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권의 훈훈한 세상] 아름답게 늙는 법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회 명예회장] 어느 분이 내게 줄기세포주사를 맞으라고 권해왔다. 비용이 5천만원인데 특별히 3천만원까지 해주겠다고 한다. 이 주사를 맞으면 아픈 다리와 안 보이는 눈도 다시 좋아진다고 한다. ‘아하, 3천만원!’ 먹고 죽을 돈도 없는데 그걸 무슨 주사인지도 모르고 맞으라니…
아마 내가 돈 푼 깨나 있는 늙은이로 보였나 보다. 그래서 “말씀은 고맙지만 저는 일찍 죽어 빨리 갔다 다시 오는 것이 소원인 사람인데 그런 주사는 사양하렵니다”라고 했다. 참으로 늙기는 쉽지만 아름답게 늙기는 어려운 것 같다. 누구든 늙게 마련이다. 아무리 줄기세포주사를 맞아도 늙고 병들어 가지 않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늙어도 어떻게 늙느냐가 문제다. 추하게 늙느냐 아름답게 늙느냐 이것이 문제다. 제가 비록 다리가 아프고 눈이 잘 안 보일지라도 오랜 수행 끝에 얻어진 얼굴엔 단 한 줄 주름살도 없다. 동안(童顔)에 백미(白眉)는 가히 도골선풍(道骨仙風)이라는 칭송이 자자(?)한데 그 엄청난 줄기세포 주사를 맞는다고 이 이상 아름답게 늙을 수 있을까?
아름답게 늙는다는 것은 그에 상응하는 대단한 노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주변을 살펴봐도 그냥 늙어가는 사람은 많아도 아름답게 늙는 사람은 드물다. 그만큼 아름답게 늙는 것이 어렵다는 얘기다. 아름답게 늙으면 그 삶의 질은 윤택해지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도 좋다. 남들에게 본받을만한 노인이 되는 것이다.
아름답게 늙는다는 것은 결국 품위(品位) 있는 노인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품위란 무엇인가? 품위는 사람이 갖추어야 할 위엄이나 기품이며 사물의 가치라는 뜻도 있다. 품위는 존경받는 인격적 자세라고 할 수 있다. 대접을 받기 위해서는 그만한 인품이 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가장 피하고 싶은 사람은 말이 많은 사람이다. 말이 많다는 것은 사람이 가볍다는 뜻이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 없다는 얘기다. 노인이 말이 많으면 기피의 대상이 되고 추하게 보인다. 그래서 품위 있는 노인은 입은 다물고 지갑은 열어야 한다. 그래야 어른 대접을 받을 수 있다.
가만히만 있어도 중간은 간다는 말이 있다. 침묵은 그래서 좋은 것이다. 아름답게 보이는 사람은 그 안에 가득 차 있는 것이 자연스럽게 밖으로 드러나게 마련이다.
아름다운 노년은 ‘공부하는 노년’이다. 공부란 수행(修行)을 말한다. 도(道)가 무엇인지, 우주의 진리는 어떻게 운행 되는지, 불생불멸(不生不滅)과 인과보응(因果報應)의 진리는 무엇인지, 인도(人道)란 어떤 것인지 이런 것을 배우고 닮고 따라 행동하는 것이 공부다. 노년은 시간이 많고 자유스럽다. 무료의 포로가 될 게 아니라 스스로 공부해서 그 무게를 더해야 한다.
공부하는 방법은 첫째, 성현들의 경전을 연마하는 것이요 둘째, 참선(參禪)을 하는 것이다. 앉아서 하면 좌선(坐禪), 서서하면 입선(立禪), 걸으면서 하면 행선(行禪), 일하면서 일심으로 하면 사상선(事上禪)입니다. 이를 일러 무시선(無時禪) 무처선(無處禪)이라 한다. 셋째, 기도와 독경(讀經), 주송(呪誦), 염불(念佛) 등을 일심으로 하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 우리의 몸에 수승화강(水昇火降)이 되어 얼굴은 윤활해지고 선풍도골의 도인이 된다. 안이 차 있으면 입을 열지 않아도 그 무게는 주위를 압도한다. 아름다운 노년을 위해서는 이와 같이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
소노 아야코의 ‘아름답게 늙는 지혜’의 ‘계로록(戒老錄)’ 몇 가지를 살펴본다.
1. 자신의 고통이 세상에서 가장 크다고 생각하지 말라. 2. 신변의 일상용품은 늘 새것으로 교체하라.
3. 새로운 기계 사용법을 적극적으로 익혀라.
4. 평균수명에 오르면 공직에 오르지 않는다.
5. 노인이라는 사실을 실패의 변명거리로 삶지 말라.
6. 거지 근성을 버려라.
7. 지나간 이야기는 정도껏 한다.
8. 살만큼 살았으니 언제 가도 좋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9. 노년의 가장 멋진 일은 사람들 간의 화해이다.
10. 늙는 것을 자연에 맡기고 많은 공덕을 쌓아가자.
정신 육신 물질로 많이 베푸는 사람이 내생에 복을 많이 받을 사람이다. 어떠한 경계(境界)를 당하던지 분수에 편안한 사람이 대인(大人)이다. 어떠한 처지에 있든지 거기에 만족을 느끼는 사람이 제일 부귀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