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권의 훈훈한 세상] ‘무간도’를 아십니까?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회 명예회장] 무간도(無間道)라는 말이 있다. 지옥이라는 뜻이다. 직역하면 ‘틈이 없는 길’ 즉, ‘빠져 나갈 곳이 없는 길’이란 뜻이다.
불교에서는 이를 무간지옥(無間地獄)이라고도 부른다.
그럼 무간도에 빠진 모습은 어떤 것일까?
중인도 마갈타국의 빈바사라왕은 석가모니불께 귀의하여 불교교단에 큰 힘이 되고 성군의 정치를 펼쳐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의 말년은 무간지옥에 빠져 비참했다. 아들 아사세 태자의 반란 때문이었다.
아사세 태자는 영축산의 부처님과 제자들에게 공양을 올리고 돌아오는 부왕을 죽이고 왕이 되려하였다. 그러나 차마 죽이지는 못하고 빔바사라왕을 감옥에 가두어 죽지 않을 정도의 물과 곡기만을 조금씩 들여보내며 탈진하기를 기다렸다.
빈바사라왕은 감옥 속에서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한달 두달, 한해 두해가 지나고 3년이 거의 다 차게 되자 부처님을 향한 원망의 마음이 솟아올랐다. “저는 부처님과 제자들에게 수없이 공양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날마다 기도를 빠트린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어찌 결과가 이렇단 말입니까?”
그때 부처님께서는 천이통(天耳通)으로 빈바사라왕의 말을 듣고 계셨다. ‘저렇게 죽으면 왕은 무간지옥에 떨어지리라.’ 부처님께서는 곧 신통력으로 빈바사라왕 앞에 모습을 나타내어 과거를 상기시켰다. “왕이시여, 지금부터 이십여 년 전에 사람을 한명 죽이지 않았습니까?” “아, 어떻게 그것을? 부처님이시여. 죽였습니다.” “왜 죽였습니까?”
“제 나이 마흔 살이 될 때까지 아들이 없었습니다. 답답했던 저는 점쟁이를 불러 물었고, 점쟁이는 비부라산에 있는 늙은 수행자가 3년 뒤에 죽어 저의 아들로 태어날 것이라 하였습니다. 그런데 욕심이 발동한 저는 그 3년을 기다릴 수가 없었습니다. 곧바로 비부라 산으로 달려가 수행자에게 부탁했습니다. ‘나는 아직 3년을 더 살 수 있소. 3년 뒤에 봅시다.’ 씁쓸한 감정을 안고 궁으로 돌아온 저는 제 욕심에 맞추어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어차피 나의 아들이 될 사람이면 3년을 더 사나 지금 죽으나 마찬가지 아닌가. 차라리 지금 죽여 왕궁에서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으리라.’ 그리고 저는 믿을만한 신하를 시켜 그 수행자를 죽였고, 그 신하는 지하 감옥에 가두었으며, 마침내 아사세가 태어났습니다. 아! 제가 그 업보를 받고 있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아사세 태자는 장성할 때까지 밝은 정치를 펼치는 부왕을 무척이나 존경하고 따랐습니다. 그러나 전생의 원결(怨結)은 어찌할 수 없는 법. 장성한 태자의 마음에는 부왕에 대한 알 수 없는 살심(殺心)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하여 전생의 일을 알게 된 태자는 참을 수없는 분노에 휩싸여 부왕을 죽이고자 한 것입니다.”
그야말로 지옥과 극락이 한 생각 차이가 아닌가 한다.
인간관계에서 배신을 하고 악행을 저지르면 바로 무간도에 빠지고 만다. 조금 바보처럼 살고 정신 육신 물질로 베풀며 맨발로 뛰며 헌신하는 게 아름다운 삶이다. 신의(信義)는 고금을 일관한다. 우리의 사귐은 적어도 고금을 꿰뚫는 신의로 맺어져야 영원을 노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