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공사 미래통합당 강남갑 공천 논란에 오준 전 대사 “탈북민 차별 없어야”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최근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태영호(태구민)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의 미래통합당 서울 강남갑 공천을 비판한 가운데, 오준 전 유엔주재 대사는 15일 “태 공사의 입후보 문제가 어떻게 결론이 나든 탈북민에 대한 차별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전 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지역(강남)이 야당의 텃밭이라서 아무나 공천해도 당선될 거라고 보는 것 같아서 사실 좀 기분이 나쁘다’는 말씀을 들었다”며 “(그렇다면) 탈북민들은 남한에서는 연고지가 없으니까 어떤 지역 기반 선거에도 입후보 할 수 없을까?”라고 되물었다.

오 전 대사는 “그것은 차별적인 인식이라고 생각한다”며 “마치 외국인은 한국어를 모국어로 배운 게 아니니까 한국문학을 전공할 자격이 없다는 것처럼 들린다”고 했다.

그는 “탈북민뿐 아니라 모든 북한 주민은 우리에게 ‘아무나’가 아니다”라고 페이스북 글을 마무리했다.

다음은 오 전 대사의 페이스북 전문.

저는 탈북 주민인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를 개인적으로 잘 아는 편입니다. 여러 번 만나서 북한에 대한 대화도 나누었고, 그분의 초청으로 북한인권 관련 강연을 한 적도 있고 태 공사가 제 초청으로 강연을 한 적도 있습니다.

제가 만나 본 각국의 전·현직 외교관 중에 가장 유능한 사람 중 하나라는 느낌을 받아서, “남한에서 태어나 외교관을 했으면 나보다 더 성공했을 것”이라고 농담을 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 야당의 국회의원 후보로 추천되었고, 그것도 우연히 제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강남구에서 입후보 한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저는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려면 정치보다는 다른 방법을 택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평소에 갖고 있기 때문에, 만일 태 공사가 제 의견을 물어보셨다면 정치를 추천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후 뉴스를 보니 그의 입후보의 적정성에 대한 논란도 제기되었더군요.

이와 관련해서, 이웃 주민 한 분이 “이 지역이 야당의 텃밭이라서 아무나 공천해도 당선될 거라고 보는 것 같아서 사실 좀 기분이 나쁘다”고 말씀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저는 야당의 선거 전략이나 당선 가능성에 대하여는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습니다. 태 공사를 다른 지역구나 비례대표 후보로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죠.

제 관심을 끈 부분은 왜 북한 탈북민을 공천하는 것이 ‘아무나’일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강남지역과 연고가 없다는 뜻인 것 같은데, 그렇다면 탈북민들은 남한에서는 연고지가 없으니까 어떤 지역 기반 선거에도 입후보 할 수 없을까요?

그것은 차별적인 인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외국인은 한국어를 모국어로 배운 게 아니니까 한국문학을 전공할 자격이 없다는 것처럼 들립니다. 시각장애인은 TV 드라마를 보지는 못하고 듣기만 하니까 드라마에 대해 평할 자격이 없다는 것 같이도 들립니다. 귀화한 외국인도 한국어를 잘 하게 도와주고 시각장애인도 드라마를 좀더 쉽게 즐길 수 있게 해주어서, 모두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그 대상이 우리와 분단되었던 형제자매인 탈북 주민인 경우는 더욱 말할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태 공사의 입후보 문제가 어떻게 결론이 나든지 간에 탈북민에 대한 차별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탈북민뿐 아니고 모든 북한 주민은 우리에게 ‘아무나’가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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