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권의 훈훈한 세상] 노인의 8가지 유형···당신의 선택은?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회 명예회장] 어느 양로원에 놓여있던 글이 가슴을 적신다. 우리가 늙어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 한번 돌아본다. 이를 ‘노인고(老人考)’라 이름 붙이고 우리의 여생이 그리 초라하지 않게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면 좋을 것 같다.

열심히 살 때는 세월이/ 총알 같다 하고 화살 같다 하건만/ 할 일 없고 쇠하니/ 세월이 가지 않는 다 한탄하시더이다./ 정신 맑으면 무엇하리요/ 자식 많은들 무엇하리요/ 보고픔만 더하더이다./ 차라리 정신 놓아버린 저 할머니처럼/ 세월이 가는지, 자식이 왔다 가는지/ 애지중지 하던 자식을 보아도/ 몰라보시고

그리움도 사랑도/ 다 기억에서 지워버렸으니/ 그저 천진난만하게도/ 하루 3끼 주는 밥과 간식만이/ 유일한 낙이더이다./ 자식 십여 남매 있음 무엇하리요./ 이 한 몸 거할 곳 없더이다./ 아들 딸 자식들 유명인사 무엇하리요/ 이 한 몸 갈 곳 없어 여기까지/ 흘러 흘러 왔더이다./ 허리띠 졸라매고 최고학벌 자랑하며/ 고생도 보람으로 알고/ 자식 뒷바라지했던들 무엇하리요.

작디작은 이 한 몸,/ 자식 아닌 사람 손에 매인 것을…../ 인생 종착역인 이곳까지가/ 멀고도 험 하였으리!/ 종착역에 벗은 많으나/ 마음 나눌 곳 없어 외롭더이다./ 앞을 못 보는 사람/ 듣지 못하는 사람 속에/ 맑은 정신은 더 외롭더이다./ 치매로 정신을 망각함은/ 차라리 고통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몸 쇠하고 정신 맑으면 무엇하리요/ 괴로움만 더한 것을…./ 가는 마당에 야속함도/ 사랑도 그리움도 추억도,/ 정신에서 모두 내려놓으니/ 차라리 마음이 홀가분 할뿐/ 모진 비바람 다 지나간/ 조용히 흐르는 저 호수 같은/ 잔잔한 마음으로 돌아갈 뿐인 것을…

황혼녘에 들어선 대다수 사람들의 닥쳐올 현실이 아닌가 한다. 어느덧 팔순 고개가 가까워 오면 일주일이 하루 같이 아무 하는 일도 없이, 문안 전화도 드문드문 걸려오다가 어느 날부터인가 뚝 끊기고 만다. 아마 이럴 때 영락없는 노인임을 깨닫게 된다. 노인이 되어봐야 노인 세계를 확연히 볼 수 있다.

노인들의 삶도 가지가지다. 노선(老仙)이 있는가 하면, 노학(老鶴)이 있고, 노동(老童)이 있는가 하면, 노옹(老翁)이 있고, 노광(老狂)이 있는가 하면, 노고(老孤)가 있고, 노궁(老窮)이 있는가 하면, 노추(老醜)도 있다.

첫째, 노선(老仙)이다. 늙어 가면서 신선처럼 사는 사람이다. 이들은 사랑도 미움도 놓아버렸다. 성냄도 탐욕도 벗어 버렸다. 선도 악도 다 털어버렸다. 삶에 아무런 걸림이 없다. 건너야 할 피안(彼岸)도 없고 올라야 할 천당도 없고 빠져버릴 지옥도 없다. 다만 무심히 자연 따라 돌아갈 뿐이다.

둘째, 노학(老鶴)이다. 늙어서 학처럼 고고하게 사는 것이다. 이들은 심신이 건강하고 여유가 있어, 나라 안팎을 수시로 돌아다니며 산천경계를 유람한다. 그러면서도 검소하여 천박하질 않다. 많은 벗들과 어울려 노닐며 베풀 줄 안다. 그래서 친구들로 부터 아낌을 받는다. 또 틈나는 대로 갈고 닦아 학술논문이며 문예작품들을 펴내기도 한다.

셋째, 노동(老童)이다. 늙어서 동심으로 돌아가 청소년처럼 사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들은 대학의 평생교육원이나 학원 아니면 서원이나 노인대학에 적을 걸어두고 못다 한 공부를 한다. <시경> <주역> 등 한문이며 서예며 정치 경제 상식 등을 배우기 위해 인터넷 카페에 열심히 들어간다. 여행도 하고 춤도 추며 즐거운 여생을 보낸다.

넷째, 노옹(老翁)이다. 문자 그대로 늙은이로 사는 사람을 말한다. 집에서 손자나 봐주고 텅 빈 집이나 지킨다. 어쩌다 동네 노인정에 나가서 노인들과 화투나 치고 장기를 두기도 한다. 형편만 되면 따로 나와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늘 머릿속에 맴돌면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다섯째, 노광(老狂)이다. 미친 사람처럼 사는 노인이다. 함량 미달에 능력은 부족하고 주변에 존경도 못 받는 처지에 감투 욕심은 많아서 온갖 장을 도맡으려고 한다. 돈이 생기는 곳이라면 체면 불고하고 파리처럼 달라붙는다. 권력의 끄나풀이라도 잡아 보려고 늙은 몸을 이끌고 끊임없이 여기저기 기웃거린다.

여섯째, 노고(老孤)다. 늙어가면서 아내나 남편을 잃고 외로운 삶을 보내는 사람이다. 삼십대의 아내는 기호식품 같다고 한다. 사십대 아내는 어느덧 없어서는 안 될 가재도구가 돼버린다. 오십대가 되면 아내는 가보(家寶)의 자리를 차지한다. 육십 대의 아내는 지방문화재라고나 할까? 그런데 칠십대가 되면 아내는 국보의 위치에 올라 존중을 받게 된다. 그런 귀하고도 귀한 보물을 잃었으니 외롭고 쓸쓸할 수밖에 없다.

일곱째, 노궁(老窮)이다. 늙어서 수중에 돈 한 푼 없는 사람이다. 아침 한 술 뜨고 나면 집을 나와야 한다. 갈 곳이라면 공원이나 광장뿐이다. 점심은 무료급식소에서 해결한다. 석양이 되면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들어간다. 며느리 눈치 슬슬 보며 밥술 좀 떠넣고 골방에 들어가 한숨 잔다. 사는 게 괴롭다.

여덟째, 노추(老醜)다. 늙어서 추한 모습으로 사는 사람을 말한다. 어쩌다 불치의 병을 얻어 다른 사람 도움 없이는 한시도 살 수 없는 못 죽어 생존하는 가련한 노인이다.

지금 우리의 삶은 어디에 해당할까? 하늘은 짓지 않은 복을 내리지 않는다. 만약 우리의 삶이 외롭고 고달프다면 내생을 위해서라도 공덕을 쌓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므로 원(願)은 큰 데 두고, 공(功)은 작은 데부터 짓는 것이다. 대우에는 괘념(掛念)치 말고 공덕 쌓기에만 힘을 쓰면 큰 공과 큰 대우가 돌아오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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