 양복을 버린다. 늘 아울렛에서 같은 브랜드의 기성복을 사는데, 버리는 양복과 같은 색깔과 무늬의 양복을 산다. 사이즈도 20년 동안 거의 변화가 없기 때문에 해외에 근무할 때는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서 사서 보내달라고 해도 실패가 없다.

그의 5번째 습관은 “여러 가지 일을 할 때는 집중과 전환을 생각하는 것”이다.

유엔에서 연설을 할 때는 연설의 내용과 전달만을 생각하고 유엔대사 밴드에서 드럼을 연주할 동안에는 이 세상에 드럼 연주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중략)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는데 나는 ‘집중과 전환’이 맞는 것 같다. 선택과 집중을 하면 어떤 것은 포기할 수밖에 없지만 집중과 전환을 제대로 하면 포기하는 부분을 최소화할 수 있다.

오준 대사는 “중요한 승부는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습관화하고 있다.

대중 앞에서 연설 특히 외국어 연설을 한다든지 노래를 하는 일은 어떻게 긴장에서 벗어나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중략) 나는 이럴 때면 하고 있는 일이 바둑이나 장기나 카드놀이 같은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즉 이기려고 최선을 대해 열심히 하기는 하지만, 승부에 별로 집착하지 않는다. 바둑에서 진다고 해서 인생 전체에 영향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오준 대사는 “힘들고 어려울 때는 멀리 떨어져 나를 본다”고 한다. 그의 7번째 삶의 습관이다.

너무 힘들고 어려워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다. 나는 그런 때에는 내가 처한 현실에서 가급적 멀리 떨어져 나 자신을 보려고 한다.(중략) 한때 유행한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중략) 우리에게 닥치는 모든 어려움은 인간이 만든 것이고 따라서 인간이 해결할 수 있다. 깊은 숨을 들이쉬고 하늘을 바라보면 극복할 수 없는 좌절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오준 대사가 청년 시절 드럼을 연주하고 있는 모습
오준 대사가 청년 시절 드럼을 연주하고 있는 모습 <사진=생각하는미카를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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