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홧병과 ‘욱’ 하는 한국인②] 충동조절장애환자 10대가 2할 넘어···심호흡으로 분노 조절을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현대사회에서 생존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스트레스 관리와 분노 조절이 화두가 되고 있다. 이에 자신의 분노 조절이 가정과 직장생활을 하는 데 유익하기 때문에 분노 조절 프로그램이 인기가 있다. 기업에서는 직원들의 스트레스와 분노 관리가 업무 효율을 높이고 이직률도 떨어지기 때문에 사내에서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분노 조절 장애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반복되면 법원 당국이 분노 조절 관리 프로그램을 이수하도록 명령한다. 치료 프로그램에는 증세에 따라 불안증, 우울감 등을 감소시키는 약물처방도 포함된다. 중독 및 정신보건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부기관에서는 분노와 충동 조절, 불안장애 등 각종 정신건강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보급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국립정신보건원에서 일본인 맞춤형 프로그램을 보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욱’한다고 표현되는 생활형 분노가 팽배해 있으며, 불만과 갈등 조절 기능이 약하여 점점 분노 표출이 만연하는 사회로 이행되고 있다. 이에 작은 갈등에도 분노가 폭발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한국형 분노 폭발 범죄는 평소 불만, 모멸감, 음주 상태 등이 겹치면 일어난다. 그 배경으로 빈부 양극화와 경쟁 과잉 사회 분위기에서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 상대적 박탈감, 화가 나면 술부터 찾는 음주문화, 자기가 무시당했다고 느끼는 멸시감과 열등감을 유난히 못 참는 성향 등이 작용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충동을 조절하지 못하는 충동조절장애 환자가 2009년 3720명에서 2013년에는 4934명으로 32.6% 늘었다. 2013년 기준으로 환자의 성별, 연령별로 보면 10대 남자가 1106명으로 가장 많으며, 그리고 20대 남자 986명, 30대 남자 745명, 40대 남자 454명, 10대 여자 366명 순으로 뒤를 이었다.

충동조절장애는 명백한 동기가 없는 상황에서도 과도한 행동을 반복하며, 자존감에 민감한 개인주의 사회에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발생한다. 충동조절장애 환자 중 10대 청소년 비중이 높은 것은 핵가족화와 입시경쟁 등으로 대인관계 능력을 제대로 기르지 못한 것과 관련이 있다.

충동조절장애의 일종인 ‘간헐적 폭발성 장애’ 발생 과정은 △화가 치미는 스트레스가 발생하면, △아드레날린 등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분비되어, △상황에 걸맞지 않은 과도한 분노가 발생한다. △이성적 판단을 하는 전두엽 기능이 마비되어, △자기 행동이 미칠 결과를 예측하지 못하며, △폭력 행동의 표출과 기물 파괴를 한다. △대개 1시간 이내 분노 발작 사라지면, △후련함 또는 후회하는 감정이 생긴다.

화가 치솟고 못 참겠다는 순간이 되면 심호흡으로 분노를 일시적으로 가라앉혀야 한다. 심호흡을 여러 번 천천히 하면 혈압이 떨어지고, 근육의 긴장이 풀린다. 또한 화도 누그러진다. 자신에게 분노 조절 장애가 있거나 그런 기질이 있으면 명상이나 심신요법을 통해 평소에 화를 다스리는 훈련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해 학교 교사와 또래들, 그리고 부모에게 폭행을 가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감정조절을 못 해서 해마다 증가하는 ‘욱 범죄’를 줄이기 위하여 어릴 때 가정의 ‘밥상머리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 옛날 한국인은 대가족(大家族) 안에서 엄격하게 자랐으나, 핵가족(核家族)이 늘면서 점차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놔두는 ‘자유방임(自由放任) 양육’이 늘고 있다. 자녀의 올바른 양육을 위한 밥상머리 교육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이 중요하다.

△요즘 아이들은 휴대전화, 컴퓨터 등에 너무 익숙해 참을성이 떨어지므로 자녀가 글과 활자를 가까이 하며 차분히 생각하는 습관을 갖게 하기 위하여 책과 신문을 읽게 한다.

△남에게 자기 마음과 감정을 이야기하는 것이 서툰 아이들은 화가 나면 대화보다 욕이나 폭력으로 분출할 기능성이 크다. 이에 부모는 자녀들과 공부나 성적 이야기만 할 게 아니라, 하루에 10분이라도 자녀가 좋아하는 것을 이해하면서 진솔한 대화를 나누도록 한다.

△자녀가 원하는 것을 부모가 무조건 다 해주면 아이의 분노 조절 장치가 마비되어 커서도 욱하는 성격이 변하지 않게 된다. 따라서 아이가 원하더라도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가르쳐야 한다.

△부모가 지나치게 자녀를 억압하면 화를 못 참고 욕을 하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아이가 될 수 있다. 이에 부모는 자녀를 부정적인 말로 억압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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