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혈관 건강관리 이렇게···유산소운동·금연·싱겁게 먹고 푸른채소 듬뿍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담당 논설위원,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혈관(血管, blood vessel)은 혈액을 심장과 각 장기 및 조직 사이를 순환시키는 통로다. 우리 몸의 혈관은 심장의 좌심실(左心室)에서 출발하여 온 몸을 돌아 우심방(右心房)에 올 때까지 어느 한 곳이라도 막히면 문제가 생긴다.
인체 혈관의 총길이는 12만km로 지구 둘레를 두 바퀴 반 정도 도는 거리에 해당한다. 혈액량은 체중의 약 7.5% 정도이며, 혈액은 혈구(血球)라 불리는 유형성분과 혈장(血漿)이란 액체성분으로 이뤄져 있다.
인간은 생명이 시작되면 혈관을 통해 피가 온몸을 돌기 시작하고, 피가 멈추면 생명도 멈추게 된다. 혈관은 심장에서 나오는 혈액을 온몸으로 운반하고, 온몸을 순환한 혈액을 다시 심장으로 되돌려 보낸다. 온몸 곳곳에 혈액을 통해 산소와 영영소를 공급하고, 세포의 대사과정에서 생긴 노폐물을 운반하여 배출한다.
혈관은 크게 동맥(動脈), 모세혈관(毛細血管), 정맥(靜脈)으로 나뉜다. 동맥과 정맥은 굵기와 혈관벽의 생김새에 따라 대동맥 및 대정맥, 동맥 및 정맥, 세동맥 및 세정맥으로 구분한다. 동맥은 직경이 2~3cm인 대동맥에서부터 수mm이하까지 다양하다. 정맥은 동맥에 비해 지름이나 내강이 더 크다. 모세혈관은 적혈구의 직경(7~8㎛)과 비슷하다.
동맥의 벽은 내막, 중막, 외막 등 세개 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내막은 혈관 안쪽을 흐르는 혈액과 접촉하는 얇은 내피세포가 이루는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중막은 밀집된 평활근세포층과 탄력섬유 및 콜라겐으로 구성되어 있다. 외막은 주로 섬유결체조직으로 이루어져 있다.
정맥은 혈관벽이 동맥보다 더 얇고 덜 조직화되어 있다. 팔다리와 몸통에 분포되어 있는 많은 정맥들은 중력과 반대되는 방향으로 혈류를 심장에 전달해야 하므로 혈액이 거꾸로 흐르지 않도록 하는 판막(瓣膜)이 있다. 모세혈관은 한 층의 내피세로로 구성되어 있다.
좌심실과 연결된 대동맥(大動脈, aorta)으로부터 온몸으로 주요 동맥이 퍼져있고, 다시 세동맥으로 분화한 후 모세혈관으로 이어져 조직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한다. 산소농도가 낮은 혈액은 세정맥을 거쳐 정맥으로 합쳐진 후 상대정맥(上大靜脈)과 하대정맥(下大靜脈)을 통하여 심장으로 되돌아온다.
혈관은 통증(痛症)세포가 없기 때문에 70% 이상 망가지기 전까지는 아무 증상이 없기 때문에 혈관 건강에 무심한 경우가 많다. 나이가 들면 혈관도 늙는다. 우리 몸에서 발생하는 대부분 질환은 혈액이나 혈관과 연관돼 있다. 혈관에 노폐물이 쌓이거나 상처가 생기면 혈관이 좁아지거나 딱딱해지면서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긴다.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혈증, 심근경색, 협심증, 뇌졸중, 치매 등이 모두 혈액과 혈관에 문제가 생긴 병이다. 혈액이 끈적해져 혈전(血栓, 피떡)이 생기면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혈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뇌졸중, 심근경색, 치매 등은 혈관의 이상이 원인이다. 뇌혈관이 막히면 뇌경색(腦梗塞), 터지면 뇌출혈(腦出血)이 생긴다. 심장혈관에 이상이 생기면 심근경색, 협심증, 부정맥 등이 나타난다.
치매(癡?)에는 뇌세포를 파괴하는 독성 단백질이 쌓여 생기는 알츠하이머 치매가 약 70%, 뇌혈관이 막혀 뇌세포가 손상되는 ‘혈관성 치매’가 20% 정도 된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전국 치매환자 수는 2015년 8월 현재 64만명이 넘는다.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인 셈이다.
보건복지부는 우리나라 치매환자가 2030년 127만명, 2050년 271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비교적 젊은 30~50대 치매환자가 2006년 4055명에서 2011년 7768명으로 늘었으며, 특히 50대 환자는 3179명에서 6547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젊은 치매환자가 증가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젊을 때부터 혈관 및 대사질환이 생기는 것이 문제”라고 보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이상지질혈증(異狀脂質血症, dyslipidemia) 환자는 2012년 122만6000여명에서 2014년 138만4000여명으로 12% 늘었다. 이상지질혈증은 남자는 30대, 여자는 40대부터 급증한다.
이상지질혈증과 당뇨병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즉 당뇨병이 있으면 인슐린이 제 기능을 못하는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 IR)이 생기며, 지방이 내뿜는 독소로 인해 심장, 신장, 망막 등의 혈관을 비롯해 뇌혈관도 손상된다. 그만큼 치매 위험도 커지는 것이다. 당뇨병이 있으면 알츠하이머 치매는 1.69배, 혈관성 치매는 2.17배 더 많다는 보고도 있다.
동맥에 혈전이 심하게 생겨 쌓인 상태인 죽상(粥狀)동맥경화는 주로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冠狀動脈)이나,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경동맥(頸動脈)에 생기므로 언제든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이 나타날 수 있다. 죽상동맥경화 환자는 매년 9.2% 가량 증가하고 있다. 미국심장협회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1년에 1730만명에 달한다.
혈관을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혈액에 콜레스테롤 등 불순물이 적어야 한다. 특히 혈액 속에 LDL콜레스테롤이 많으면 산화돼 혈관벽에 눌러 붙어 혈관을 막거나 딱딱하게 한다. 한편 HDL콜레스테롤은 쓸모가 없어진 LDL콜레스테롤을 간으로 운반하여 분해시키는 역할을 한다. 혈관건강은 평소 올바른 생활습관이 중요하다. 특히 유산소운동은 혈관을 확장시키는 산화질소(酸化窒素, nitric oxide) 분비를 촉진해 혈류량을 높이고, 딱딱해진 혈관을 부드럽게 만든다. 이에 매주 4~5일, 하루 30분 이상 유산소운동을 꾸준히 하면 좋다. 인스턴트식품이나 경화유(쇼트닝)로 튀킨 것은 삼가는 게 좋다.
<혈관을 의심하라>의 저자 한동하 박사가 제시하는 ‘나의 혈관 나이’를 평가하는 항목과 점수를 소개한다.
평가 항목은 △나이 39세 이하 0점, 40~55세 1점, 56세 이상 2점 △흡연 안한다 0점, 한 적이 있다 1점, 하고 있다 2점 △당뇨병 없다 0점, 의심 1점, 있다 2점 △고혈압 없다 0점, 의심 1점, 있다 2점 △고지혈증 없다 0점, 의심 1점, 있다 2점 △심근경색 혹은 뇌졸중 없다 0점, 앓은 적이 있다 1점, 있다 2점 △위의 질환 가족력 없다 0점, 1~2명 있다 1점, 여럿 있다 2점 △허리둘레의 경우 남자 35인치, 여자 32인치 보다 가늘다 0점, 그 정도다 1점, 보다 두껍다 2점 △스트레스 정도 거의 없다 0점, 어느 정도 있다 1점, 심하다 2점 △육류 및 인스턴트 섭취 거의 안 먹는다 0점, 약간 먹는다 1점, 자주 먹는다 2점 △견과류 및 채소 섭취 많이 먹는다 0점, 약간 먹는다 1점, 거의 안 먹는다 2점 △운동 규칙적으로 한다 0점, 간혹 한다 1점, 거의 안 한다 2점 △과로 거의 없다 0점, 간혹 있다 1점, 자주 한다 2점 △성격 아주 느긋하다 0점, 보통이다 1점, 매우 급하다 2점 △책임감 약하다 0점, 보통이다 1점, 아주 강하다 2점 등이다.
이상의 항목을 모두 합하여 △0~5점은 혈관 나이가 30세 이하 △6~10점은 31~35세 청년 혈관 △11~15점은 36~40세 중년 초기의 혈관 △16~20점은 41~50세 중년 말기 혈관 △21~25점이면 51~65세의 늙어가는 혈관 △26-30점이면 혈관 나이는 66~80세, 즉 노인의 혈관에 해당한다.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는 혈관질환과도 관련이 깊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혈관이 수축되고 혈압이 올라간다.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가장 좋은 치료법은 걷기운동이다. 주 3회 이상 매회 30분 이상 땀이 날 정도로 빠르게 걷는 것이 좋다. 제2의 심장으로 비유되는 잘 발달된 종아리 근육은 심장과 같은 하트 모양이다.
몸에 살이 쪄 비만이 되면 혈관에도 지방이 쌓이므로 식사량과 운동을 통해 적정 체중을 유지하여야 한다. 물은 하루 8잔 정도 충분히 마신다. 탈수 상태가 지속되면 혈액이 걸쭉해 지며, 피로와 무기력해지며 두통 변비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소금은 혈압을 높이므로 음식은 싱겁게 먹도록 한다.
혈관 노화의 주범 중 하나는 활성산소이므로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녹황색 채소를 충분히 섭취한다. 올리브유, 참기름, 들기름 등 식물성 기름은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지만, 공기 중에 오래 노출되면 산패(酸敗)가 일어나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몸이 따뜻해야 순환이 잘 되므로 특히 심장에서 멀리 있는 발과 혈관이 몰려있는 복부를 따뜻하게 해주어야 한다. 근육운동을 통하여 근육을 늘리는 것도 체온을 올리는 방법 중 하나다. 담배를 피우면 니코틴 영향으로 혈관이 수축되어 혈류속도가 느려진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혈관 질환 예방을 위해 금연 실천을 권고하고 있다. WHO는 △규칙적인 유산소운동 △적정 체중 유지 △충분한 수분과 녹황색 채소 섭취 △식물성 기름 사용 △신체 보온 등을 아울러 혈관 질환 예방법으로 소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