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권의 훈훈한 세상] 1년 열두달 매일 ‘허그 데이’였으면···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회 명예회장]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는 무슨 기념일이 그리 많은지 놀라울 정도다. 그런데 아쉬운 건 이게 낭만적 감성으로 제조된 순수함보다는 사람들 지갑 노린 업체들의 꿍꿍이가 숨어있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돈 벌어 이 기념일에 쏟아 붓고 있는 느낌도 든다.
그 기념일을 한번 살펴보자. △1월 다이어리데이 △2월 발렌타인데이 △3월 화이트데이 △4월 짜장면데이 △5월 로즈데이 △6월 키스데이 △7월 실버(반지)데이 △8월 그린데이 △9월 포토(사진)데이 △10월 와인데이 △11월 무비(영화)데이 그리고 12월14일 ‘허그데이’ 등이다.
또 있다. △11월11일 빼빼로데이 △3월3일 삼겹살데이 △9월9일 치킨데이 △10월10일 초코파이데이 등도 있다. 살펴보니 그 가운데 12월14일 허그데이가 가장 인상적인 것 같다. 왜냐하면 바로 연인, 친구나 가족을 포옹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허그데이 유래는 ‘제이슨 헌터’라는 사람에 의해서 생겼다고 한다. 제이슨 헌터는 어머니로부터 “그들이 중요한 사람이란 것을 모든 사람이 알게 하자”라는 가르침을 받아왔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헌터는 어머니 뜻을 알리기 위해 2001년 최초로 ‘Free hug’라는 로고를 새긴 옷을 제작하고 판매했다.
프리허그는 자신이 길거리에서 스스로 ‘Free Hug’라고 적은 피켓을 들고 기다리다가 자신에게 포옹을 청해오는 불특정 사람을 안아주는 행위다. 요즘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행해지고 연예인들도 많이 하고 있다.
이렇게 많이 행해지는 프리허그는 아무런 말없이 상대방과 포옹을 하는 것 자체만으로 현대인의 정신적 치유를 가져다주는데 의의가 있다. 올 겨울 가까운 지인에게 따뜻한 포옹 한번 하는 건 어떨까?
쇼펜하우어는 포옹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온기(溫氣) 때문에 모여 있는 고슴도치와도 같아서, 너무 가까이 있어도 불행하고, 너무 떨어져 있어도 불행하다.” 나는 포옹(抱擁)을 하면 포용력(包容力)도 생긴다고 믿는다. 누군가를 껴안으면 서로의 마음이 건강하게 만들어진다는 것은 여러 연구결과가 입증해 준다.
좀 더 구체적으로 포옹과 접촉의 효능은 이렇게 많은 걸로 나타난다.
첫째, 포옹은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미국 인디애나 주 드포대 심리학자 매트 허트스테인 박사에 따르면, “포옹은 자식을 보호하고 키우는 모성행동을 촉진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옥시토신’이 뇌에서 분비되도록 한다. 이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감정을 헌신, 신뢰감이 충만하도록 촉진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둘째, 포옹은 혈압을 낮춰주고 심장 건강에 좋다. 최근 의학 보고사례 중에는 포옹이 신경을 통해서 뇌로 신호를 보내 혈압을 낮춰준다는 주장이 있다. 또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채플힐 캠퍼스에서 진행된 실험에 따르면, 포옹을 하고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장박동수가 안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포옹은 두려움을 완화시킨다. 국제의학학술지 <심리과학저널>에는 포옹이 심리적 불안, 공포증, 두려움을 완화하는데 탁월한 작용을 한다는 연구가 게재된 바 있다. 해당 연구를 진행했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자유대학교(VU University) 샌더 쿨 연구원은 “다른 사람과 몸을 접촉하는 것은 심리적 실존성을 극대화해 개인이 가진 대인 공포와 심리적 위축감을 상당부분 완화시킨다”고 했다.
넷째, 포옹은 우울증을 감소시킨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 대 연구진에 따르면, 나이가 들수록 커져가는 상대적 박탈감과 이를 통해 유발되는 우울증을 잦은 ‘포옹’을 통해 예방할 수 있다. 포옹이 심리적 안정에 큰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다섯째, 포옹은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포옹 순간, 급성 스트레스에 반응해 분비되는 물질인 ‘코르티솔’이 현저히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섯째, 포옹은 자녀들의 정신을 건강하게 만들어 준다. 최근 미국 에모리대 연구진은 어린 시절 잦은 신체접촉이 성장과정에서 스트레스를 줄여주는데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쥐 실험을 통해 밝혀냈다. 이는 어른에게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자녀들과의 잦은 포옹은 그들의 미래를 보다 밝게 만들 수 있다. 실제 부모와의 포옹이 많은 자녀일수록 성격이 밝고 대인관계가 원활한 경우가 많다.
포옹은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받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입시에 짓눌린 수험생이 포옹을 받았을 때, 나를 안아주는 부모의 공을 생각해주면 서로에게 큰 격려가 된다. 살림살이에 지친 아내와 세파에 시달리는 남편이 서로에게 힘을 주는 가장 확실한 비언어도 ‘포옹’이다.
좋아하는 사람, 위해주고 싶은 사람에게 안아주고 간단한 선물이라도 할 때 그날이 최고로 의미 있는 날, 특별한 날이 될 것이다. 영화 <사이드 웨이>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마야 “당신이 가장 아끼는 슈발블랑 61년산을 언제 마실 건가요?”
마일즈 “특별한 날!”
마야 “언제가 특별한 날이죠?”
마일즈 “특별한 날 그 와인을 마시는 것이 아니고, 그 와인을 마시는 날이 특별한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