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도’ 뒷담화③] 영조-사도세자-정조 3대 DNA ‘후성유전학’ 관련성 연구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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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사도세자의 아들 정조의 숙원 중 하나는 양주 배봉산(현 서울시립대 뒷산)에 있는 부친의 묘소 영우원(永祐園)를 길지(吉地)로 이장하는 것이었다. 정조는 국왕이 된 지 13년 만인 1789년 10월 사도세자의 묘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안녕리로 이장하여 현륭원(顯隆園)이라고 하고, 마음 속 깊이 남아 있던 한(恨)을 풀었다. 그리고 현륭원 인근에 화성(華城)을 축조하였다. 정조는 사도세자의 묘(墓) 이장을 계기로 화성(현재의 수원)을 계획도시로 만들어 개혁의 시험 무대로 삼고자 했다.

화성은 군사적 방어기능과 정치, 상업적 기능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었으며, 2년 6개월의 공사 끝에 1796년(정조 20년) 9월 10일 완공되었다. 정조는 화성에 유수부(留守府)를 두고 행궁과 군영을 설치하여 정치적 군사적 기능을 부여하였다. 화성은 18세기 조선의 과학과 건축기술을 결집해 만든 걸작으로 인정을 받아 1997년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해마다 10월이면 정조 임금이 화성을 세운 걸 기념하는 ‘수원화성문화제’가 열리고 있으며, 금년에는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열렸다. 정조대왕 능행차, 화성 깃발 싸움, 화성 축성 체험, 화성 행궁 체험, 민속놀이, 불꽃놀이 등 다양한 행사가 마련됐다. 내년엔 화성 축성(築城) 220년을 기념하여 서울 창덕궁에서 수원 화성까지 이동을 재연한다고 한다.

특히 1795년 정조 임금의 명령으로 만들어진 ‘배다리’도 내년에 다시 만들어진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배다리는 고려 때부터 만들었지만 가장 유명한 건 정조 임금과 약 6000명의 사람이 함께 건넜던 배다리다. 옛날에는 한강처럼 큰 강을 건너는 긴 다리가 없었기 때문에 배들을 엮어 긴 배다리를 만들어 임시로 사용했다.

영조-사도세자-정조로 이어지는 3대(代)에 걸친 유전자(DNA)는 어떻게 전해졌는지가 궁금하다. 후성유전학(epigenetics)에서는 유전자는 자식 세대에게 그대로 전달되지만, 특정 시기 먹고 마시고 경험한 모든 일에 따라 특정 유전자의 스위치가 켜지거나 꺼진 채로 자식에게 전해진다고 한다. 후성유전자의 변형은 최소 4대(代)까지 미친다고 한다.

정신적 충격도 자식에게 유전된다. 코르티솔(cortisol)은 정신적 외상(外傷) 트라우마(trauma)를 겪은 사람에게서 높게 나타나는 스트레스 호르몬이다. 특정 시기 정신적 상처를 겪은 이들은 나중에 전혀 문제가 없을 때에도 코르티솔 수치가 높게 나타난다. 트라우마는 유전자를 변화시키며 변형된 유전자는 다음 세대까지 전해진다.

우리가 일상에서 하는 선택이 다음 세대 그리고 그다음 세대까지 큰 차이를 낳을 수 있다고 한다. 한편 물려받은 유전자가 비록 좋지 않더라도 나의 올바른 선택에 따라 자식 세대에게 좋은 유전자의 스위치가 켜진 채로 물려줄 수도 있다고 한다. DNA는 우리 스스로의 선택에 따라 능동적이고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한다.

후성유전학의 권위자인 영국 런던 임페리얼대학 네사 캐리 교수는 유전자는 판박이를 찍어내는 주형(鑄型)이 아니라 연극의 대본 같은 것이므로 같은 대본이라도 어떻게 연출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작품이 나오듯이 동일한 유전자라도 어떤 스위치가 켜지고 꺼지는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운명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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