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준 대사 “싱가포르처럼 개방-융합해야 궁극적인 성공”

오준 대사가 아시아엔(The AsiaN)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민경찬 기자>

[인터뷰] 오준 주 싱가포르 대사…”싱가포르 거리서 듣는 신나는 음악 30%는 한국 노래”

부자들의 자금은닉 수단으로 악용됐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에 따라 일부 예금자 정보를 공개했던 스위스 은행의 고객들이 싱가포르 은행들의 프라이빗 뱅킹(PB)으로 몰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과 무역, 관광산업의 3대 산업을 축으로 성장해온 싱가포르의 금융기관들이 예측가능하고 안정적인 만큼 은행 고객들이 싱가포르 은행 PB에 대한 신뢰도가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오준 싱가포르 주재 한국대사는 3일 오후 서울 명륜동 아시아기자협회(AJA) 사무실에서 아시아엔(THE AsiaN) 기자들과 만나 “선진국 중 유일하게 싱가포르에?상속·증여세가 없으므로 이 나라 금융기관에 절세 목적으로 예금이나 투자를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오는 5일 여수엑스포 ‘싱가포르의 날’ 행사 참석차 싱가포르 환경부장관 등과 함께 일주일 일정으로 방한한 오준 대사는 그러나 “상속·증여세 회피 목적보다는 국제금융, 특히 PB나 헤지펀드 등의 중심이고 높은 신뢰와 안정성 때문에 싱가포르 금융기관에 돈이 몰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힌 기자가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자제 등이?싱가포르로 본사를 옮기거나 이민을 할 것이라는?소문이 있는데”라고 묻자 “처음 듣는 얘기”라면서 “싱가포르 금융에 대해 한국 사람들의 관심이 많고 다국적 금융기관 근무자들이 싱가포르에 많이 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만 답했다.

싱가포르는 규제대상이던 카지노를 허용해 지난 2010년 2개를 설립한 뒤 카지노를 통해 국가 예산의 5%에 이르는 높은 재정수입을 거둬들여 대성공을 거뒀지만, 도박중독 문제가 새로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도 소개했다.

오준 대사는 “싱가포르는 1965년 건국 당시부터 과거 식민지시대 중국인들의 악습인 마약과 도박을 금기시해 왔지만 내국인 카지노 수요를 자국으로 유치하고 관광산업과의 시너지 등을 고려해 카지노를 허용했다”면서??“그런데?경제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도박으로 가산을 탕진하는 사례 등이 불가피하게 생겨 정부가 고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구 500만 명의 싱가포르 사람들 대부분은 한류열풍 영향으로 중장년층은 한국의 드라마를, 젊은 층은 K-Pop에 각각 열광하고 있다. 그러나 남한에 대한 높은 관심과는 달리 남북관계, 동아시아의 외교안보적인 측면에서는 이해도가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오준 대사는 “한류열풍으로 싱가포르 현지 대사관이 굳이 큰 노력을 하지 않아도 한국의 영화나 드라마, K-Pop 등의 콘텐츠는 이제 유료로 제공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그러나 “싱가포르 사람들은 남한과 북한은 모든 점에서 단순한 적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인식하는 등 남북관계에 대해 정확하고 충분한 이해가 낮아 이해도를 높이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오준 대사와 나눈 일문일답.

-대사관 차원에서 한류행사 지원 많이 해야겠습니다.

▲ 매년 10월~12월까지 10여개 행사를 양국이 따로 또는 같이 기획해서 ‘한국 축제(Korea Festival)’을 합니다. K-Pop이나 한국영화, 드라마 등은 자체 경쟁력이 상당히 높아 인기도 높고 수익도 많이 올리므로 대사관에서 특별히 지원할 것도 없습니다.

대신 양국 사람들이 함께 참여해 좋은 가치를 나누고 현지 교민들에게 구체적인 도움도 줄 수 있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광화문 보수 때 가림막을 디자인했고 현재 뉴욕에서 활동 중인 강익중씨는 올해 한국 축제 때 암 등 중병환자들에게 밑그림을 나눠줘 색칠하게 한 다음 그것들을 모두 모아 커다란 모자이크 작품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싱가포르 아동병원과 함께 기획, 추진하고 있습니다. 자랑이나 과시하지 않아도 현지인들을 참여시켜 같이 즐기는 행사로 개념을 바꾼 셈이죠.

– 싱가포르 젊은이들도 한국 문화를 좋아한다는 데 주로 K-Pop인가요.

▲ 생각보다 직접 와보시면 놀랄 것입니다. 한국식 식당과 (현지에서는 K-TV라고 부르는)노래방, 치킨집, 술집 등이 밀집한 거리가 따로 있을 정도로 인기가 좋습니다. 한국식 치킨에 맥주를 마시는 바(Bar), 매운 불닭도 인기가 좋지요. 젊은이들이 주로 찾는 클럽들 대부분 주1회 정도는 아예 ‘코리아 나이트’를 열기도 합니다. 거리와 주점, 식당에서 틀어주는 신나는 음악의 3분의1 정도가 한국 음악이라면 더 이상 설명할 필요 없겠지요.

– 싱가포르 기자로부터 ‘북한이 왜 중국과 더 적극적으로 협력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듣고 다소 의아해 한 적이 있습니다만.

▲ 2년 반째 싱가포르에서 근무하면서 이곳의 최대 일간신문인 <더 스트레이트 타임즈(The Strait Times)>에 4번 기고를 했습니다. 핵 안보 정상회의,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회) 등 좋은 일로 2번, 나머지 2번은 천안함 사건 등 심각한 내용이었죠. 싱가포르 사람들은 대체로 한국을 잘 알고 좋아하지만 남북한 문제를 잘 모르는 것 같아요. 김정일 사후 김정은 체제가 시작돼 변화가 있지만 이곳 사람들은 북한과 남한이 항상 극단적 대립의 이해관계만 존재하는 것으로 이해합니다. 보수, 진보를 떠나 통일과 교류에 대한 노력, 가령 개성공단과 같은 경제협력 사실 등을 거의 모르는 것입니다. 싱가포르 기자의 의문은 아마도 북한이 중국처럼 정치적 사회주의를 유지하면서도 경제적으로는 개혁개방을 추진하면, 근면성과 교육을 중시하는 동아시아 사람들의 장점을 발휘해 잘 사는 나라가 될텐데 왜 그것을 마다하는지 모르겠다는 답답함일 것입니다.

– 한국이 싱가포르로부터 배워야 할 점을 하나만 소개해주세요.

▲ ‘개방의 위력’입니다. 한국이 과거 시장개방을 꺼렸던 이유 중 하나는 경쟁을 두려워하는 것이었습니다. 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 중 한국 영화를 일정 비율 이상 상영하도록 한 ‘스크린 쿼터’가 대표적이죠. 지금은 어떻습니까. 한국의 영상산업의 콘텐츠 경쟁력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한국의 무료였던 KBS 방송이 이제는 요금을 내야 볼 수 있습니다. 한국 영화가 경쟁력이 높아지니까 영화시장보호가 더 이상 필요 없게 됐습니다. 싱가포르 자체가 한국도 체험한 이런 ‘개방의 위력’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사례입니다. 개방이 결국 더 이롭습니다. 두려워할 필요가 없죠. 소비자들도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영상=정성원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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