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중동 4국순방 ②사우디] ‘최고 인기’ 프로축구에 울고 웃다

여성은 경기장 출입 제한, SNS 유투브로 실시간? 중계??

[아시아엔=이중한 칼럼니스트, 이상기 기자] 2010년 남아공월드컵 개막식을 기다리던 아랍 시청자들은 갑자기 새까맣게 변한 TV 화면에 깜짝 놀랐다. ‘알자지라 스포츠’ 채널의 월드컵 독점중계에 항의하기 위해 누군가 송출을 방해한 것이다. 중계권료가 높아지고 많은 채널들이 중계를 포기하자 축구를 아무나 볼 수 없게 된 것에 대한 항의다. 아랍인들의 축구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아랍에서 축구는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다. 동네에 모여 공을 차고, 경기장에 가서 관람하거나 집과 카페에서 TV로 시청하면서 SNS로 정보를 주고받는다. 한국에선 거의 중계하지 않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시합도 아랍권 TV로는 볼 수 있다.

이영표 거쳐간 ‘사우디리그’···알 힐랄’ 최고 인기

8월 중순 이후 시작하는 3대 걸프리그 중 가장 큰 사우디리그는 메인 스폰서의 이름을 따 압둘라티프 자밀 리그로 불린다. 1부 리그에 14개 팀이 있는데, ‘알 힐랄’이 최고 인기다. 리야드를 연고지로 하는 ‘알 힐랄’은 국제축구역사통계재단이 선정한 20세기와 21세기 최고 아시안클럽에 선정된 바 있다. 설기현, 이영표, 유병수가 거쳐 가면서 걸프리그에 한국선수들이 진출하는 계기가 됐다.

최대 라이벌인 ‘알 잇티하드’와의 더비를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의 ‘엘 클라시코’에 빗대 ‘사우디의 엘 클라시코’로 부른다. ‘알 잇티하드’는 2000년대 중반 한국팬들에게 ‘알 깡패’로 불렸을 정도로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천수가 활약했던 ‘알 나스르’와 송종국과 곽태휘가 뛴 ‘알 샤밥’이 유명하다.

아랍권에서 여성은 원칙적으로 축구경기장에서 관람할 수 없다. 따라서 경기장 관중은 모두 남성이다. 하지만 여성이라고 축구팬이 없을 리는 없다. 그래서 TV시청뿐 아니라 SNS를 통한 정보교환이 활발하다. 경기 중 골이 터지면 5~10분 뒤 동영상이 유튜브로 올라온다. 인터넷만으로 사우디리그 소식을 받는데 별 어려움이 없다.

아랍 축구팬들은 ‘알 힐랄’에서 김기희 영입을 시도했다는 소식이 트윗에 올라오자 곧 김기희의 국가대표와 K리그 시절 활약상을 모아놓은 11분짜리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다. 또 외국선수나 감독이 사우디에 첫발을 내딛는 날이면 일찌감치 공항에 나와 환영하는 이들이 바로 아랍 축구팬이다. 하지만 뜨거운 관심만큼 경기가 부진할 경우 바로 냉랭한 반응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한 시즌 이상 활약이 쉽지 않고 외국선수들은 자주 바뀐다.

스페인 프리마리가 빗대 ‘사우디 엘 클라시코’로 부르기도

사실 사우디 리그의 영향력은 과거보다 약해졌다. 최근 ‘알 잇티하드’에서 ‘알 샤밥’으로 이적한 스트라이커 나이프 하자지는 이적료 2500만리얄(75억원), 연봉 800만리얄(24억원)로 놀라운 몸값을 자랑했지만, 외국선수들은 종종 밀린 급여를 받았다는 소식이 나올 정도로 구단 재정이 불안하다. 분위기 반전을 위해 리그 개혁의 목소리도 나오는데, 특히 여성의 경기장 입장 허용문제는 핫이슈다.

한국에서 걸프리그를 보려면 아랍권 방송이 직접 제공하는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경기는 더운 낮을 피해 밤에 이뤄지는데, UAE와 카타르리그가 저녁 6시(한국시간 자정) 전후 시작하고, 사우디리그가 밤 8시(한국시간 새벽 2시) 이후 시작한다. 사우디리그의 경기 시간이 더 늦는 이유는 무슬림들이 모든 예배를 다 끝낸 뒤 경기를 펼치기 때문이다. 계절의 영향도 있어서 겨울은 다른 계절보다 경기 시작이 앞당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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