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성의 한국 계파정치 28] 5공 전두환·6공 노태우 ‘하나회’ 명단···야전군 출신은 ‘정치 불간여’
[아시아엔=박종성 서원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국가 명운(命運)에 관한 전두환의 거의 절대적인 자율과 그를 향해 접근한 수많은 인간들의 정치적 관계는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그 역시 단순한 동기에서 비롯되었던 것으로 파악할 일이다. 야권의 이합집산과 마찬가지로 신 여권에로의 힘의 유인 역시 치열한 정치생존을 위해 자신이 얻을 실제 이익과 그 기대치 계산 때문이다. 따라서 전두환과 민정당을 향한 행진 역시 그 동기 밑바닥에는 끓어오르는 충성심이나 개인적 존경 혹은 정책 대안에 의한 문제해결능력 따윈 개입할 필요가 없었던 셈이다.
민정당을 만드는 과정에 하나회가 어떤 결정권을 갖고 있었는지는 현재 확인되지 않는다. 하나회를 과연 5공 계파 분석의 쓸모 있는 변수로 볼 수 있겠느냐는 반론 역시 감안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지나치지 못하는 이유는 조직의 발동주체와 수장이 정규 육사11기였다는 점과 ‘전두환-노태우-정호용’ 라인의 공조체제 때문이었다.
하나회라는 명칭을 붙이기 전, 육사 11기 동기생들 사이에서는 집단의 모체를 ‘김태환회(金泰煥會)’로 통칭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11기의 선두그룹에 속했던 김복동·노태우·전두환의 이름에서 각각 한 음절씩 따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질적 리더는 전두환이었고 그가 회원인 동기생들조차 동료 아닌 ‘상하관계’ 정도로 대했다는 얘기도 있다.
하나회 기수별 명단은 다음과 같다.
△11기 전두환 노태우 정호용 최성택 안교덕 노정기 손영길 권익현 김복동
△12기 박세직 박준병 박희도 안필준 장기오 전동철 황인수 최웅
△13기 신재기 정동호 황진기 조명기 윤태균 최문규 오한구 이우재 최세창 우경윤 권영휘 박종남 정진태
△14기 박정기 이종구 배명국 안무혁 이춘구 정도영 신우식 장홍렬 장기하 이철희
△15기 민병돈 이진삼 고명승 이대희 김상구 나중배 권병식 강자화 이한종 박태진
△16기 장세동 최평욱 정순덕 송웅섭 신말업 정만길 김정룡
△17기 허화평 허삼수 김진영 안현태 이현우 이문석 김근준
△18기 정태화 이학봉 조남풍 구창회 성환욱 김정헌 김재창
△19기 서완수 노석호 최석림 장석규
△20기 허청일 안병호 김무웅
보안사령관을 지낸 강창성은 이렇게 말한다.
“박정희 장군이 육사 8기를 견제하기 위한 자신의 영남인맥 형성과정에서 11기생이 중심이 되어 구성된 것이 이른바 칠성회(七星會)였다. 박 장군이 미국방문을 서둘렀던 61년말 전두환·노태우·손영길·정호용·권익현·최성택·백운택 소령 등 영남출신 11기생들은 외견상 권력과 무관한 친목모임인 칠성회를 조직한다. 이 모임은 구 육사세력들과 어느 정도 단절되어 있고 더욱이 구성 면면들이 모두 영남출신들이어서 박대통령 자신의 권력보호를 위한 친위대적 인맥형성엔 안성맞춤이었다. 11기 김복동 소령도 칠성회 멤버였지만 이 모임이 하나회로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전두환과의 불편한 관계로 발을 뺐다는 얘기다. 권력의 비호 아래 발족한 칠성회는 계속 정규육사출신들을 비밀리에 포섭, 조직이 크게 확대되자 명칭도 ‘하나회(일명 一心會)’로 바뀌었고 군내 유일한 사조직으로 탈바꿈해갔다.”(<일본/한국 군벌정치> 해동문화사, 1991, 357-35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