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권의 훈훈한 세상] 아부와 칭찬의 경계선은?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회 명예회장] 얼마 전 아내와 함께 외식을 했다. 그런데 음식점 젊은 주인 부부의 인물이 아주 좋기에 ‘잘 생긴 한쌍’이라고 칭찬했다. 그랬더니 대뜸 그 부부의 아부 발언이 이어졌다. 필자를 보고 ‘신선’같다고 한다. 신선이란 말을 들으니 여간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었다.
칭찬이란 무엇일까? 다른 사람의 좋고 훌륭한 점을 들어 추어주거나 높이 평가함을 말한다. 아부는 상대방의 마음에 들려고 비위를 맞추면서 알랑거리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가끔 자신보다 높은 지위의 사람에게 아부성 발언을 서슴지 않고 하는 사람들을 볼 때가 있다. 반면 지위가 높고 낮고 관계없이 자신의 생각을 여과 없이 발언하는 사람도 있다.
높은 지위의 사람에게 잘 보여야 할 이유가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대가성 없는 존경심의 표현이라면 이해하겠지만 터무니없이 ‘아부를 위한 아부’를 하는 사람을 간혹 보노라면 참으로 비위가 뒤틀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반면 자신의 생각을 지위의 높낮이에 상관없이 똑바로 밝히는 사람을 때론 거만하다거나 무례하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예의에 어긋나지 않게 떳떳하게 밝힐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어떨까? 칭찬은 돌부처도 움직이게 한다는 말이 있다. 어쨌든 남의 옳은 행동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 것은 좋은 태도다. 그러나 칭찬과 아부를 분간 못하면 사람들의 비웃음을 면하기 어렵다. 이처럼 우리가 뱉어내는 칭찬이란 언어는 사람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무한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칭찬은 바보도 유능한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 칭찬이 아니면 아예 침묵을 지키라고 했다. 칭찬과 미소를 아끼는 사람은 손해를 본다. 어쩌면 적당한 칭찬과 아부가 있는 사회는 즐거움이 메마르지 않는 대지와 같다고 할까? 칭찬을 받고 자라면 결과적으로 능력이 더 뛰어나게 되고 머리도 좋아진다고 한다. 반대로 야단을 맞고 살아온 사람은 나쁜 짓을 할 확률이 많다고 한다.
누군가를 격려할 목적으로 지나치게 과분한 칭찬을 할 때가 있다. 그것은 결코 죄악이 아니며 아부라 할 수 있다. 이럴 때의 아부는 거짓말보다 엄밀히 따지면 칭찬에 포함되는 개념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니까 적당한 칭찬이나 아부는 사회의 윤활유가 되지 않을까?
각박한 현실 속에서 칭찬을 받고서야 자신의 가치를 깨닫게 되면 칭찬이야말로 사람을 가장 근사하게 만들어 주는 원동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적당히 아부를 하고 상대가 아부인 것을 알면서도 눈감아 준다. 이와 같이 내가 상대에게 잘하면 상대방은 내가 그에게 해준 것처럼 훨씬 강력하게 나를 칭찬해 준다.
이처럼 칭찬의 상승작용이 주변에 닫혀있던 문을 여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변화와 존재의 가치를 염원하며 추구하면서도 상대의 존재의미에 대해서 너무 인색하다. 남을 칭찬할 수 있는 사람만이 진정한 칭찬을 받을 자격이 있다. 그러므로 남이 나를 칭찬해 줄 것을 기대할 것이 아니라 나부터 상대를 칭찬하는 것이다.
그러면 분명 이 세상은 맑고 밝고 훈훈한 세상을 이룩할 수 있다. 세상이 너무 메말라 있다. 어쩌면 적당한 칭찬이나 아부는 이 시대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통하는 길이 아닐까 한다. 칭찬을 잘 하면 인간관계에 이런 효과를 볼 수 있다.
1.칭찬은 받으면 바보도 천재로 바뀐다.
2.칭찬을 하면 칭찬 받을 일을 하고 비난을 하면 비난받을 짓을 한다.
3.칭찬을 하면 칭찬이 돌아오고 원망을 하면 원망이 돌아온다.
4.칭찬은 상승효과를 만들어 살 맛 나는 세상을 만들어준다.
5.만날 때 칭찬하고 헤어질 때 칭찬하라.
6.미운 사람에게 칭찬의 떡 하나 더 줘라.
7.칭찬은 1원도 들이지 않고 선물보다 더 큰 감동을 주게 된다.
8.칭찬은 적군을 아군으로 만들고 원수도 은인으로 만든다.
9.부자가 되고 싶으면 칭찬하는 노력을 먼저 하라.
10.칭찬은 사랑하는 마음의 결정체이고 비난은 원망하는 마음의 결정체다.
11.칭찬에 목마른 사람에게 칭찬을 해주어라. 그처럼 큰 공덕도 없다.
12.자기를 칭찬하는 사람만이 남을 칭찬할 수 있다. 먼저 자신을 칭찬하라.
13.칭찬은 소극적인 사람을 적극적으로 바꿔주고 희망과 의욕을 높여준다.
14.기가 살아야 운도 산다. 기를 살리는 유일한 처방은 칭찬이다.
15.칭찬을 하다보면 마음이 열려 네가 내가 되고 내가 네가 된다.
칭찬의 효과가 이 몇 가지에 한하겠는가?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한다. 그 칭찬에 인색하면 안 된다. 돈 들어가는 일도 아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타인의 비위를 맞추며 듣기 좋은 말만 하는 행동, 또는 아부는 경계해야 한다. 아무래도 지나친 아부를 하는 사람들은 목적이 있기 마련이다.
아부를 떠는 대상에게 얻어낼 것이 있거나, 계속 친하게 지내면서 무언가를 얻어낼 가능성을 노리고 있거나 할 때 아부를 떤다. 특히 각종 인맥과 혈연, 학연 등으로 얽힌 사람들에게 아부는 쉽게 성공할 수 있는 능력 요소 중 하나이기도 하다.
중국 춘추시대(BC 771~BC 403년)에 ‘역아증자(易牙蒸子)’라는 얘기가 있다. ‘역아(易牙)가 아들을 삶다’라는 뜻이다. 춘추오패 중 최초의 패자 제 환공이 미식(美食)을 즐겼다. 제 환공이 ‘자신이 맛보지 못한 고기는 사람 고기 밖에 없다’고 말하자 역아가 자기 자식의 머리를 삶아 제 환공에게 바쳤다는 얘기다. 이 정도면 아부의 극치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