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권의 훈훈한 세상] 아름다운 인생마무리, ‘유언장’ 쓰는 법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회 명예회장] 얼마 전 작은 딸아이가 내가 사는 아파트 같은 동으로 이사왔다. 말은 안하지만 우리 내외의 비상시를 대비하는 것 같아 그 마음씨가 너무 대견하고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만약 늙은이 둘만 사는 집에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할까?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호스피스·완화의료의 이용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안’(이하 연명치료 중단법)이 12월 9일 국회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상정·처리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연명치료 중단법’은 “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돼 사망에 임박한 상태의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 적용되며, 환자의 상태에 대해선 의사 2명(해당 분야 전문의 1인 포함)이 판단하도록” 규정돼 있다.

법안에 따르면, 연명치료 중단 결정은 가족들이 환자의 사전의 뜻을 추정해 이를 결정토록 했으며, 연명의료 중단에 대한 환자의 뜻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라도 가족 전원이 동의하면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 일에 대비해서 유언장을 미리 써서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해야 한다. 자기가 벌여 놓은 일들을 다 정리하고 유산 상속 문제도 잘 처리해 자식들 사이에 분규가 안 생기게 하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 또 자식들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잘 정리해 남기는 것도 필요하다.

첫째, ‘유언장’은 어떻게 쓰면 좋을까?

?. 유언장은 꼭 임종에 임박해 쓰는 것이 아니다. 언제라도 쓸 수 있다. 아니 노년이 되어 정신이 깨끗하지 못할 때 쓰는 것보다는 정신이 성성할 때 미리 써두는 것이 좋다. 그리고 마음이 바뀔 때에는 언제든지 내용을 바꿀 수 있으니 1년마다 다시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유언장은 꼭 자필로 쓰는 것이다. 그래야 법적 효력을 갖는다. 컴퓨터로 출력을 했다면 반드시 공증(公證)을 받아야 한다.

?. 유언장은 마지막에 도장을 찍어야 한다. 도장을 찍지 않으면 나중에 무효 판정을 받을 수도 있다. 이때 쓰는 도장은 반드시 인감도장일 필요는 없고 엄지로 찍어도 문제는 없다.

?. 유언장 내용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①장법(葬法)의 경우 매장이나 화장 또는 수목장 중 어떤 것을 원하는지 밝히면 좋다. 아울러 어디에 묻히면 좋겠다는 것도 밝혀 두어야 한다. 이것은 자식들 사이에 갈등이 생길 수 있어 미연에 방지하자는 것이다.

②자신의 재산을 정확하게 알려야 하다. 여기에는 집이나 부동산, 저축이나 주식 같은 금융 정보 등이 포함된다. 이것들을 명확하게 밝히고 이것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를 밝혀야 한다. 법적으로 하면 유산은 배우자가 반(半), 그리고 그 나머지는 자식들이 균분하게 돼 있는데 유언장을 쓸 때에는 그런 것에 상관할 필요가 없다. 자기 재산이니 자기가 마음대로 상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③종교나 사회단체에 기부할 경우, 자식들이 아니라 사회단체에 기부하고 싶으면 그것도 명확히 밝혀야 한다. 명확하지 않으면 후에 본인 뜻과는 달리 자식들의 환수욕심 때문에 분규가 생기기 쉽다.

④금융정보 쓰는 방법이다. 자신의 돈이 어떤 은행에 어떻게 저축돼 있는지를 밝혀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은행의 ‘비밀번호’를 밝혀 놓는 것이다. 비밀번호가 없으면 자식들이 그 돈을 찾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또 주식이나 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갖고 있으면 그것도 밝혀야 한다.

⑤자식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을 쓰는 것이다. 생전에는 아무리 부모 자식 사이라도 면전에서 할 수 없는 말들이 있다. 또 그 자식에게 부디 남기고 싶은 말이 있을 수 있다. 그런 말을 적어 준다면 자식들은 부모님의 가르침을 평생 가슴에 담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사전의료의향서’ 작성해 두는 것이다.

①무의미하게 생명을 연장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우리는 삶의 말기에 접어들면 더 이상 건강을 되찾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때 부질없이 생명을 연장하는 것은 본인이나 가족, 사회 등 누구에게도 좋을 것이 없다.

②사전 의료의향서에 필요한 사항은 대체로 심폐소생술, 인공호흡, 인공투석, 인공영양 공급, 진통제 사용 등의 실시 여부에 대해 답하는 것으로 돼 있다. 식물인간의 상태가 된 환자에게 억지 시술을 행하는 것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이다. 따라서 이것은 당연히 거부하고 그 외에 인공호흡이나 투석 등도 다 거부하면 된다.

③진통제 사용에만 동의하는 것이다. 우리가 임종이 가까이 오면 몸이 노쇠하고 병이 깊어 몸이 아주 아프기 쉽다. 이때 이 통증을 견디기 위해서는 다량의 진통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 진통제를 맞아야 존엄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다.

미구에 맞이할 아름다운 인생마무리는 위와 같이 하면 좋겠다. 일을 당해 처리하려면 창황경조(滄荒驚?)하기 쉽다. 최후의 일념이 내생 최초의 일념이 되는 것이다. 욕심을 떠나 마음을 발(發)하는 것이 서원(誓願)이다. 그리고 청정(淸淨)은 밉고 사랑스러운데 끌리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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