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권의 훈훈한 세상]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회 명예회장] 우리 인생의 고락의 원인은 무엇일까? 고락희비(苦樂喜悲)가 없는 인생은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락의 원인이 무엇인지부터 알아보면 그 해법이 생기지 않을까? 고락의 원인은 고대 인도로부터 4가지의 사고방식이 있었다.
숙명설(宿命說), 천의설(天意說), 무인설(無因說), 인연설(因緣說)이 그것이다. 그런데 석가모니께서는 이 4가지 가운데 앞의 3가지는 틀린 것이라 보고 제4의 인연설을 취하셨다.
첫째, 숙명설은 지금 우리들이 받는 모든 고락과 미래의 일체 고락희비가 다 이미 정해져 있어서 인간으로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설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업보론(業報論)이 있다. 이것은 어떤 일이나 이미 선천적(先天的)으로 정해져 있어서 우리가 아무리 발버둥 치더라도 어떻게 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스스로의 운명을 따르는 수밖에 별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둘째, 천의설은 신의설(神意設)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 말이다. 천(天)은 인도에서는 신(神)이라고 하여 ‘범신(梵神)’을 가리킨다. 인간의 지은 바 업보가 원래 신의 뜻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는 설이다. 그러므로 인간이 경험하는 고락은 모두가 신의 뜻이며 따라서 우리 인간은 신의 의사에 절대 복종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셋째, 무인설은 우연설(偶然設)과도 같은 말이다. 오늘날 모든 인간들이 경험하는 고락상은 그 어떤 원인이 있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우연히 발생한데 불과하다는 것이다. 고통을 당하는 것도 우연이요 즐거운 일을 당하는 것도 우연히 발생된 것이라 거기엔 무슨 깊은 뜻이 있지 않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무슨 일이든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무방하다는 사고방식이다.
넷째, 인연설은 우리 인간의 주변에 일어나는 고락상은 인간 스스로가 뿌려놓은 종자의 열매를 수확한다는 것이다. 고락의 책임은 어디까지나 우리 자신에게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그 경우와 환경을 변모시켜 갈 수 있으며, 악(惡)을 버리고 선(善)으로 나아가는 이상을 세워서 전진하는 자유의지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네 가지 고락의 원인 중 어떤 것이 맞을까? 원인이 있어 결과가 있는 것이다. 그러면 현재의 고락을 달게 받고 앞으로 나쁜 씨만 뿌리지 않는다면 우리는 영원한 즐거움을 계속 누리지 않을까? 그런데 이런 사실을 알고서도 우리네 중생은 낙(樂)을 버리고 고(苦)로 들어간다.
원인이 무엇일까?
1. 고락의 원인을 알지 못함이요.
2. 고락의 원인을 안다 할지라도 실행이 없기 때문이요.
3. 보는 대로 듣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제 멋대로 육신과 정신을 기름이요.
4. 나쁜 습관을 제거하고 정당한 법으로 단련하여 기질변화를 시키지 않음이요.
5. 응용(應用)하는 데에 수고 없이 속히 이루고자 함이다.
옛날에 어떤 스님이 정승으로부터 금으로 만든 황금부처를 받았다. 받고 싶은 생각이 없었으나 “부처님은 스님에게 소용이지 속인에게는 필요 없으니 받으십시오” 하여 중이 부처를 싫다고 할 수가 없어서 받게 된 것이다.
스님은 황금부처님을 받고 나와서는 그 집 상노 아이에게 이 황금불을 다시 돌려주면서 “흙 불상이나 나무불상이나 쇠 불상 같으면 모실 수가 있지만, 금불상은 아직 인연이 먼 까닭으로 도로 바치오니 다시 권승(權僧)이나 부승(富僧)을 만나거든 전하시오”라는 쪽지를 남기고 가버렸다.
집착이 없는 곳에는 고락도 없고 생사도 없다. 애욕만 없으면 뭇 고통이 쉬어버리고, 인연이 다하면 할 일도 없는 것이다. 우리가 생사에 집착하기 때문에 생사가 있다. 고락을 초월한 사람에게 고락이 없다. 생사를 초월한 사람에게는 생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